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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이 하신 김치를 친정에 나눠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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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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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무렵..2


BY 제비꽃 2003-08-11

원래 말이 없던 어머니는 점점히 말수를 줄여가는듯 싶게 접어두더니 외할아버지의 죽음이후  어지간해서 입을 열지 않았다.

어쩌다 들어오던 아버지는 어머니의 줄어드는 말처럼 잠시 대문 열어둔 틈새로 들어온 바람처럼 스쳐가다가 어느날인가부터는 영영 발길을 끊었다.

비워둔 사랑방에 점쟁이 할머니가 이사를 오고 어머니는 가끔 옆방 할머니가 적어준 부적을 비단보자기에 소중하게 싸서 베게밑에 넣어두었다.

어머니의 말대신 라디오에서 쏟아지는 말을 듣고 자라면서 어머니의 마음깊이는 끝이 없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의 마음속에 돌을 하나 던지면 그 깊이는 끝이 없어 소리가 들리지 않을거라는 확신을 하면서 내가 혼자 크기로 작정했을때 나는 스물두살이 되었다.

어머니는 내가 자란만큼 세월에 눌려 작아지셨고 여전히 말은 늘여가지 않았다.

외삼촌은 펜을 잡지 못했고 농사꾼이 되었다.

세월이 흐를수록 외삼촌은 깊은 산골로 들어가길 원했으며 그로인해 외숙모와는 별거상태에 들어갔다.

그일이 어머니를 더 가슴아프게 했던것 같았다.

밥은 제때 해먹고 있으려나. 옷은 제대로 세탁이나 해 입고 있는건지, 술은 얼마나 먹는건지, 오로지 어머니의 걱정은 외삼촌이였다.

나는 어머니로 인해 종종 아버지의 부재를 걱정하기 보다는 외삼촌의 존재에 대해 더 기억하고 있었던것 같았다.

하지만 그건 어머니의 한숨이였기에 그로부터 무관심해지자 벗어났고 나는 한껏 불량해지기로 작정하고 남자를 만나기로 했다.

남자라니,, 남자가 내게 와줄리가 사실 만무였다.

나는 가슴도 크지 않았고 얼굴이 예쁘지 않았으며 살결도 곱지 않았고 남자에게 눈웃음을 칠지도 못했으며 그렇다고 상냥하게 웃음을 흘리며 말을 나눌지는 더더욱 몰랐고 똑바로 얼굴을 들어 눈을 바라보지도 못했고 가장중요한것은 남자앞에 서면 말이 막혀 아무말도 할수가 없다는것이었다.

어머니만큼 외로웠던것 같았다. 그 깊이는 알수 없지만, 아마도 그럴것이라 짐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