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춤주춤 뒤로물러서며 방문을 빠져나가는 승진의 모습을 아프게
바라보며 미숙이의 아랫도리에서 흐르는 정액을 보았다.
"미숙아.."
"미숙아....일어나봐.."
그런일이 있었건만 어떻게 이렇게 잠에 취할 수 있는건지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 미숙인 어려서부터 엄마의 혈압을 휘청이게
하는 주범이였다. 학교에 가라고 깨우면서 허벅지가 피멍이 되도록
꼬집어도 모르고 일어나서 왜 멍들었을까 하며 엄마를 기절시키는
그런 아이였다.
그래도 이럴수는 없는거 였다.
"미숙아 일어나보라니까..."
"언니..왜그래..."
"화장실가서 씻고와.."
사태파악을 한 미숙이 아무말없이 욕실로 들어갔다.
출장간다는 사람이 왜 집에 온것인지..그런건 알 필요도 없었다.
살얼음판같은 새벽은 지나고 아침은 밝아왔지만
집안에 들려오는 소리는 아무것도 없었다.
시간은 새벽에서 멈춘것만 같다.
"언니 나 갈께..."
"언니 난...난 어쩌면 이럴까..."
자신의 탓인냥 미숙이 얼굴이 납빛이였다.
"언니......이 사실은 언니하고 나만 알자..무덤까지 가지고 가자.."
미숙이의 입에서 그 이야기가 나오는 순간 터져나오는 오열을
참을 수가 없었다.
내가 해야할말을...하고싶지만 목구멍에서 막혀 도저히 말할수없는 말을 미숙이 했다.
"미숙아...미안해...정말..미안해.."
무너져가는 영숙을 뒤로하고 미숙이는 반쯤 정신나간 여자처럼
아무말없이 집을 나셨다.
침묵은 흐르고 인간의 탈을 쓴 악마같은 승진은 아침햇살을 받으며
창가에 서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당신은 사람이 아니야..인간이라면 그런짓은 할수없었을꺼야..
짐승도 그렇게 안한다고 하던데..그럴수있어? 아무렇게나 휘둘르라고
밖으로 튀어나온거니? 그래서 튀어나와있는거니?
나가면 온갖 잡년들하고 놀아나면서 이젠 처제까지 겁탈을 해?
너가 사람이야 이 개자식아..아니..넌 개새끼보다 못한놈이야..
너 죽어..창문열고 뛰어죽어 죽어 버려 이 개자식아..."
나의 악다구니에도 담배만 빨고 있었다.
그모습조차도 역겹고 내눈을 도려내고 싶었다.
"입이 있으면 말을해봐..왜그런 개같은 짓을 했냐구..말을 해보라구.."
내분에 못이겨 내살을 쥐어뜯었다.
개거품을 물고 그냥 쓰러져버려 새벽녘에 일어난 일들..
아니 모든걸 잊고 버리고 싶다.
미칠수있는것도 복인마냥...미치고 싶었다.
미쳐서 헤죽거리며 거리로 뛰쳐나가 웃고싶었다..
누구에게 말을 해야하는지..친정엄마 친정아빠 남동생들..
시어머니 시아버지..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람들..
무작정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
"여보세요"
잠에서 막 일어난 텁텁한 목소리가 전화를 받는다.
"형님 저 평화엄마에요.."
"엉? 아침부터 왠일이래..목소린 왜그러누..?"
"형님 지금 집으로좀 와주셨으면 좋겟어요.."
"무슨일인데 아침부터 그러니?"
"지금좀 와주세요."
"딸깍"
무어라하는지 형님의 목소리가 수화기를 타고 들렸지만
그냥 끊어버렸다.
평화가 일어나 승진에게 뒤뚱거리며 손을 벌리고 뛰어가
활짝 웃으며 안아달라고 다리를 잡아보지만 승진은 미동없이
시선을 앞으로만 하고 있다.
평화눈엔 내가 바가지 긁는 엄마로 보엿는지 내 팔을 때리며
때찌 때지 하며 목에 손을 두르며 파고들엇다.
