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식품매장-------------
지하 식품매장은 오전이라서 바쁘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 년(노출증)은 보이지가 않았다.
"철용아, 너 여자 좋아해본 적 있니?"
박비서는 웃기만 했다.
"어제 정말 재수없는 년을 만났는데 말야, 이상하게.... 떠오르네."
"그건 좋아하는 감정이 아닐 거야!"
"그래?"
"먹고 싶은 과일이나 갖고 싶은 것을 못 가졌을 때 얼마나 생각나니? 너 저번 때 페라가모 선
글라스 사고 싶었을 때 품절났다고 해서 대개 섭섭해 했잖아. 그런데 사고 나니까 어땠니?"
철용이의 말을 듣고 보니 나의 어리석은 행동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내가 결혼을 한다면 분명 정략결혼이 될 것이고 그것이 어떤 형태이건 간에 난 이 회사에 도움이 되는 행동을 해야한다.
그것이 할아버지와 어머니가 나에게 준 상속과 증여에 대한 보답이다.
내가 이렇게 멋대로 행동해도, 오로지 가족들이 나에게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것이 그 부분에 대한 아킬레스 끈을 내가 쥐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 난 즐겨야 한다. 후회가 남지 않도록!!!!
그리고 나서 수갑에 채여 감옥에 갇히는 것이다.
난 아버지처럼 못한다.
아버지는 상속에 대한 모든 것을 포기했다.
그렇지만 난 그렇지 못하다. 그럴 용기도 없다.
내가 그나마 이 자리에 있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이 모든 것이 부사장인 사장원 씨한테 다 넘어가 버렸을 것이다.
난 재산과 명예에 대해서 별 관심이 없다.
다만 부적절한 방법으로 부적절한 시기에,
모든 게 넘어갈 뻔 했던 것을 그냥 뺏길 수는 없었다.
그래서 지켜야 했다.
내가 있음으로 해서, 또한 이 회사에 그렇게 발붙이기도 싫어했던 아버지를 통해.
사장원은 무척 야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렇지만 우린 그를 끝까지 기용했다.
할아버지의 철학을 우린 따랐던 것이다.
'사람이 재산이다. 물건들이야 잃어버리게 되면 다시 살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은 다르다. 때
론 밉기도 하지만 한순간의 감정으로 그를 밀어버리면 그만큼 나에게 손해다. 설령 그 사
람이 나를 낭떠러지에서 밀어트린다고 해도 믿어라. 만약 밀려서 떨어진다면 그건 나의 운
명이지 그 사람 탓은 아니다'
미래전자와 크리스틴 백화점은 신용불량과 인적불량으로 나락으로 떨어질 대로 떨어졌었다. 사장원의 복귀를 주주들은 반발했고 아버지는 그 위험을 무릎쓰고 기용했다. 모두들 무리한 배팅을 염려했지만 부사장은 기꺼이 우리 아니 아버지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덕분에 영숙 그 년이 우리 집에 들어오는 계기를 만드는 아픔이 있었지만.
결국 할아버지의 신념을 믿었던 아버지의 판단이 옳았던 것이다.
박비서는 사장님이 찾는다는 전화를 받고 올라갔다.
나는 잠깐동안의 헤프님을 생각하며 웃었다.
명품코너에 들려나볼까 했지만 요즈음 나를 보고 수군거리는 직원들 때문에 관두었다.
엘리베이터로 올라섰다.
직원 하나가 나를 보고 흘끔거렸다.
뭔가 말도 붙여보고 싶은 모양이었다.
명품으로 둘러쳐진 나를 보고 놀라는 눈치였다.
'좋은 건 알아가지고. 사귀어보고 싶겠지. 하지만 넌 내 취향이 아니다!!!!@@@@@@@@'
몇몇이 사무실로 들어갔다. 회의실이라고 쓰여졌다.
유리로 처리되어 안이 훤히 보였다.
어디선가 낯익은 여자가 보였다.
'노출증????????????'
그 년이었다.
이상하게 가슴이 뛰었다.
'그래. 오늘 구매부 간담회 있다고 했지? 그럼 구매팀에 있다는 소린데.....
응, 너 딱 걸렸다.'
당장 들어갈려다 멈췄다.
사실 난 여기 회장이지만 말만 그렇지 결재권도 없는 상황이다.
다만 회사 돌아가는 거나 알라고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미래전자이고 이 백화점에 지분이 제일 많아서 어쩔수 없이, 제 2의 사장원을 만들 수 없어 있는 것 뿐.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남들은 아버지가 회장이고 사장인데 아들인 내가 회장이고 아버지가 사장이니.....ㅋㅋㅋㅋ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 내가 이 회사에 있는 이유다!!!
'사장 ...... 원.....그리고 노출증.....'
난 침착하게 기다렸다.
생각보다 회의가 길어지는 것 같았다.
그 년은 시종 침착한 태도였다.
어제처럼 섹시하지도 않았다.
그저 백화점 직원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매력도 없어보였다.
그렇지만 심장소리는 여전히 ,,,,,
드디어 회의가 끝났다.
그 년은 다시 한 번 서류를 뒤-적여 보았다.
다행히 제일 나중까지 남아 있었다.
'화 좀 풀렸니?'
고개를 들더니 정말 놀라는 모습이었다.
"혼자만 일해? 왜 그렇게 바빠?"
"여긴 웬 일이죠? 보시다시피 여긴 회의실이고 구매 담당자를 만나려면 아래층으로 가셔야 할 건데에, 전 바빠서 이만."
"왜 자꾸 피할려고만 해? 아직도 나한테 화났니?"
"화낼 가치라도 있니?"
드디어 날 인정하는 눈치였다.
"내가 그렇게 가치가 없니?"
"오늘 회의 결론이 뭔 줄 아니?"
"뭐라고 했는지는 관심없고 점심이나 먹으러 가자."
"좋은 구매를 위해서는 협력업체와의 관계가 좋아야 하고 물론 상품이 좋아야 하는 건 당연
한 거고 그러므로써 더욱 커다란 시너지 효과를 상호간에 얻어야 한다는 거야."
"좋은 회의를 가졌네."
"너와 난 별로 좋은 협력관계는 아닌 것 같다. 상품이 일단 불량이거든."
그 년은 소리나게 서류를 챙겨서 나갔다.
난 재빨리 그 년을 쫒아갔다.
"튕기는 거니? 난 결코 불량품이 아닌데도. 보석일 수도 있다구."
"니 부모가 돈봄 있나본데 돼지 목에 진주를 건다고 그게 빛나 보이니?"
"후회할 텐데...."
그 년은 종종 걸음으로 다시 걸어갔다.
내가 엘리베이터 앞을 막아서자
10편 기대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