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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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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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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장미와 모카케익


BY 과일나라 2003-07-25

-선아야? 너 어쩜,,,빨리 나가바,,,그 사람 아직도 기다리고 있데...!!

-네, 언니..미안 미안,,깜빡 했어요,,,지금 금방 갈께요....

 

숙희가 소개시켜준 소개팅 날짜가 바로 오늘이라는걸 까맣게 잊어 버리고 있었던

선아는 연희와 사과를 먹다 말고 숙희의 전화를 받자마자 광안리로 갔다.

선아는 연희와 함께 하는 시간들이 지날수록 편안하고 좋아지는게 신기하게 느껴졌다.

커피숍 문을 열고 직원에게 맨트를 부탁했다.

 

-손님중에 이 ... 계십니까?

  손님중에 이 ...계십니까?

-안계시나요?

-네 안계시는거 같은데요...

-네 수고하세요....

 

선아는 커피숍을 나왔다, 차가운 겨울 바람이 옷깃을 들추었다.

 

'아,,내일 마귀 할멈 잔소리 꾀나 듣겠군,,,,크큭..'

 

선아는 숙희언니의 울그락불그락 하는 얼굴이 상상이 되자 웃음이 절로 나왓다.

선아는 단골처럼 찾아가는 커피숍에 들어갔다.

푸른 바다가 바로 눈앞으로 다가 왔다.

 

'역시....바다를 보니 좋군,,,,,'

 

-손님 뭐 드시겠습니까?

-커피 한잔 주세요....참,,그리고 담배두요.

-네, 손님

 

선아는 다시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겨울 바다는 너무 쓸쓸해 보였다.

 

-저 아가씨?

-네?

 

선아는 누군가 자기를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후훗...여기서 또 보네요..

-어? 성진씨?

-네...안녕하세요?

-여기는 어떻게....

-저 여기 자주 와요.

-일단 앉으세요,,,금방 오셨어요?

-아뇨,,,저 쪽에 앉아 있다가 선아씨 오는거 봤어요.

-제 이름을 기억하시네요,,,힛~

-그럼요,,,제가 기억력이 좀 좋아요,,,하하

-오늘은 모카 케익이랑 장미가 없네요....

-맨날 모카 케익이랑 장미 들고 다닐 수가 있나요? 그럼 사람들이 미친놈으로 알아요...

-하하하,,,,그러게요,,,

 

선아는 계속 우연히 이어지는 이 남자와의 만남이 싫진 않았다.

슬픈 생각에 잠겨 있는 듯한 눈이 너무 매력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선아와 성진은 자연스럽게 많은 대화를 나누었고,,,늦은밤 커피숍에서 나와 술집으로 향했다.

 

-선아씨....술 한잔 마시고 들어가죠,,,날씨도 추운데.

-그래요,,좋져 머,

 

둘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술잔을 기울였다.

 

-성진씨...궁금한게 있어요.

-뭔데요?

-그날,,,케익이랑 장미 있죠,,,,왜 혼자서 그러고 있었어요?

 

성진의 눈은 금방 호수같이 잔잔해졌다. 선아는 성진의 눈을 보자 더이상 어떤 것도 물어보면 안될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오랜 침묵이 흐른후,,,,,

 

-선아씨....선아씨는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해 본적이 있나요?

- 네? 후후,,,,글쎄요,,,제 나름데론 진심으로 사랑하는거라 생각했는데....

 

갑자기 선아의 머리 속에 연희의 모습이 지나갔다...

그리고 자신은 한번도 진실된 사랑이란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날은 제 아내와 아들이 죽은지 삼년째 되는 날이에요.

-....이런,,제가 아프곳을 건드렸나봐요,,,,미안해요,,

-아니에요,,,벌써 오래전 이야기 인데요....

 

성진의 깊은 눈을 보면 아내와 아들의 죽음이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이었는지....아마도 죽을 만큼 고통스러웠음이 틀림없었다.

 

-선아씨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면 최선을 다해서 사랑하길 바래요.....

전 아내와 아들이 죽고난 뒤....너무 후회를 많이 했어요.

그나마 아내와 아들에게 속죄하는 마음으로 늘,,,,그 날이 되면 여기 바닷가를 찾는답니다.

 

선아는 성진이 하고자 하는 속죄의 마음이 어떤건지 몰랐다,

다만 이제 갓 서른을 넘긴 남자의 마음에 지워지지 않을 큰 상처가 새겨져 잇다는것만 생각될 뿐이었다.

아들이 좋아 했던 모카 케익과 아내가 그렇게 받아 보고 싶어 했던 장미꽃 한다발을....

죽은 후에나 전할수 있었던 성진은 젊은날 자신의 방황과 무책임함이 어린 아내와 아들에겐 얼마나 잔인했던가를 뼈져리게 느끼고 있었다.

 

 

10년전,,,,

성진은 이제 갓 대학에 입학한 새내기 였다.

아주대 행정학과 1학년,,,세상 물정 모르고 교과서만 파고 들었던 그가..진정 자유라고 외치는 곳이 대학이었다.

그리고 성진은 같은 학과 1학년에 재학중인 여자아이를 사랑하게 되었다.

철부지 시절 사랑이라고 믿었던 그들은 아이를 갖게 되었고, 그여자 아이는 집에서도 버림 받은 딸이 되었다.

넉넉한 살림이 아니었던 성진의 집은 두 사람의 학비를 델수가 없었다.

성진의 부모님 밑으로 들어간 두 사람은 살림을 시작했고,,,성진은 뱃속의 아이와 어린 아내를 위해 공부를 접고 돈을 벌어야만 했다.

그리고 군대에 가게 된 성진은 시간이 지날수록 어린 아내와 아들이 자신에게 걸림돌이 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군대 제대후 성진은 학교에 복학을 했고, 어린 아내는 시골에서 어린아들과 함께 두 시부모님을 모시고 생활하였다.

성진은 다시 공부를 시작했고, 다시 다른 여자를 만났다.

그리고 그 여자 역시 사랑이라 느꼇다.

성진은 시골에서 남편을 보기 위해 올라온 어린 아내와 아들을 외면했다.

아내는 늘 빨간 장미꽃 한다발을 받고 싶어 했고,,,,푸른 바다가 보고 싶다고 했다.

아들은 모카케익이 너무 맛있어,,,아빠 매일매일 모카 케익을 먹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곤 했다.

하지만 성진은 그런 아내와 아들이 싫었다.

그렇게 어린 아내는 빨간 장미꽃 한다발도,,,푸른 바다도 보지 못한채,,,,아들과 함께 세상을 버렸다.

남편을 위해 최선의 방법은 사라져 주는것,,,,,

그 어린 아내의 죽음에는 사랑과 미움과 원망과 서운함이 멍울졌으리라.

어린 아내는 자신의 죽음으로 어린 남편의 새 삶이 행복하리라 믿었다.

 

 

성진은 더이상 주체 할 수 없을 만큼 취해 있었다.

선아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술집 사장의 도움으로 간신히 여관으로 성진을 옮긴 선아는 침대에 성진을 눕히고 여관을 나왔다.

연희가 걱정스런 눈빛으로 대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선아는 연희의 부축을 받고 쓰러지듯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