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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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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작2


BY 희수 2003-08-18

뭔가 새로운 생활이 필요했다.

 

수혁이 오빠랑 살면서 생긴 가전 제품들을 학교 후배들에게 인심쓰듯 후배들 자취방에

 

남겨 줬다.

 

사연도 모르는 후배들이 고맙다고 연신 인사를 했고.....난 그냥 씁쓸한 웃음으로 나중에

 

공부 열심히 해서 잘되면 소주 한잔 사면 된다고 하고 나왔다.

 

구석 구석 수혁이 오빠의 물건들이 있었다.

 

물론 전세긴 해도 이집도 오빠가 구해준것이고 가죽 쇼파며 모든 가구들 역시 오빠가 해준것

 

이었지만 당장 그것들을 치울수는 없었다.

 

모든 것이 정리 된것 같다.

 

옷장에 몇장 남은 티셔츠와 세면도구들은 모두 버렸다.

 

그래 잊자 ....잊어....

 

집앞 마트 갔다.

 

양념이 된 오징어와 소주 몇병 들을 사서 집에오는 길에 예쁜 장미꽃 열송이도 함께 사 왔다.

 

그새 응답 전화기에 몇개의 메세지 들이 남겨져 있다.

 

[첫번째 메세지....누나 가게는 도대체 나오는 겁니까 마는 겁니까..이렇게 신경 안써도 되는

 

거예요? 누나가 안나오니까 재미도 없고 오는 손님들도 누나 어디 갔냐고 찾아요...

 

수혁이 형이 몇일 전에 오셔서 가게 이름 누나 이름으로 바꿨다고 하면서 이런 저런 말씀 하

 

시더라고요...암튼 누나 힘든 상황인거 알겠는데요..빨리 기분 전환 해서 나오세요...

 

내일 오실거져? 뭐 전 맨날 여기서 있는 놈이니까.....계~~~~속 기다릴께요....]

 

[두번째 메세지.......접니다.   손수혁 이요...핸드 폰이 꺼져 있던데 집에도 안계신가 보

 

져? 그냥 전화 했습니다...그럼]

 

[세번째 메세지...... 아직 안오셨나봐요...나중에 다시 전화 하겠습니다.]

 

 

핸드폰이 왜 꺼져 있지 라고 생각하며 전화기를 보니 전원이 나가 있었다.

 

핸드폰을 켜고 식탁에 앉아서 나 혼자 만의 술상을 봤다...예쁜 꽃도 화병에 꽂아 그옆에

 

두고 평소 즐겨 듣는 애냐의 씨디를 틀었다......

 

 

술잔에 술을 담아 한잔 마시려고 하는데 왠지 처량한 기분이 든다.

 

음악을 끄고 티비를 켜본다.

 

나의 기분과는 상관 없이 티비속 그들은 뭐가 그리 좋은지 웃고 떠들고....

 

 

그렇게 티비를 보며 마신 술이 벌써 두병 반째다...

 

취기가 돌아서 엄마 아빠 께도 전화를 하고 언니들과도 전화를 한다.

 

왜 술만 먹으면 가족들에게 이렇게 미안한건지.....

 

그렇게 , 그렇게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잠이 들었다.

 

 

 

 

벨소리에 눈을 떳다.

 

(누구지 ? 이른 아침부터...혹시 수혁이 오빤가?)

 

"누구세요?"

 

"접니다. 손수혁!"

 

"네? 누구시라고요?"

 

"손수혁이요."

 

믿겨지지 않았다. 아니 믿을수가 없었다.. 어떻게 저사람 여길 알고 찾아 왔지?

 

 

저사람 스토커 아니야? 하고 생각하는 순간.

 

" 그냥 괜찮다고만 말해요... 그럼 더이상 귀찮게 안하고 돌아 갈께요.. 괜찮으신 거죠?

 

"네? 뭐가요? "

 

하며 문에 달린 동그라미 속으로 그의 모습을 봤다...동그란 안경에 스포츠 머리....검정색

 

옷을 입은 남자가 보인다....

 

"어제 생각 아나세요?"

 

"일단 들어 오세요."

 

하며 문을 열었다.

 

"처음 부터 이런 식으로 인사 드리고 싶지는 않았는데 ....일단 처음 뵙겠습니다. 제가 그

 

손수혁 입니다."

