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이야, 점심먹으러 안가나?"
"예, 저는 일 다하고 일찍 들어가려고, 얼른 다녀오세요."
"쉬어가면서 해야지 몸 상하면 큰일난다."
걱정스러워하는 동네아줌마들의 말을 뒤로하고 숙이네는 일은 했다.
오늘따라 햇빛이 강렬하게 온몸을 땀범벅이로 만들었다.
주위를 들러보고 앞고름을 풀고 가슴팍을 수건으로 닦으면서 잠시 눈을 감았다.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이대로 잠을 청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옆에 있다는 생각에 놀래 눈을 뜨니 주인어른이 서 있었다.
숙이네는 놀라 앞고름을 여밀고 어쩔줄을 모르고 서 있었다.
"숙이네는 점심먹으러 안갔나?"
"예, 일 빨리 끝내고 일찍 들어가려고요."
"그럼, 이거라도 먹고 일해라." 주인어른이 내민 손에는 감자와 고구마가 있었다.
받아야할지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고 서 있는데 주인어른이 숙이네의 손에 쥐어주며
"힘이 많이 들지"하며 숙이네의 등을 어르만지며 "언제든지 힘들면 얘기해라"
숙이네는 이상한 느낌이 들어 몸을 옆으로 빼며 "아닙니다. 일할만해요."
"왜, 자꾸 피하는데 내가 숙이네를 잡아먹나"하며 숙이네쪽으로 한걸음 디디며
뒤로 숙이네를 안으며 커다란 두손으로 가슴을 웅켜잡았다.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이라 숙이네는 몸을 뺄수가 없었다.
몸을 빼려고하였지만 그럴수록 가슴을 쥐고 있는 손의 힘이 더 세졌다.
숙이네는 순간 몽롱한 기분이 들면서 온몸에 힘이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
'안돼, 내가 이러면 안돼, 숙이야' 숙이네는 울상을 지며 흐느끼지 시작했다.
주인어른은 숙이네의 울음소리에 팔을 풀었다. 그때를 놓치지않고 뛰기시작했다.
뒤에서 숙이네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도 앞만보고 집으로 달렸다.
방에 들어가 문고리를 잡고 숨을 헐떡거리며 있는데 밖에서 아무런 인기척이 없음을
확인하고 숙이네는 통곡을 하기 시작했다.
"엄~마, 엄~마" 숙이의 울음섞인 목소리에 놀라 눈을 떴다.
"엄마, 어디 아파, 왜 신음소리를 내는데, 이 땀좀봐" 숙이는 수건을 들고 엄마의 얼굴을
닦아주었다.
"아니야, 걱정하지말고 얼른자 " 숙이를 눕히고 숙이네는 누었다.
남편이 죽은후 한번도 이런꿈을 꾼적이 없었다.
얼굴을 모르는 남자와 정열적으로 정사를 하는 꿈을 꾸었다. 그 남자의 애무에
너무나 흥분한 나머지 신음소리를 냈는데 그소리에 숙이가 잠을 깬 모양이다.
느낌이 이상해 손으로 팬티를 만져보니 흥건하게 젖어있었다.
난 팬티속으로 손을 넣었다. 미치도록 남편이 그리웠다. 혼자살기 힘들다고 밤이
얼마나 긴데 하셨지만 난 숙이만 있으면 참고 살수 있었다.
어제 주인어른이 젖가슴을 만질때 그동안 먹고살기 힘들어서 잊고 살았던 욕망이
꿈틀거리며 밖으로 나오려고 하는것 같다.
밤새 뒤척이며 못자다가 새벽에 잠이 들었다. 숙이가 부르는 소리에 눈을 뜨니깐
숙이 손에는 쌀자루가 들려있었다.
"이게 뭐야" 숙이네는 딸과 쌀자루를 번갈아 쳐다보며 눈이 동그레졌다.
"몰라, 오줌눌려고 나가는데 마루에 이게 있었어."
숙이네는 몸을 일으켜서 밖으로 나갔다. 다시 들어와 쌀자루를 풀어보니 하얀쌀이
가득 들어있었다. 숙이는 함성을 지루며 "엄마, 쌀밥해줘" 하며 팔짝팔짝 뛰기시작했다.
숙이네는 쌀자루를 부엌으로 가져가서 한참을 생각하다 쌀을 씻기 시작했다.
하얀쌀밥을 본 숙이는 허겁지겁 먹기시작했다.
"엄마, 쌀밥이 입안에서 스르륵 녹는다. 눈보다 더 하얀것 같아" 딸은 너무나 행복해
했다. "숙아, 밖에나가서 절대로 쌀밥먹었다는 소리하면 안된다." "왜?"
"그런소리하면 다시는 쌀밥 못먹는다. 알았지" "응"
기억이 난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는 쌀밥을 먹어본적이 없었다.
난, 다른 사람들이 우리가 쌀밥을 먹으면 다시는 쌀밥을 먹을수 없다는 엄마의 말을
듣고 누구에게도 얘기하지 않았다. 도시락은 보리밥을 싸가지고 갔고, 아침과 저녁에는
쌀밥을 먹었다. 그녀는 자신의 엄마를 쳐다보며 "그쌀 누가 두고 간건데"
"주인어른이 두고 간거다. 처음에는 혹시나하면서 너가 너무 좋아해서 일단 먹었단다.
그런데 일주일에 한번씩 쌀자루가 마루에 있는거야. 그래서 그때서야 주인어른이 두고
간다는걸 알았어. 난, 그일이 있을후에도 매일같이 그집에 일하려 갔지만 주인어른을
본적은 없었단다. 그렇게 몇달이 흐르고 난 주인어른이 무슨 생각으로 저러는지 알고
싶어서 밤새도록 방문앞에서 기다렸단다. 그때 인기척이 나면서 시커먼 그림자가 우리
집으로 들어오면서 쌀자루를 마루에 두고 가는거야. 나는 얼른 밖으로 쫓아나가서
"누구신데, 쌀자루를 여기다 놓고 가는거요." 난, 가슴이 쿵쾅 쿵쾅 뛰는 소리를 들으며
서 있었단다. "숙이네, 나다." 내 생각이 맞았더라. 어르신이었단다.
난 어르신을 모시고 문간방으로 들어갔어. 그리고 물어봤지. 왜 이런 행동을 했는지
그리고 나에게 원하는게 무언지. 어르신 얘기가 내가 이곳으로 처음 시집오는날부터
마음에 품고 계셨다고 하더라. 그때는 남편이 있는 몸이라고 어쩔수 없다가 과부가 되니깐
도저히 잊을수 없고 고생하는 모습이 애초롭고 그래서 모르게 쌀을 갔다놓았다고 하더라.
난, 어르신을 쳐다보았어. 계속해서 도와주고 싶다고 하더라. 남들 눈이 있으니깐 이렇게
가끔씩 쌀을 놓고 가겠다고 하더라. 난, 아무 대답없이 앉아있다가 고름을 풀고 저고리를
벗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