어젯밤에 끓여놓은 된장국에 밥을 말아 평화를 식탁에 앉혀놓구
떠먹이며 눈물이 흘렀다.
분위기가 이상해서인지 투정없이 밥수저를 옴팡지게 받아먹는
평화의 걱정없는 얼굴을 대하며 그저 미안한 생각에 눈물만
흘렸다.
"딩동.."
"먼일있니..평화아빠는 이시간에 뭔일로 집에 있어?'
돌아보지도 않는 승진을 바라보며
먼가 일이 터지긴 터진걸 알았는지..머슥한 자릴 평화한테
쏟아붓는다..
"우리 평화 아침 먹었니? 고모 해봐 고오모~~~~~~~~~~~~"
"형님 평화아빠가 어제 말꺼내기도 소름끼치는 짓을 했어요.
막내동생이 집에 와있었는데 막내를 건드렸어요...."
".................................."
"시집도 안간 처재를 그럴수 있어요? 저 어떻게 해야해요?"
".........................."
긴 침묵속에 평화의 장난감 부딪치는 소리만 들린다..
내가 베란다 문을 열고 뛰어내리고 싶다.
"미친놈..어쩌자고 그런 짓을 한거야..재정신인겨..그렇게
평화엄마 속을 썪였으면 됬지..이런일까지 만들고 지랄이야.."
"형님...."
"저 재결합 할때 평화아빠 무릎 꿇고 다시는 바람피지 않겠다고
맹새했던 사람이에요..그런데 또 이렇게 어처구니 없는 일을
저지르고...더이상 버틸 힘이 없어요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
사람과 살수는 없는거 같아요..."
"평화 엄마..다시 이혼하겠다는 말이야?"
"................"
"제가 할수있는 방법은 이것이 최선인거 같네요.."
"에구..이사람아..평화아빠가 참 입에 담기도 민망한 짓은 했지만
평화도 있잖아..그리고 이보다 더한 일들도 겪으며 사는 부부들
많아.. 그냥 묻어두고 살아봐 .."
기가 막혔다.
더한 일을 겪으며 사는 부부들이 많타니...나에게 지금 나에게
할수있는 말인가...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형님..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면 저한테 그렇게 말씀못하세요..
형님 여동생이 아주버님한테 그렇게 당했다면 형님 그대로 덮어두고
사실수있으세요?"
"..............."
"막내도 같이 어떤 감정으로 그랬다면 저도 할말이 없어요..하지만 그런게 아니잖아요. 먹을만큼 먹고 배울만큼 배운사람이
짐승들도 하지않는 짓을 했으니 제가 안미치면 사람이겠어요?
저능아도 그렇게는 안해요.."
주책없이 눈물이 흘렀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말 이런일에서조차 안으로 굽으려하는
김씨집안이 소름끼치고 같이 앉아서 이야기 하는거 조차
역겨웠다.
얼마전에 끝난 티브 드라마에서 형부와 처제간의 사랑에
대해 뜨거운 화두들이 생각이 났다.
그렇지만...이건 사랑이 아닌 그저 동물적인 행동으로 한여자를
범햇다는 사실에 더 분노가 난다.
정신병적인 행동들을 남자들은 그럴수있다는 것으로 묵인하려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너무 무섭다.
"평화아빠와 이젠 깨끗이 정리할께요 더이상의 말은 필요없어요"
"........."
"좀더 생각해보자 평화엄마야.."
"형님!! 형님도 그리 말씀하시면 저인간하고 똑같은 사람이나 다름없어요
형님이 제 상황이라면 저하고 똑같은 결정 내리실꺼에요
한번 이혼하면 두번이혼은 누워 떡먹기라고요?
결정을 내리기까지 얼마나 제 가슴을 난도질 해야하는지 형님
아세요? 그냥 이대로 끝낼께요.."
형님이 어머니 아버지께 어떻게 말씀하시던 전 상관하지 않겠어요.."
긴 침묵은 여전히 이어지고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