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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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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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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 By Nature 2003-08-27

늦게 들어온 남편 동준과 생활리듬을 맞추다 보니 자연히 어린 아들녀석 학교 보내기가 너무나도 버거운 영숙은 오늘 아침도 전쟁아닌 전쟁을 치루느라 부산스럽다.
침대에서 널부러져있는 동준을 무심히 쳐다보다 변기통에 찌그러져 졸구있는 평화를 보채며 대충 씻겨서 가방을 들려서 다녀오라 채근해서 보내고 시계를 보니 딱 십오분...
이런 엄마가 있으려나 하는 생각에 웃음도 나오고 쏟아져 오는 모자라는 잠에 쓰러지듯  침대로 향하고 동준의 더듬는 손을 뿌리치며
꾸역꾸역 이불속 깊은 속으로 파고들었다.

"평화 엄마 밥줘라 배고프다"
"......."
"평화 엄마...배고프다니까.."
"너가 챙겨먹어...나 지금 손가락하나 움직일수가 없다."
투덜거리는 동준을 뒤로하고 쏟아지는 잠으로 더 깊이 잠수해 들어갔다.
"씨팔...평화가 밥달라고 하면 잽싸게 챙겨줬을꺼야..저건 지아들밖에 몰라..씨팔.."
씨팔을 찾던 엿팔을 찾던 영숙은 못듣는척 해버리고 돌아누워 버린다.
지아들이란 단어에 잠이 달아나버리며 몇일전 나를 힘들게 햇던 동준과의 일들이 구렁이 담넘듯 떠오른다..

"슬기엄마  우리 애들 신발사러 안갈래? 우리 평화놈 신발 한켤레 사줄려고.."
옆집사는 슬기엄마를 꼬드기니 돈 나올구멍이 없다고 죽는소리하길래 평화 데리고 자전거 끌고 가서는 평화 신발만 한켤레 사들고 온 날부터 시작이였다.

저녁설겆이를 하며 치밀어오르는 가슴답답함으로 싱크대 문을 열고 냄비뒷쪽에 숨겨둔 소주병을 더듬더듬 손으로 찾아 꺼내보니..딱 크라스 한컵 남았다.
딱딱 긁어 컵에 부어서 따라마시곤 빈병은 잽싸게 뒷베란다 재활용통에 넣어버리곤 입 한번 훔치고 나머지 설겆이를 끝내고나니
기분이 좋아진다.
자라고 고함쳐놓은 아들녀석은 벌써 꿈나라를 헤매는지 코고는 소리가 요란하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내 목숨같은 자는 아들놈의 얼굴을 잡고 뽀뽀를 하다가 무심결에 전 남편생각이 불쑥 났다.
크면 클수록 눈언저리가와 성격씀씀이가 전남편을 생각나게 해서
가끔씩 내 속을 뒤집었는데 요즘들어 부쩍 그런 구석을 자꾸 발견하게된다.
그럴때마다 내가 할수있는 일이라곤 싱크대를 뒤져서 소주한잔 마시고 쓰윽하고 입닥듯 털어버리는 일이였는데..
밤이 깊어서일까..오랫동안 지워지지가 않는다.
"띵똥"
시계를 보니 11시가 넘었다.
현관문을 여니 동준의 땀내와 술냄새가  집안으로 역류한다.

"자기야 ..나 술마셨다.."
"그랬니..좋켔다.."
비유틀게 한마디 던지고 냉장고로 향하는데....
"어어...평화 신발 사줬네....내 신발은...내 신발은 ..자기야.."
"김동준 넌 신발 많이 있잫아..."
갑자기 동준이 눈꼬리가 치켜 올라가더니...내 속을 긁어대기 시작했다.
"야 내가 샌달 하나 사달라고 한개 언제부터 인데 너 내가 물로보이냐..니 아들만 사람이고 난 개냐..돈 벌어다 주는 개냔 말이야..씨팔"
금방 쓰러져 잘것같은 사람이 눈에 불을 켜고 퍼붓기 시작했다.
그런다고 내가 잠자코 있을 차영숙도 아니지..
"넌 그래도 당장 신을 신은 있지만 평화는 신발이 작아져서 사준거야 왜 아깝냐?.."

언제나 시작은 이렇듯 아이때문에 시작이 된다.
몇일전에 밑에 미장원여자와 비디오여자와 늦게까지 술마신거 때문에 벼루고 있었던 것 같다.

"넌 말이야 내가 하지말라고 한거는 절대로 들어주는 여자가 아니야..."
"낮에 술마시는거까지는 좋타 이거야.."
"내가 들어오기 전까지는 집에 들어와 있어야 하는거 아니냐"
"술먹는거 싫어하면 안먹는게 좋은거 아니냐..니가 날 개같이 보니까 내가 하지 말아달라는거 꼬박꼬박 하잖냐 씨팔"
"그렇게 술 늦게까지 퍼먹으면서 남자들 꼬시고 그러는거 아니야?"
머리끝이 쭈빗쭈빗 서버리는거 같았다.
영숙은 동준의 말에 두 주먹을 불끈쥐며 담배를 찾아 물었다.

"야 내가 너같은 줄 알어?"
"밖에 나가 술은 마셔도 남자랑 같이 마셔본적은 없어 이 씨팔놈아.."
"너가 나 술 먹는거 모르고 결혼했어?"
"나도 술마시고 싶을때 나도 편하게 술마시고 싶어? 넌 나가서 일힘들었다면서 직원들이랑 같이 술먹고 들어오잖아. 그래..나도  그럴때 있어서 마시는거야."
악다구니를 하며 말하는 나에게 동준은 손이 올라왔다.
거칠게 내 뺨을 향해 몰아치는 손지검에 피할 사이도 없이 뒤로 나뒹굴정도로 맞고는 터진 입술에서 주루룩 흐르는 피를 손등으로 씨익 닦으며 동준앞에 기세등등하게 섰다.
"더 때려봐 이 개새끼야.. 나 죽고싶은 년이야 더 때려 더 때리라고..."
손에 닫는건 무엇이든지 다 뜯어놓겠다는 증오에 찬 심정으로 동준을 향해 손톱을 새우고 덤비지만 낙아챈 내 손목은 그져 허공만 휘져을뿐이다.
분하고 넘 억울했다.
살아가는게 너무 힘들어서 더 크게 울었다.

동준과 만나 산지 4년.
이렇듯 서로에게 생채기를 내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거에
영숙은 지친거같았다.

세번째인 이남자와 혼인신고도 안하고 산지 1년
일곱살 연하의 동준과 살기엔 영숙은 너무 초라했지만
끈질긴 그의 구애와 보살핌에 그와 합쳤는데..
친정엄마가 동준과 십년을 살면 사람 대접해주겠다해서
이를 악물고 살아보려 버텨봤지만 점점 힘들어지는 영숙이였다.

이나라에서 두번의 이혼을 한 여자는 집안에서도 사람대접을 받을 수 없다는거에 가슴 한켠을 비워두고 살아가고 있지만...

이러면 이럴수록 동준이 밉다기 보다는 영숙의 첫번째 남편이였고 평화의 아빠였던 승진씨가 증오스럽고 그를 점점 닮아가는 평화가 미워지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