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전마마...감축 드리옵니다.."
"연아..어서 오거라..훗..민망하구나.."
"중전마마..어제 주상전하께서 납시었다는 전갈을 받고
소인 얼마나 기뻤는지..후훗..
죄송하옵니다..그렇지만, 소인 그 마음 다 압니다.
한 나라의 국모이기 이전에 한 남자의 아내가 아니시옵니까.."
"후훗..연아..고맙구나..
그나저나 니가 그렇게 기뻐해주니 내가 용종이라도
잉태한것 같구나."
"마마, 아니될것도 없지요.."
휘둥그레진 중전마마의 모습을 보며 나는 고쟁이 주머니에서
한약을 몇봉지 꺼냈다.
"연아..이게 무엇이더냐.."
"마마..제가 임신때문에 고생하던때에 먹던 한약이옵니다. 힛..
마마께 도움이 될까 싶어 가져왔사옵니다."
"뭐라...이런 고마울데가..그런데 탕약이 어찌 이렇게 생겼더냐.."
"마마..이건요..그냥 이렇게 쭉 찢어서 드시는겁니다.
김상궁...그릇 좀 가져오시오.."
김상궁의 얼굴이 영 아니올시다네..큭..
내가 요즘 너무 안하무인이였던가..
"마마..좀 쓰지만 그래도 효험은 있사옵니다.
제가 아기를 낳질 않았겠습니까..크큭.."
"뭐라...? 그렇담...니가 애기엄마라더냐.."
"네......사실은요..그렇사옵니다.."
"후훗...참..너는 특이하구나..구중궁궐에 에미가
나인으로 들어오다니..니가 궁궐의 역사를 다시 쓰는구나.."
"헤헷..." 에궁..그러고보니 우리 민이가 생각나네.
흑..보고싶다..잉..
다음날 아침, 문안인사를 드리러 중궁전에 건너갔는데,
마마의 얼굴이 수척해 지셨다..
"마마...연이옵니다..오잉? 혹시나 약때문에 그러시옵니까.."
"오냐..연이 왔느냐..아니다..그건 아닌것 같고..
밤새 어찌나 머리가 아파오던지..잠을 못 잤구나..
방울소리도 들리는것 같고..
아무래도 내 몸이 더 약해지는것 같구나.."
'오잉? 그렇담....이 영악한 희빈이 드디어 일을 꾸민걸까..?'
"마마...안심하옵시고 주무소서..
제가 희빈을 뒷조사 해봐야 겠사옵니다."
"연아..나때문에 니가 그럴것 없다. 희빈이 얼마나
독한 사람인줄 아느냐..궁궐 곳곳에 자기사람을
심어 놓고 늘 중궁전의 동태를 살피는데, 행여나
니가 구설수에 휘말릴까 두렵구나.."
"마마..걱정마시옵소서..이미 책에서 다 보고 왔으니까요..
참..한약 이따가 꼭 드시구요.."
그날밤, 어둡기 만을 기다리다가, 살짝 빠져나왔다.
'에휴..좀 으시시 하긴 하네..'
방짝 나인들이 같이 가겠다고 하는걸 말리고 나오는길이다.
분명 희빈의 처소쪽에 신당이 있을것이다.
마마가 들으신 방울소리도 거기서 나왔을 것이다.
취선당에 이르자 정말 방울소리가 딸랑거렸다.
'흠....장희빈..너 딱걸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