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근로자로 나가신 아빠는 일년만에 귀국을 하였다. 아빠의 귀국을 눈이 빠져라 기다렸던 오빠와 나지만 반가움을 내색할 수 없었다.
집에 아빠가 있으니 예전처럼 우리남매를 막 대할 수 없었던 새엄마는 아빠의 출근이 시작되고 본색을 더러내고 있었다.
갈수록 태산이라더니 이젠 아빠도 우리 남매를 업신여기고 은근히 새엄마의 구박을 즐기고 있었다. 어린 나이지만 죽지못해 살아야만 했던 우리 남매는 친엄마를 찾아가기로 작정을 하였다. 우선 돈이 필요했다. 새엄마가 외출한 새를 틈타 집을 뒤지다 보니 만 오천원 가량 돈이 있었다. "자야 가자 ..."
외갓집이 포항이라는 것만 믿고 오빠와 난 대구행 기차를 탔다.
대구역에서 포항까지 가는 기차가 없어 우리 남매는 어느 버스터미널로 갔다.
버스터미널에 도착하니 어느새 주위는 어두워져 있었다.
포항발 버스를 타기 위해 헤매이는 우리 남매를 턱 하니 붙잡는 손이 있었다.
커다란 손의 힘에 놀란 우리는 헉 하고 뒤를 돌아보니 이상한 모자를 쓴 아저씨였다.
"너거 이 밤에 어데 가노?"
어린 아이둘이서 저녁에 터미널을 기웃거리는 것이 이상해보였나보았다.
"아 예..포항 갈라하는데예..어디서 타야 돼예..?"
" 머? 포항 간다꼬... 이것들이 겁도 없이.. 느거 집이 어디고..?"
순간 내가 겁을 먹었나보았다.
"저기요....구민데여..포항에 엄마한테 갈라카는데여..."
"머라꼬...이 어린것들이 겁대가리 없구로 머라캐샀노..."
아저씬 오빠를 불러 자초지종을 들었다. 한참의 대화끝에
"내가 낼 구미 갈 일 있는데 내가 너거 구미까정 델따줄꺼이니까 그리알고 너거 오늘 여서 자라.. 도망갈 생각말고.. 지금 도망가 봤자 포항 가는 차도 없다 잉..."
한번더 다짐을 준 아저씨는 사무실 안의 쇼파를 붙여 우리의 잠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야들아... 인나라.. 언능 가자 .."
아저씨의 다그침에 눈을 뜬 우리는 아저씨의 팔에 잡혀 버스에 올랐다.
우리집이 훤히 보이는 고속도로 갓길에서 차에서 내린 오빠는 내손을 잡아끌었다.
"자야.. 빨리 가자..." 혹시나 새엄마나 동네 사람의 눈에 띄일 생각에 무작정 뛰었다.
"오빠야.. 인제 집에 드가나..?"
한참을 가던 오빠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아이다.. 우리 다시 포항 가자.. 이번에는 안걸리게 조심해서 가는기다..."
오빠와 난 다시 기차에 올랐다. 대구에 도착한 우리는 드디어 포항을 향하는 버스에 오를 수 있었다. 무지 떨렸던것 같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엄마를 만날 수 있다. 야호~ 가슴이 막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포항 시외터미널에 도착한 우리는 난간에 부딪치고 있었다.
아주 어렵게 어렵게 큰 외삼춘과 전화연결이 되었다. 시내 근처의 어느 약국앞으로 오라는 삼춘의 말에 우리는 택시를 타고 당당하게
"아저씨 00 약국으로 가주세요.."
고개를 갸웃거리던 아저씨는 한참을 헤매이다 더 못 찾겠다며 돈있냐구 묻는다.
"저기요... 천원밖에 없는데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을 하자 그 아저씬
"고마 댔다.. 그거라도 주고 내리라...."
주위는 벌써 어둠이 내린다.
"오빠야 전화한번 더 해바라..."
삼춘과 통화를 한 오빠는 택시를 잡는다.
"오빠야 돈도 없는데 택시 타면 어짜노.."
"괘안타 삼촌이 돈 없다카니까 택시타고 00약국 앞으로 오란다 삼촌이 돈 준다고.."
어둠을 타고 달리던 택시가 멈추었다.
과연 이번엔 제대로 왔을까....
갑자기 누군가 차문을 열어쟂힌다.
"아이고... 야들아... 어여 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