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여름의 막바지인 9월초순이였다.
난 개인 사무실에서 비서겸 경리였다.
사장이 아침부터 일이 꼬였다면서 투덜거리고 ......
난 사장의 눈치를 피하여 사무실을나와 도로건너편에서 수퍼마켓을 하는 고모에게 갔다
"고모"
"이 시간에 웬 일이야?
"사장눈총피해서 도망왔어....무슨일이 있는지 계속짜증내잖아
"요즘 어렵나보네....어제도 기분이 별로이던데
"어제봤어"
"응..담배사러 왔더라
그순간 내가 일하는 옆건물의 김도훈씨가 아이스크림을 들고 계산대앞에 서 있었다
"안녕하세요? 아침부터 웬 아이스크림은?
"네...속이타네요.어제 과음 했더니
"그럼 음료수를 마셔야죠?
"아이스크림이 해독제랍니다.
"이제 들어가봐야겠다.고모 나중에 또 올께"
사무실앞에까지 김도훈씨랑이야기하면서 오는데
이남자 느다없이 먹던 아이스크림을 나에게 넘겨주고
앞에 오는 중년의 남자에게 인사를 하더니 한참을 이야기를하고
나의 손에 쥐어진 아이스크림은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순간 나의 눈에 쓰레기통이 보였고 난 미련없이 버렸다.
버리고 돌아서니
"남의 아이스크림은 왜 버리는 겁니까?
"다 녹았는데요 .
"저녁에 하나 사드리면 되잖아요?
"그럼 저녁에 꼭 사 주십시요.
"네 퇴근하고 고모가게로와요.
"네 ....좋은하루...
뒤돌아서서 손을 흔들면서 그는 사무실로 들어가고 나도 내 일상으로 돌아갔다.
"어이미스김...은행좀 갔다오지? 오면서 서사장 사무실에 들려서
내가 맡겨놓은 서류달라고해서 받아와.
"네"
시내에 나오니 가을이 아니라 여름 같았다.
하늘을 쳐다보니 맑고 맑았다......서점앞에서 얼쩡거리는데
누군가가 나의 어깨를 두드렸다
"여기서 뭘하시는건가요?
그러고 보니 난 서점앞에 선전용으로 온 유리를 도배해놓은 잡지기사들을 읽고 있었다.
"그냥........
"책한권 사드릴까요?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데...
거절할 시간의 여유도 주지않은체 성큼 나를 데리고 서점안으로 들어섰다.
"골라봐요.
"어떤분야의 글을 좋아하는지?
"잡지책요"
"아......잡지책이라....
그사람이 고른 책을 들고 그남자랑돌아오는길에
"아참 볼일이 있는데..어휴 잊을뻔했네"
난 옆건물의 서사장 사무실로 향하여 발걸음을 옮기고
"이건물에서 일하시죠?
"네"
"몇층인가요 ?
"네3층입니다"
"그럼 같이 가시면 되겠네요..저도 3층에 사장님 심부름가는데....
"네"
엘리베이트속에서 어색한 분위기는 여전했다.
"전 이쪽으로......
"네 저도 그쪽인데.....
맨끝에 있는 사무실까지 그남자는 따라오고 내가 문을 여는순간
"저가 일하는 사무실인데.....
"아!그러세요 한번도 뵙적이 없잖아요...
"매일 밖에서 비지니스를 하느라.....
"안녕하세요?
"응 미스김 요즘엔 자꾸 이쁘지네"
"그대로인걸요....사장님이 이쁘게 봐 주셔서 그런거예요"
옆에 서 있는 남자에게 서사장이 한마디 했다
"어떻게 김군이 미스김하고 같이 들어와?
"네 ...요 앞에서 만났습니다."
"김군은 미스김을 아나?
"네...길건너편 슈퍼에서 자주 마주쳐서....
"응 미스김 고모집이지?
"네"
서사장은 서류봉투를 내밀면서 김군과 한번 사귀어 보라고 귀뜸했다. 난 웃음으로 대답하고 내 사무실로 돌아왔다.
친구들과의 저녁약속을 미루고 난 김도훈씨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주기위해 그의 사무실로 전화해 레스토랑에서 만나기로 했다
몇번씩 거울도 보고 옷맵시도 챙기고 거울을 보면서 꼭 선보러가는 처녀의 마음같았다.
정각 6시가되자 레스토랑문을 열고 들어섰다
그남자는 창가의 자리에 앉아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안 늦었죠?
"저도 방금 왔는데...
"뭘로 드실건가요...난커피 마실건데 그쪽은?
"아이스크림으로하죠"
난 주문을 시키고 그남자를 쳐다봤다...참으로 잘 생긴 얼굴이였다
목소리는 라디오에서 들을법한 성우의 목소리라고 생각하는 순간
"저 혹시 애인 있으세요?
"아니요...아직은....
"네...잘되었네요.저도 아직은...우리한번 사귀어보면 어떨까요?
난 웃었고 그남자는 허락으로 받아들였다.
다음날부터 우리의 만남은 정식으로 시작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