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군사지역은 모두 시골인지 모르겠습니다.
시골의 오일장이 거의 그렇듯이 좁은 길목의 끝까지 물건들을 깔아놓고 여기저기서 흥정이 벌어지고 길 한 복판을 장악하고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반가워서 말씀이 길어지십니다.
유리도 부지런히 장을 봅니다. 야채가게 앞에서 유리 멈춰섭니다. 시골의 좋은점은 좌판장사라해도 손님을 기억하고 오다가다 인사까지 나눈다는거죠.
배추가 아주 싱싱해 보입니다.
유리 (배추를 이리저리 살펴보고)얼마에요.
아저씨 한 단에 삼천원이에요. 언니 물건 좋아. 이거봐 (배추를 들어보이네요)
유리 (배추를 받아들다가 떨어트리고)어!!
아저씨 (웃으며)에고...우리 사모님 보기만큼 연약하시네. 고것도 몰들어?
유리 ..........
아저씨 언니 요즘 어디 아픈가봐?? 혈색이 않좋아.
유리 그냥 그래요. 아저씨 이거 배달좀 해주세요.
아저씨 아직 거기 관사에 살죠? 지금은 좀 그렇구 이따가 한....세시에 배달해주께요.
유리 그러세요.
유리는 돌아서면서 손을 주물럭거리며 만지작 거립니다. 요즘따라 운동신경이 떨어지는것 같은게 영 맘이 불안합니다. 맞은 편에서 군복입은 남자가 걸어오다 아는척을 합니다.
황상사님 이군요. 배만봐도 압니다. 사람좋은 양만큼이나 볼록 나왔거든요.
뒤에 비쌱마른 사병하나 낑낑거리며 이것 저것 들고 옵니다.
황상사 어이구...장보러 오셨어요?
유리 (멈칫 놀랍니다) 에.....뭐 사러 오셨나봐요?
황상사 오늘 중대 체육대회라서 애들좀 매길려구요. 기냥 이것 저것 좀 샀어요.
(사병을 돌아보며)아!! 기운좀 써. 젊은 놈이 고깟것 같고 낑낑대냐?
누가보문 대한민국 군인들이 다 너마냥 시들거리는줄 알거아녀?
사병 예. 알겠습니다.
황상사 에구...비실거리긴....순대 먹을래? 요 앞에가면 맛있는집 있는데..
너 순대 좋아하지? (사람좋게 씰씰 웃습니다.)
사병 (입이 벌어집니다)에..
유리 그럼 일보고 가세요.
황상사 (유리가 생각난듯)아..예. 들어가세요.
유리가 지나쳐가자 황상사 고개를 갸우뚱 거립니다.
황상사 어디 아픈가? (사병을 돌아보며) 야...니가 보기에도 좀 아파보이지 않냐?
사병 잘 모르겠습니다.
황상사 (귀엽게 째립니다) 니가 아는게 뭐가 있겠냐? 에그....순대나 먹자.
유리가 의사와 마주 앉아 있습니다. 의사는 아무말없이 챠트만 들여다 봅니다.
유리 뭐가 잘못됐나요?
의사 아무래도 서울에 있는 큰병원에 가보시는게 좋을것 같네요.
유리 어디가 않좋은데요?
의사 정확한건 말씀을 드리기가 뭐하구요 그냥 큰병원에 가서 자세하게 검사를 받아
보세요. 여긴 아무래도 장비도 그렇고....
병원을 나서는 유리의 얼굴이 걱정으로 그늘이 집니다.
정말 오랜만에 효준과 유리가 같이 저녘을 먹습니다.
유리 나 서울에좀 갔다올게.
효준 (먹다말고)왜?
유리 그냥 병원좀 갔다올려구.
효준 왜? 어디아파?
유리 아니..뭐 그냥 검사한번 받아보문 어떨까하구.
효준 그때 나 받을때 받으라니까. 멀리 갈필요도 없이 출장까지 나와서 해주는건데.
유리 나까지 돼?
효준 가족들은 다 해주잖아.
유리 다음에 그렇게 하지뭐.
효준 그래 갔다와. 같이갈까?
유리 그럴까? 다음주에 갈까하는데.
효준 다음주? 다음주에 나 대전에 가야하는데.
유리 왜?
효준 육본에 알아볼게 있어서.
유리 그럼 혼자 갔다오지 뭐.
효준 괞찮겠어? 너 길치잖아.
유리 아무리 길치라두 서울이 내 고향인데 병원하나 못찿을까.
효준 하긴 그렇다. 택시타면 되지뭐. 진짜 어디 많이 아픈것 같기도 하고...
유리의 얼굴을 유심히 쳐다봅니다.
유리 너무 건강해서 탈이다.
효준 하긴 그 몸매에 건강빼면 시체지. 암.....
유리 놀리다 완전히 세상 뜨는수가 있다.
효준 무서워.....
유리 (놀려대는 남편을 보고 모처럼 웃습니다)
병원의 복도를 걷고 있는 유리의 얼굴에 표정이 굳어있습니다.
아직도 의사의 말이 감당이 안되는듯 혼이 나간 사람같습니다.
이미 시기가 지났다는 말......머리에 혹이 있다는 말.....
수술을 받아도 장담할수 없다는 말....
아무렇지도 않게 덤덤한 표정으로 말하던 의사의 표정이 머리속에서 떠나질 않습니다.
병원의 밖까지 어떻게 나왔는지..........
문뜩 정신이 든 유리는 핸드폰을 꺼냅니다.
효준에게 전화를 합니다.
유리 나야.
효준 어. 그래 . 의사가 뭐래? 꾀병이래지?
유리 아니.
효준 뭐야? 진짜 아픈거야?
유리 앞으로 나한테 잘해. 사랑결핍증이래.
효준 (킥킥대기 시작합니다) 세상에 그런병이 어딨냐?
유리 그러니까 있을 때 잘해. 나 죽은 담에 후회하지 말구. 알았지?
효준 예. 알겠습니다. 충성!!!!!!!!!!!!
유리 오늘 맛있는거 먹자. 뭐 사줄거야?
효준 뭐 먹고 싶은데???
유리 글쎄.....
효준이 유리의 먹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봅니다.
효준 너 식성 변했다? 회식때도 회먹으러 간다그러면 인상쓰고 따라오드만 오늘은
왠일로 니가 먼저 회를 먹자 그러냐?
유리 잘 먹어야 건강하구 건강해야 오래살지. 피부에도 좋다며?
효준 피부에 좋다구 누가 그래?
유리 중대장 사모님이 피부에 좋다면서 열심히 드시던데?
효준 (뭔가 이상하긴 하지만..)그래. 많이 먹구 나보다 오래 살아라.
니만 오래살면 내가 억울하지...(회를 상추에 싸서 한 입가득 먹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