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자들이 넋이 불려지고,잡귀들 즉 손이 물러난곳은 초례청이된다.
혼례에 앞서 단골네는 종이로 만든 지전춤을 추어 신들을 즐겁게 한다.
그녀의 빠른 춤사위에 풍성하게 역은 지전들이 흥겨웁다.
혼인을 치루기위해 사람없는 한복 두벌이 혼례상앞에 세워진다.
작은 상위엔 촛대 두개를 을 세운 주발이 놓여있고,주발엔 쌀이 가득하다.
마을 아낙은 한복의 양 어깨를 잡아 혼례상앞에 정성스럽게 앉힌다.
새 신랑 역할의 한복이 먼저 절을 하고, 각시 한복이 맞절을 한다.
이들의 합환주 역시 마을 아낙이 의복에 술잔을 갖다대는 시늉으로 대신한다.
"어허! 신부가 너무 좋아허그마잉.
웃으면 언청이 난다는디, 괜찮으끄나 ^^*"
"오메 .새 신랑이 너무 부실해보이는디, 힘을 잘 쓸랑가 모르겄네잉.
아,신랑은 안주좀 많이 묵어두소. 아, 맨날 피죽만 묵었나?
힘 못쓰면 오늘밤에 각시가 도망갈틴디..걱정이네잉.^^*"
"아.따..아 ! 요즘엔 식 올리기 전에 다 거시기 해븐답디다.
아, 요즘 시상엔 미리 살아보는것이 흉이 아니라헙디요.
육지 가시나들이 야무져서 그렁가 어쩐가...나는 당체 몰르겄네.
"오메, 이 댁네들이 새 신랑 , 새 각시 두고 못 허는 말이 없구마잉.
아, 쌍둥이네야. 그 주둥이좀 다물어브러라.
참 ,^^*내 남사스러버서...우리 정순이 들으까 무섭네잉.^^*"
"이 넘의 예편네가 지만 서방있다고 나를 구박허구마잉.
서방없는 년 서러워서 못 살겄구만.
어이.. 새 각시야. 느그 집안에 홀아비 있으면 내랑 중매좀 시켜주소."^^*
입담좋은 쌍둥이 어메의 넉살에 혼사집은 한 바탕 웃음 바다가 된다.
마을 사람들은 형체없는 새 신랑, 각시에게 짓굿은 농담을 계속하고,
잘 살란 덕담도 잊지않는다.
점점 무르익어가는 혼례식장에서 총각의 늙은 어미는 자꾸 소매끝을 훔쳐낸다.
애써 웃음 지으며,너울, 너울 흐르는 그니의 춤사위에서 아릿한 슬픔이 느껴진다..
혼례가 끝나고,새로 탄생한 부부를 위해 이제 피로연이 시작되었다.
음식이 한 상 가득 날라져 오고, 주거니, 받거니 막걸리도 오간다.
사람들에게 떡과, 과일을 챙겨주던 쌍둥이네가 내게도 불쑥 한 꾸러미를 내민다.
남편이 육지여자와 바람나서 떠났기에, 사실 그녀는 나를 경계하고,멀리한다.
내가 선창가에 바람을 쐬러가면, 내게 등을 획 돌리고 코를 팽팽 풀어대던 그녀다.
입이 걸걸하다 소문난 그녀지만,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그녀가 난 좋다.
거절치 못하고 그녀에게 받아마신 막걸리가 얼큰 하다.
그 얼큰함이 섬마을 사람들의 구수한 잔정같다.
소쿠리에 풍성하니 담겼던 고기전, 나물들이 금새 바닥이 났다.
사람들에서, 사람들... 하나하나로 이어지는 아리랑의 물결.
마을 사내 하나가 내 손을 끌어당겨, 함께 어깨 춤을 청한다.
구경온 육지 사람들도 한 마을, 한 고향 사람처럼 어우러졌다.
지금 이순간. 망자는 망자가 아니다.
지금만큼은 산 사람, 죽은 사람이 따로 없다.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가장 행복한 신랑 신부앞에 우리는 한없이 기쁜 축하객일뿐이다.
피로연의 여흥이 한참 계속되다, 이제 단골네는 넋 올리기를 시작한다.
망자가 굿판에 와 있는지 지전으로 확인하는 절차이다.
단골네는 늙은 어미의 머리위에 가만히 종이로 만든 넋 을 올리고,
조심스레 지전을 대어 끌어올리는 동작을 한다.
순간, 굿판은 물을 끼엇은듯 조용하다.
혹시나 폐가 될까, 사람의 숨소리 마저 멎은듯하다.
머리위에 동그마니 떠오른 달이 아무 말없이 섬을 비춰줄뿐,
물기를 아직 머금은 바람마저 잠깐 길을 멈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