"현민아, 난데 저녁에 술한잔 할래"
현민은 수화기를 내려놓고 웬지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영미는 임신소식에 형이 좋아할지알았지만 전혀 좋은 표정이 아니었다.
형의 반응에 영미 또한 불안한 모양이다. 처음에만 그러겠지 했지만 영미의
배가 눈에 띠게 불러오자 형은 매일같이 술을 마시면 외박을 자주했다.
그런 두부부의 생활에 현민은 불안하고 영미가 안타까워졌다.
퇴근길에 영미에게 전화를 해서 먹고 싶은게 있으면 사가지고 가면 영미는 눈물을
흘리면서 고마움을 대신 했다.
그런 영미를 보는것조차 힘이 든 현민은 오늘 형의 전화가 더욱 불안했다.
형을 만나기로 한 장소를 가면서 현민은 그날 있었던 일이 불현듯 생각이 났다.
자신의 선을 보고 들어온날 영미를 뒤로 안으며 했던말.
영미는 아무 거부 반응없이 나에게
"결혼 안하면 안돼요."
너무 놀라 영미는 앞으로 돌려세웠다. 영미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게 무슨 말이죠."
"그냥 이렇게 제옆에 살면 안돼요. 제 욕심인가요?"
"하지만 어떻게..."
"저 밖에 없다면서요. 그러니깐 그냥 형수와 시동생으로 이렇게..."
그녀도 이렇게 한집에서 사는것으로 위안을 삼고 있었다. 나처럼...
현민은 주차를 하고 형을 만나기위해 술집으로 향했다.
형은 벌써 술을 마시고 있었다.
"내가 늦었나?"
"아니다. 내가 좀 일찍 왔어. 한잔 받아라."
형은 현민이 자리에 앉기 무섭게 술잔을 현민의 앞에 놓았다.
현민은 목을 타고 넘어가는 술에 온몸에 짜릿한 느낌이 들었다.
"형! 무슨일 있어요. 형수도 요즘 불안해 하는것 같은데?"
"그래~ 흐! 흐! 불안하겠지"
"형, 무슨 말이 그래"
"뭐가? 차라리 잘됐지. 이렇게 사는것도 괜찮지"
"형, 자꾸 이상하게 말하지마. 알아 들을수 있게 말해봐. 도대체 뭐가 문제야."
"문제? 나한테 문제가 있지."
형은 알아들을수 없는 말만 되풀이하면서 술을 마셨다.
뭔가 문제가 심각하게 있는것 같은데 전혀 말을 하지 않는다.
"형~ 무슨일인지 얘기해봐. 그러면 속을 편할거야"
술에 취한 풀린 눈으로 현민을 바라보는 형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현민아. 이형이 못난 모습을 보여서 미안하다."
형은 흐느끼면서 눈물을 흘렸다. 도대체 무슨 일이가?
"현민아. 난 니형수를 사랑한단다. 처음 그녀를 보았을때 너무나 깨끗한 그녀가
좋았어. 그래서 그녀를 내 여자를 만들고 싶었다. 그게 욕심이었어. 평생 혼자
살려고 했는데 영미를 보는 순간 난 내 결심이 무너지는걸 느꼈다."
"형이 왜 혼자 살어. 응!"
"현민아. 난, 아이를 가질수 없단다."
현민은 눈이 크게 뜨고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자신의 머리위로 무언가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지금 형이 무슨 말을 하려는것인지...
"우연히, 비뇨기과에 갔다가 알게 되었단다. 내가 남자 구실도 못하는 인간이라고"
"형! 그러면 어떻게 형수님이 임신을 할수 있어? 오진이겠지"
"그래. 그래서 혹시나 하고 병원에 가 보았지만 역시나 똑같은 결과가 나왔단다."
"형! 하지만 형수님이 어떻게..."
순간 현민은 얼굴이 새하얗게 변했다. 그리고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