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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이 하신 김치를 친정에 나눠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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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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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 상 -2


BY cjung 2003-08-28

군부대 근처의 한 논에서 군인들이 대민 지원을 나와 모심기가 한창입니다.

허풍쟁이 윤일병과 가방끈 긴 신참내기 김이병이 나란히 서서 되도 않는 대화를 하네요.

 

김이병  윤일병님 정말 영어를 그렇게 잘하십니까?

윤일병  니가 지금 가방끈 길다고 나 무시하는거지?

김이병  (쫄아서) 아닙니다.

윤일병  이래뵈두 내가 이태원에서 날렸다는거 아니냐.   거의 전문가 수준이잖냐.

김이병  그러십니까?  (의심스럽긴 하지만)

윤일병  모르는거 있으면 물어봐.   가방끈 길다고 다 아는건 아니잖냐.

김이병  그럼 스페셜리스트가 뭡니까? 

윤일병  스페샬리스트?? (알리가 없다) 스페샬 ! 거 특별하단 뜻이잖어.

김이병  에. 그렇습니다.

윤일병  리스트.  말 그대로 명단.  합쳐서 특별관리 대상 명단. 그게 블랙리스트 담으로

            무서운 리스트 아니냐.  

김이병  (기가 막힙니다.)

윤일병  왜 말이없냐? 내 말이 틀리냐?  (김이병의 어이없는 표정이 못마땅하고..)

김이병  (여기서 말 잘못하면 남은 생활 꼬입니다) 아닙니다.  맞습니다.

 

이런 황당한 대화에 그냥 지나칠 황상사가 아닙니다.   바로 윤일병의 뒷통수를 후려칩니다.

황상사  이그...이그...이 스페셜리스트같은 넘아.   일이나 해.  블랙리스트가 어쩌구 어째?

           특별관리 해야할 인간이 너다 이넘아.

 

멀리서 아주머니들의 넉넉한 새참이 오는군요.   소대장으로 있는 효준의 모습에서 생기가

보입니다.   논두렁으로 뛰어 올라가 아주머니들의 광주리를 내려주는군요.

 

효준      황상사님. 새참 드시고 하시죠?

황상사   예. 좀 쉬었다 하자. (논에서 나가면서) 어이. 스페셜리스트님 가시죠.

 

논 근처에서 다리에 온통 흙이 묻은 남자들이 경쟁이라도 하듯이 새참을 먹고 있습니다.

새참이라봐야 감자, 고구마, 국수등이 전부지만 그저 먹는 사람들은 고맙기만 합니다.

배도 볼록하게 나온 인심 좋게 생긴 황상사도 호들갑을 떱니다.

 

황상사  이런데서 이렇게 먹으니까 꿀맛이네.   놀러온거 같네 그냥.

 

효준도 어울려 앉아서 이것 저것 입에 가득 넣고 있습니다.

 

 

결혼한지 사년이된 효준의 집에선 유리가 저녘을 준비하려 쌀을 씻고 있습니다.

전화벨이 울리자 힐긋 돌아본 유리는 손을 씻고 전화를 받습니다.

 

유리     여보세요?

효준     나야.   나 오늘 회식있거든.  자기 먼저 저녘먹어야겠다.

유리     늦게와?

효준     아니. 될 수있는면 빨리 갈게.  저녘 먼저 먹어라.

유리     알았어.

효준     그래.  끊어.

 

전화를 끊고난 후에 너무도 간단하고 사무적인 효준의 전화에 갑자기 쓸쓸해 집니다.

주방으로간 유리는 씻다가 만 쌀을 쳐다보다가 마져 마무릴 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라면을 끓여 상도 펴지않고 t.v 앞에서 쭈그리고 앉아 라면을 먹습니다.

t.v를 보고 웃고....심각하기도 했다가...그러다가.....잠이 들었네요.

문뜩 문여는 소리에 부시시 일어납니다.

 

효준     (살금 살금 들어오다가 유리가 앉아 있자) 아직 않잤어?  지금이 몇신데 안자?

유리     (뾰루퉁)몇신데?

효준     (씨익 웃으며) 화났어?  미안해.  강중위랑 할 말이 있어서 BOQ에서 얘기좀

            하느라고 늦었어.  난 먼저 잘줄알았지.

유리      자다가 깬거야.

효준      피곤하다. 얼른 자자.

 

 

모처럼 한가한 휴일날인데도 효준과 유리는 둘 다 재미없는 t.v와 씨름을 합니다.

 

효준      (재미없는 듯 채널을 이리 저리 돌리고 있다) 일요일인데 진짜 재밌는거 안한다.

유리      비디오라도 빌려볼까?

효준      됐어.  그냥 오락이나 하지뭐.

 

벌떡 일어나서 컴퓨터가 있는 방으로 들어가 버리는 효준의 뒷모습만 바라보는 유리...

효준은 "뻑인걸."   "나도 껴줘."를 연신 외쳐대는 컴퓨터 앞에서 정신이 없습니다.

유리가 커피를 타서 들어오는지도 모르는군요.

 

유리      (커피잔 내려 놓으며) 우리 밖에 나갈까?

효준      왜? 

유리      그냥...... 구경가자.

효준      시골동네 뭐 구경할게 있다고 나가냐?

유리      그래두 드라이브라도 하자.

효준      나 지금 이거 하잖아.    나중에 가자.

 

유리에게 시선한 번 않주고 오락에만 열중하는 효준이 유리는 얄밉기만 합니다.

할 수없이 유리는 다시 혼자서 거실로 나오고 머리가 아픈지 두통약을 찿아서 먹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접시 깨지는 소리가 요란합니다.   

군복을 입던 효준이 주방으로 향합니다.

 

효준     (접시를 줍는 유리를 보고) 또 깼어?  너 요즘 자주 깬다.  왜 그래?

유리     글쎄...요즘...(효준의 핸드폰이 울린다)

효준     잠깐만.  (식탁위의 전화 받으며) 여보세요?   예. 박효준대윕니다.

           아침부터 어쩐 일이십니까?   예.   예. 알겠습니다.  충성.

           (전화를 끊고) 나 지금 나가야 되는데...괞찮아?

유리     안괞찮으면 출근않하고 나랑 놀아줄려구?

효준     (귀여운듯 째리며 웃는다) 이따 갔다와서 뽀사지게 안아줄게. 됐지?

유리     안뽀사지기만 해봐라.

효준     아이구...음흉하긴...

유리     아이구...출근이나 하셔.

효준     (군화 신으며) 무슨일 있으면 전화해.

유리     알았어.  

 

효준이 나가자 유리 조금전 깬 접시를 돌아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