 

"앉으세요..."

 

"휴......술냄새...혼자 사시나 봐요.?"

 

"네."

 

"여자 혼자 사는 집에도 술냄새가 나는 군요. 도대체 얼마나 마신 겁니까?"

 

"어떻게 아셨어요......혹시 ....."

 

"네...어제 제가 전화를 했더니..수혁이 오빠 빨리와....잉잉...하면서 막 울더군요."

 

"제가요?"

 

"아니 얼굴도 모르는 제가 그렇게 보고 싶냐고 하니까....같은 소리만 반복하고...

 

그럼 집 주소라도 알려 달라고 하니까....어떻게 여길 모르냐고 화를 내더라구요..

 

그래도 알려 달라고 했져...많이 취하신것 같아서...무슨 일이 있나 하고...

 

그래서 주소를 알게 되었고,,,어제 여길 왔다가 전화도 안받고 벨을 눌러도 아무 인기척이

 

없길래 그냥 갔다가 너무 걱정이 되서 이렇게 아침 일찍 찾아 왔습니다."

 

 

얼굴이 빨게 졌다......내가 그랬구나...아휴 바보바보....

 

"어머....죄송해요...얼굴도 모르는 사람을 고생 시켰군요.."

 

"아뇨...이렇게 라도 얼굴보고 인사 할수 있어서 오히려 고맙습니다."

 

 

"저........아침 식사는 하셨어요? 제가 요앞 죽 잘하는 곳을 아는데 거기서 대접하면 안될까

 

요?"

 

"아뇨, 저 그렇게 한가한 사람 아닙니다. 지금은 그냥 가고 오늘 저녁 죽 말고 다른걸루 사주세요."

 

"저녁엔 제가 일이 있는데....어쩌지요..?"

 

"안돼요. 무조건 사주세요. 그럼 이따가 다시 전화 드릴께요. 전화 꼭 받으셔야 해요."

 

"네......."

 

으으으윽.....내가 왜그랬을까..ㅜㅜ

 

 

그가 나간뒤 십분후에 다시 벨이 울렸다.

 

"누구세요?"

 

"음식 배달 입니다."

 

"배달이요? 음식 시킨 사람 없는데요."

 

"아참 아침부터 준비도 안됐는데 급하게 해달라고 해놓고 시킨 사람 없다니요..손 수혁 씨가

 

누구 세요. 그분이 벌써 계산도 다 하셨어요."

 

문을 열었다.

 

"여기요."

 

"네....죄송해요. 음식 배달 시킨거 몰랐어요. 감사 합니다."

 

 

"맛있게 드세요..남편 분이 특별이 맛이게 해달라고 해서 맛있게 해드렸으니까 맛있게 드세

 

요."

 

남편?

 

"그분 제 남편 아니예요. 아저씬 시집도 안간 사람한테....."

 

"아 그러세요? 음식이 아직 준비 되질 않는 시간인데 워낙 사정을 해서 전 가족인줄 알고...

 

저ㅡ암튼 맛이게 드세요..ㅡㅡ;;;"

 

 

안그래도 속이 쓰려서 죽을 맛인데..잘됐다 싶어  한수저 뜨려고 할때 그에게 전화가 온다.

 

"지영씨? 죽 도착 했나요?"

 

"네.....보내신 거니까 맛있게 먹을께요...."

 

" 술좀 작작 드세요.이건 제대로 만나기도 전에 속풀이 용,죽이나 사서 나르니..참

 

지영씨. 지금 입고 있는 바지요,거꾸로 입고 계신거 알고 계세요?"

 

"네?"

 

아뿔사....오마이갓...웁쓰....어머 바지가....

 

"사실 아까 웃겨서 그렇게 도망가듯 나왔습니다. 얼마나 웃기던지...그럼 이따가 다시 전화

 

드리고 뵙죠..너무 창피하게 생각 말아요. 집에서 그러는 건데 바지를 거꾸로 입든 위에 입던

 

머리에 쓰던 무슨 상관 입니까? 안그래요? ㅋㅋㅋㅋ 저 그럼 전화 끊습니다."

 

 

딸칵.

 

아우....뭐 이런 일이 다있어.

 

바지는 왜 거꾸로 입고 있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