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르릉~~ 따르릉~~~
-여보세요?
선아는 아침부터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짜증이 났다.
-선아씨?
-누구세요?
-저 전성진입니다.
-아,,,예,,,아침부터 왠일이세요?
-저기...어제 고마웠어요.
-아니에요,,,속은 좀 괜찮으세요?
-네...오늘 일요일인데...시간 괜찮으시면 뵙고 싶어요, 어제 일도 그렇고 점심이라도 대접하고 싶은데....
-지금 어디세요?
-아직,,,여관이에요.
-그럼 우리집이랑 별로 멀지 않으니까,,,아직 아침 전이시죠?
-네
-그럼 저 금방 씻고 나갈테니까,,,아침겸 점심해서 같이 해장국이나 먹죠,,,
-네...그럼 선아씨 그 커피숍에서 기다릴께요. 거기로 오세요.
-네..그럼 좀 이따 뵈요.
선아는 어제 술이 좀 과했는지..속이 쓰렸다.
연희는 건우 속옷이랑 양말을 챙겨서,,,건우 얼굴도 볼겸 건우 일하는 곳으로 새벽 일찍 나가고 집에 없었다.
'아거거,,,,속 아파라,,,,,연희도 없는데...밥은 나가서 해결해야겠군,,,,'
어느새 연희가 해주는 밥에 익숙해져버린 선아는 연희가 막상 곁에 없자 쓸쓸함이 느껴졌다.
선아는 샤워를 하고 화장기 없는 얼굴에 편안한 옷차림으로 약속장소로 향했다.
성진은 약간 푸석한 모습으로 늘 젖은 눈빛으로 바다를 보고 있었다.
어쩌면 어제 너무 많은 이야기들을 털어 놓아,,,선아 얼굴 보기가 조금은 부담스럽게 생각되기도 했다.
-성진씨?
선아는 창밖으로 시선을 던진채,,,,선아가 오는것도 모르는 성진에게 다가가 성진의 어깨를 툭하고 살짝 쳤다.
-아,,,오셧어요?
성진은 밝게 웃으며 선아를 맞아 줬다.
선아는 그런 성진의 모습을 보며,,,어제 힘들어하던 성진의 모습이 아니라 다행이라 생각햇다.
-아침 먹으로 가요,,,어제 성진씨 덕에 술을 넘 많이 마셨더니...내 속이 놀랬나바요,,,하하,,,배 아파요,,,
-이런,,,그럼 내가 너무 미안해 지는데...하하
-대신 콩나물 해장국으로 맛잇는 밥 사세요...
-당연하죠,,,그럼 식당으로 가요,
성진과 선아는 나란히 커피숍에서 나와 식당으로 향했다.
시원한 콩나물 해장국으로 속풀이를 햇는지...성진과 선아는 만족한듯 서로 얼굴을 보고 웃었다.
-선아씨. 차 가져 오셧어요?
-아뇨,,그냥 택시 타고 왔는데..
-그럼 제 차 타고 드라이브나 가죠...모처럼 연휴다운 연휴를 보내고 싶은데요..
-좋아요,,
성진과 선아는 해운대를 지나 기장으로 7번 국도를 따라 드라이브를 즐겼다.
-오랫만에 나오니까 너무 좋네요. 부산을 조금만 벗어나도 이렇게 좋은데...
이런 여유도 없이, 사는 재미도 모르고 지낸거 같아요.
-그래요,,,그럼 이제라도 자주 오면 되죠...하하
성진과 선아는 겨울바다를 보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랫만에 느껴보는 즐거움이었다.
감포 앞바다에 다다른 두 사람은 차에서 내렸다.
차가운 겨울 바람이 옷 속까지 깊게 파고 들었지만,,,,선아는 그 차가운 느낌이 싫진 않았다.
성진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차안에서 뒷자석에 놓인 방석 두개를 꺼냈다.
-선아씨 이리 오세요.
성진과 선아는 바닷가 모래위에 방석 두개를 깔고 앉았다.
그리고 잠시동안 아무런 말도 없이 바다만 쳐다보았다.
선아는 성진을 돌아 보았다.
'이사람,,,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어린 아내? 아들.... 아니면,,,내 생각,,,후훗,,우습군,,, 내 생각을 할 이유가 머 있을라구,,,,'
선아는 늘 그렇듯 깊고 슬픈눈을 한 성진을 바라보면서 자기도 모르게 그 사람에게 끌리는 이유를 알지 못했다.
-선아씨?
-네?
-무슨 생각하세요?
성진은 바다에 눈을 던진채 선아에게 말했다.
선아는 자신의 생각이 성진에게 들키기라도 한것처럼 깜짝놀라 어쩔 줄 몰라햇다.
-네? 아니요,,,머....저...아무것도,,,
성진은 어쩔줄 몰라하는 선아를 돌아 봣다.
-하핫,,,,뭐 나쁜 생각 하고 있었나보네요,,,이렇게 깜짝 놀라는거 보면,,,하하
-아니에요,,,그런거,,
선아는 자기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져 왔다.
