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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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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비4


BY 허공 2003-09-07

다음날부터 나의 하루일과가 바뀌었다.

그 남자를 만나기전에는 출근하고 점심때나 퇴근후에는 친구들을 만나서 수다를 늘어놓거나 가끔은 고모와 영화를 보러 가는것이 고작이였다.

매일 아침 눈뜨면 그남자를 만나서 무얼할지 고민도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우리는 휴일을 맞아 산에 놀러 가기로 하였다.

아침일찍 일어나서 먹을것을 대강 준비하고 우리는 고모네 가게앞에서 만나 청량산을 향해 차를 몰았다

"미영씨는 꿈이 뭔가요?"

"지금은 좋은 남자 만나서 시집가는게 꿈이죠.

매일 엄마한테 안시달리도 되고.누구집딸은 어디로 시집가서 잘산다더라.....하면서 그래서 빨리 갈려구요...효도하는셈치고.....

그남자는 웃었다...

"왜 웃어요"

"이야기가 재미있잖아요....효도하는셈친다니까....

효도를 하자는건지,말자는건지, 이해가 안되어서....

"쉽게 말하면 효도를 하자는거죠"

"근데 남자는 있나요?혼자서는 못하는 일이고.....

"이제부터 저 좋다고나서는 사람있으면 갈래요"

"남자면 무조건 조건이 되나요?

"아니요....제일먼저 저를 사랑해야하고...성격도 좋아야하고...직장도 있어야하고..그외는 안따질래요"

"그럼 저도 후보는 될수 있네요?

"생각을 한번 해보죠...후보등록을 시킬지...

이런 저런 이야기를하는동안 차는 산입구에 도착했다.

산은 참으로 멀게 느껴졌다....

얼마를 걸었는지 너무 힘들어 졸졸 흐르는 숲속의 계곡에서

오늘하루 산행을 끝내고 싶었다.

"도훈씨,도저히 못가겠어"

"조금만가면 정상인데..........

"나 여기 있을테니까 혼자 갔다오면 안될까?

"안돼"

"그럼...조금만 쉬다가 다시가자"

"응"

우리는 흐르는 물에 발을 담그고 어린아이처럼 물장구를 치기 시작했다.

다시 오르는 산행은 둘을 하나로 만드는 시간이였다.

손을 끌어주고 ,업어주고,뒤에서 밀어주면서 올적의 서먹함은 산을 내려 올때는 전혀 없었다.

입짧은 나를 위하여  식당에서의 배려와 커피를 즐기는 나를 위하여 보온병에다 커피를 담는것도 잊지 않았다.

"생각보다 많이 자상하구나....라고 혼자서 생각하면서 그날의 산행은 끝이 났다.

"엄마".......라고 부르는 소리에 난 현실로 돌아왔다.

"왜"

"시장에 가서 옥수수 사 온다더니.......

"맞네....엄마가 깜빡했어....미안해서 어떡하지?

"그럼 내일은 사가지고 와"

"응.....피아노학원 갔다왔어?

"응....벌써 갔다왔지."

"그럼 씻고 우유마셔".

"네"

딸아이는 돌아서서 무어라고 이야기를 했지만 나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저녁을 지어놓고 아이아빠를 기다리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응 난데 오늘은 친구들하고 한잔하고 들어갈께"

"네....조금만 마시고 와"

"응"

아이에게 밥을 주고  엄마는 왜 안먹는냐는 소리를 뒤로 한체 난 방으로 와서 경숙이에게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응 저녁 먹었어"

"좀전에"

"너 오늘 왜그래......맛있는 차도 사주고 ....드라이브도 시켜주었는데......몸은 ...?

"괜찮아"

"그 찻집이 너무 마음에 들어 병난것 아니야"

"아니야......그런데 그남자 너 잘아니?

"응 조금.....우리집에 가끔 전구사러와....

"언제부터"

"한 일년 되었지?.....그전엔 우리앞집가게에서 샀나봐

그집에 없는전구가 그날 우리집에 있었거든

그런데 그남자에 대해 왜 물어?

"아니 그냥 궁금해서"

"처음에는 그런 찻집하는 줄 몰랐어.....나도 두달전에 우리고객이 차한잔 사준다고해서 따라갔더니....그사람이 사장이래....

"그런데......결혼은 한것 같지?

"아니 ......아직.....

"그럼 혼자"

"응 무슨 이유가 있나봐......

"무슨 이유.....

"잘은 모르는데.....사랑했든 여자는 있었나봐......

"그렇구나!

"너 봤지? ....그 억새부케말이야.

"응"

"그사람이 그부케를 자기 생명처럼 여긴데.....그런데 이상한것은 그사람이 사랭했던 여자가 이 도시에 있데...그래서 그 찻집에서 기다리는그래...

"내일 아침에 다시 전화할께"

"응"

난 어느새 내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훔치면서 거실로 나갔다.

"우리딸 자는 시간이네"

"네...안녕히 주무세요"

"엄마딸 잘자"

딸아이가 방으로 들어가고 난 생일선물로 받은 양주를 들고 방으로와서

"왜 ?...이제 돌아 왔을까?

그 수많은 시간속에서 얼마나 아파하고 힘이 들었는지

그사람은 알고 있었을까?

한잔한잔 마시는 동안 난 억새부케의 주인공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