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그렇게 남편에게 적당한 타협을 해서 잘도 목적을 이루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남편과 재회를 하려는 뜻은 추호도 없었다.
다만 그녀는 자신의 부족한 사회적 능력을 기르기 위한 방편으로 남편과
상대 하는 것이라고 스스로 변명 하고 있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어머니의 기제사가 돌아 오고 있었다.
남편에게 그녀는 연락을 취했다.
"중원이라는 아들을 가지신 아버지 맞습니까?"
"네, 그런데요! 누구시죠?...."
남편은 당연한 대답을 하는데도 그녀는 속에서 불끈 열이 치밀었다.
"그래요, 나예요. 이젠 싸움도 안하고 사이가 좋아 지셨나!!~~~"
"무슨 일로 전화했는데? 용건이나 말해 얼른, 나 지금 바뻐!........."
그 녀는 남편의 재촉 하는소리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아주 느긋한
태도로 말을 이어 가고 있었다.
"다른게 아니구요, 어머니 기제사가 낼 모랜데, 어떻게 할껀지 얘기좀
들어 보려구요...."
"얘긴 무슨 얘기를 들어 봐! 기제사까지는 당신이 하기로 한거 아냐?"
"그런 얘기가 아니라 다음부터 아버님 어머님 제사를 모실 사람이 누구냐는
얘기예요. 중원네서 지낼꺼면 당신 마누라를 우리집으로 장봐서 모레 오전에
보내세요. 저는 좀 할일이 있어서 장 보는것 까지 못 할것 같아요."
"뭘 하는데 장을 못 본다는거야?"
"이제 저도 아이들과 이사를 가려구 집을 보러 다녀야 해요."
"누구 맘대로 이사를 가는데?.........."
그 녀는 어이가 없었다.
"누구 맘대로 이사를 가다니,........ 내 맘대로 가지 그럼 여기 살아요?"
그녀는 남편의 사고 방식을 이해 할수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닭 싸움 하듯 수화기를 내려 놓고 그녀는 복덕방을 향하여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 했다.
어머니의 기제사 날이 되었다.
그녀는 아직도 연락이 없는 그 여자에게 연락을 취하고 싶었지만 참고 있었다.
잠시후.............................
대문 밖에서 차 시동이 꺼지는 소리와 함께 고모와 사촌들,...... 그리고
그 꼴난 남편과 그 여자가 들어서고 있었다.
그녀는 마중도 하지 않고 물끄러미 그들을 쳐다보고만 있었다.
그 녀는 여기 지금 들어서는 이들의 심리를 도무지 이해 할수가 없었다.
"정말 무슨 이런 사람들이 있다니?........"
속으로만 이들을 향한 생각을 표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아무런 내색을 더이상은 하지 않았다.
아이들도 학원을 마치고 돌아왔다.
또래의 사촌 아이들도 모두 참석을 하고 있었다.
애들은 한쪽에서 시끌벅쩍 한데 그 무리 속에는 중원이도 같이 뒤섞여 있었다.
그 녀는 유심히 그들의 노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역시 피가 물보다 진한지 주원이는 중원이를 동생이라며 안아주고 있었다.
우영이는 달랐다. 우영이는 자기 방문을 걸어 잠그고 나오질 않고 있었다.
그 녀는 열쇠로 방문을 조용히 열고 들어 섰다.
"우영아! 우영아 엄마좀 봐봐! 너는 왜 같이 안 놀고그래?......."
"같이 놀고 싶지 않아요. 저 짐승 같은 남자도 보기 싫고 주원이도 이젠
보기 싫어 졌어요........."
"그게 무슨 끔찍한 소리니?.....주원이는 네 친동생 이잖아....."
"엄마 그 냥 엄마랑 저만 여길 떠나요, 주원이는 아들 이니까 아빠하고 살라고
우리끼리만 여길 영원히 떠나요! 안 그러면 저는 엄마랑도 살지 않을꺼예요."
그 녀는 순간적으로 목구멍으로 치밀어 오르는 눈물을 멈출수가 없었다.
"우영아!너.... 왜 그런 소리를 하는거니? 주원이는 아직 엄마가 필요 하잖아."
"그건 엄마의 바보같은 생각이세요. 주원이는 벌써 아빠에게 매수 되어 있어요."
그녀는 뒷통수를 얻어 맞은것 처럼 멍 했다.
