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8.16
비가 온다.
전기공사 일꾼들을 기다리는 노친네
이 산골에 말벗이 없어 갑갑한가 보다.
야아야.막걸리 한사바리하고 밥묵자.
술꾼의 집안!
아침부터 벌게진 얼굴로
내가 강아지마냥 꼬리치기를 바라는지
자꾸 날 걸고 넘어진다.
까막눈인 노친네에겐 드럼세탁기가 너무 어렵다.
세탁기 돌리자 속옷을 들고 온다.
야야,이것도 같이 빨아라.
세탁기 문이 열리지 안자,
식칼을 들고 왔다.
아무리 안된다고 해도,
설명해도
노친네에겐 안통한다.
본인에겐 너무 어려운 세상이다.
그리고 세탁기가 넘 불쌍했다.
노친네에겐
자기가 모르는 세상이 화가난다.
세탁기도
얼마전에 폭팔한 전자렌지도,
쿠쿠압력밥솥도 노친네에겐 뚜껑을 열어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식칼 난도질을 당했다.
독일산 쌍동이 식칼도 언제 당했는지.........끝이 부러졌다.
며느리가 무시한다.
며느리가 쓰는 물건도 무시한다.
우리 노친네 어디로 가서 마음을 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