-와,,,얼굴도 빨개지네....하하
-치...!
선아는 손가락으로 모래 바닥을 이리저리 헤집었다.
성진은 그런 선아가 귀엽게 느껴졌다.
-선아씨는 화장기 없는 얼굴이 더 귀여워요.
-전 얼굴에 주근깨가 있어요, 그게 컴플렉스라서요,,,,
선아는 얼굴을 가리면서 수줍은듯 웃었다.
얼굴이 겨울 찬 바람에 얼얼하게 얼어 있었다.
-저 추운데....여기 더 있을꺼에요? 전 차안에 들어 가 있을께요.
-아,,,,너무 내 생각만 해서 선아씨 추운걸 몰랐네요, 미안해요, 이제 같이 차안으로 들어가요.
-네.
선아와 성진은 차 안으로 들어왔다.
차안은 히터의 열기와 둘의 온기로 금방 따뜻해졌다.
-아,,,이제 좀 살거 같다,,,밖은 너무 춥네요.
-선아씨.
-네?
-선아씨는 성격이 너무 밝아서 좋아요.
-전 제 성격이 너무 맘에 안 들어요. 좀 여자답고 조용하고 그랬음 좋겠는데.
-아니에요,,,솔직하고 밝은 성격이 좋은 거에요.
-그렇게 말해주면 고맙구요,,,하하.
-웃음소리도 어쩜 그렇게 호탕한지...하하하
성진은 자기가 던진 농담이 선아에게 혹시 기분나쁘게 들리지 않았나 싶은 마음에 선아의 표정을 살폈다.
선아도 그렇게 듣기 싫은 소리는 아니었는지...둘은 서로를 쳐다보고 웃엇다.
'이 사람,,,참,,좋네...한번쯤 사귀어도 좋을 사람....아,,,미쳤지..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저기 성진씨...
-네
-회사는 여기 부산이 아니던데...저번에 새로 얻은 집은,,,부산으로 이사 오실거에요?
-아니요,,,전 지금 잠시 내려와 있는거구요,,그 집은 어머니께서 살 집이에요.
-아,,,,성진씨 어머님?
-......아뇨,,,,죽은 제 아내 어머니세요, 장모님요.
-아,,,장모님이요,,,
선아는 약간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가 죽고 장모님이 너무 충격을 많이 받으셔서 지금 정신을 조금 놓으신 상태에요.
그래서 생전에 딸이 좋아하던 바다가 보이는 곳에 집을 구해드렷죠.
지금 그 집은 장인어른이랑 장모님이 계세요....제가 몹쓸짓을 해서 부모님들까지 상처가 많아요...
성진은 다시 슬픈눈이 되었다.
-그렇군요...그럼 성진씨는 부산에서 사시는게 아니네요.
선아는 또 아픈 상처를 헤집은거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성진이 부산에 사는게 아니라는 말에...왠지 모를 서운함도 들었다.
-네...
-회사는 경기도에 있던데....
-네....아마 회사 가면 선아씨 보고 싶을거 같은데요,,,
성진은 진심인듯 선아를 보고 웃었다. 그 웃음 뒤엔 성진 역시 서운함과 아쉬움이 묻어나 있었다.
-네....
선아는 갑자기 슬픈 생각이 들었다.
'몇번이나 만났다고 이런 생각이 들지....정신차려라 김선아,,,,'
-그럼 회사는 언제 들어 가세요?
-이번에 장모님 계실 집 때문에 온거니까 좀 오래 있엇어요.
아내 제사도 잇엇구,,,,이제 대충 마무리 됬으니까 올라가봐야죠,,
선아는 성진이 며칠후에 떠난다는 말을 하자 왠지 모를 서운함과 아쉬움이 가슴 가득 차 오름을 느꼈다.
자신의 마음이 조금씩 성진을 향해가고 있다는걸 느끼자 선아는 스스로를 채찍하며 마음을 닫았다,
'아니야,,안돼,,,이사람은 죽은 아내와 아들이 있고,,,그리고 결혼도 햇던 사람이고,,,아,,,미쳤지...무슨 생각을 하는거야,,,도데체.....'
성진도 선아가 좋았다.
하지만 스스로가 죄인이란 생각에 선아를 좋아하고 싶다고,,사랑하고 싶다고,,,차마 그런 생각조차 죄가 될까봐,,, 성진은 자신의 마음을 닫고 또 닫고 말았다.
두사람의 사랑은 서로를 향해 가고 있었지만,,둘은 사랑이란것을 아직은 느끼지 못했다,
아니...아직은 사랑이라 말할수 없는 느낌으로,,서로에게 짐이 되는게 싫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삼일 후 성진은 부산을 떠났다.
두사람은 서로의 이메일 주소만을 남겨준채,,,,각자의 생활로 돌아 갔다.
짧은 시간동안의 만남이었지만,,,,어쩌면 처음부터 이어져 있던 인연의 줄이 두사람를 사랑의 출발점에 세워두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