그녀는 옛날에 아주버님이 돌아가시고 형님과 점을 보러 갔을때 점쟁이가 한말이
문득 떠 올랐다.
"당신은 아들을 낳아서 남의 집 대나 이어주고 당신에게는 아들이 없다"고 하던
그 점쟁이에게 그때는 쓸데 없는 소리를 하는 사람이라고 화를 내고 나왔었는데...
정작 우영이가 하는 얘기가 사실 이라면 그녀는 또 한남자에게도 버림을 받는것
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드니 참으로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얼른 우영이 에게서 벗어나 나와야 했다.
지금 들은 것 보다 더한 어떤 소리가 나올까봐 두렵기도 했다.
그 녀는 아무렇지도 않은듯 행동 하려 했지만 자꾸만 주원이에게로 시선이 가는것
을 멈출수가 없었다.
조금전 볼때는 주원이가 착하다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지금 눈에 보이는 주원이
너무나 남처럼 느껴지며 보이고 있었다.
어떻게 제사를 모셨는지 생각도 나질 않았다.
그 들과 그녀는 다 같이 한자리에 둘러 앉았다.
예수님의 최후의 만찬 마냥 고모는 기도를 하자고 했다.
"사랑이 많으신 하나님 아버지,...........
저들에게서 미움도 사라지게 하시고......................
새로운 길을 가야 하는 우영이 엄마에게도 ....................
저들이 비록 이렇게 헤어지지만 다시 만날때는................
우리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 하옵나이다 . 아멘~~~~~~~~~~~~~~~~~~
참으로 기도 하기 좋아 하는 고모의 입에서 나오는 기도 내용은 그녀에게는
앞뒤가 맞지 않는 골치아픈 소리로 들렸다.
고모외에 그들은 모두 기정사실로 받아 들이고 정작 그녀 만이 우영이와 나눈
얘기를 머리속에서 가늠 해보고 있을뿐 이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주원이는 아들이니까 엄마가 모두 듣는데서 하나만 물을께..."
그녀는 주원이에게 모두 있는데서 답변하기를 강요 하는듯 해졌다.
주원이는 겁을 먹었는지 큰눈이 더욱 커졌다.
"엄마와 아빠는 이제 내일이면 무조건 헤어지는거야. 근데 너는 누구 하고 살고
싶은지 얘기 해봐.............."
그녀는 아들에게 아주 가혹한 심판을 내리는 못된 어미가 되어 있었다.
그 녀는 속으로 "안돼, 안돼...." 하며 주사위를 던지고 있었다.
주원이는 일순간 그녀와 남편을 번갈아 쳐다보며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방에서 우영이가 나왔다.
우영이는 주원이를 아주 매섭게 내려다 보았다.
"음....... 나는 응,.. 누나 따라 갈래요."
전혀 엉뚱한 답변에 모두들 의아해져 버렸다.
이내 그녀는 분위기를 추스려 버렸다.
그럼 우영이는 누구 따라 갈껀지 네 입으로 니가 말해.........."
"저는 엄마랑 둘이만 갈래요............"
이건 어른이 만든 아주 끔찍한 비극이었다.
순간 주원이의 숨이 넘어 갈듯한 울음이 터져 나왔다.
"싫어, 나는 누나 따라 갈꺼야. 누나 나도 누나 따라갈꺼라구..........."
오랜 동안의 지리한 싸움이 주원이에게는 이미 부모는 없고 누나만 남아 있었다.
"그래 그럼 주원이는 누나랑 가는거야........ 자!! 이제 그치고 방에 가 있어."
그녀는 일어나서 협의 이혼에 관한 이혼 서류를 들고 왔다.
그리고 써내려 가기 시작 했다.
그리고는 미리 준비한 호적초본과 주민등본을 함께 내밀었다.
그리고 한마디 덧 붙였다.
"이제까지 저희 때문에 고생한 주위의 형제와 친지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를
드리겠습니다. 그동안 심려를 끼쳐드린점 부디 용서 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녀는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일어나서 밖으로 나가 버렸다.
그들은 그녀를 불렀다.
"우영엄마야! 우영엄마야!~~~~~ 우리 우영엄마 불쌍해서 어떻게 하냐!!!"
작은 고모는 통곡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거리로 나왔다.
마구마구 뛰었다.
그렇게 그녀는 모든 허물을 벗어 버리고 마구 뛰어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