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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2


BY 민아 2003-08-08

빨간 등대가 보였다.

"저기 저런데가 다 있네..."

바다 가운데 서 있는것 처럼 보였다.

점점 다가가 보니.. 방파제 끝에 서 있다.

사람들 몇몇이 걸어다니는 모습이 보였다.

"저기 가볼까?" 그가 묻는다...

차를 옆에 세웠다.

햇볕이 뜨거웠다.

모자도 썬글라스도 준비하질 못했다.

그와 차에서 내려 걷기 시작했다. 등대를 향해서...

서로 거리를 두고 걸었다.

그는 손을 어디다 둘지 몰라하는것 같았고,난 가방만 만지작 거리며 걸었다.

방파제 위를 걸으니 넘 좋다. 바다에서 일렁이는 파도 소리도 좋았고,

바람이 시원했다.

빨간 등대가 비록 아무것도 아닐지라도 난 지금 그와 있어서 좋았고, 집안일을

잊을수 있어서 좋았다.

 

그가 묻는다...

"너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모른다...."

"너랑 헤어지고 너의 집앞에도  몇번 갔었다..."

아무렇지 않은듯 얘기 한다. 약간 웃으면서 얘기 한느것 같다.

이젠 그런얘기가 힘들지 않을가 보다..

그만큼 시간이 많이 흘렀지...

"나도 너한테 헤어지자고 한후 후회 마니 했어..."

"너의 전화 많이 기다렸고, 너한테도 몇번 전화도 했었어..."

나의 고백은 천천히 시작되었다.

"너가 정말 야속했어. 헤어지자고 한후 연락 한번 안하더라..."

"4년이나 사겼는데 ...한번도 보고싶지 않았어?"

"난 너의 연락 마니 기다렸느데...."

"너가 정말 날 잊었구나..그런 생각...."

"...................."

 

"난 너한테 전화 할수 없었어... 널 더 힘들게 할수 없었거든..."

그의 대답은 사실이었다.

그는 복학생이었고 ,형편이 어려웠다.

울 부모님의 반대가 너무 심했고,우린 너무 지쳐있었다.

 

이제 우리도 어른이 되었나보다.

그도 나도 그냥 덤덤하게 듣고 말할뿐이었다.

 

"하하하..."갑자기 그가 큰소리로 웃는다.

"왜?"

"야...그때 헤어지고..우리 지금 14년만에 다시 만난거야... 근데..."

"우린 다시 만날 운명이었나보다....하하하"

그게 뭐가 웃기지... 난 좀..이해가 되질 않는다.

"난 지금의 너의 모습이 더 좋다. 옛날 우리 서로 불안해 하면서 만났을떄보다

여유있어진 모습의 너가 너무 좋다... "

 "난 너랑 헤어진후에도 항상 널 언제곤 꼭 만날수 있을것만 같았어.

  항상 널 만나고 싶었거든...근데..그게 이루어 진것 같아. 기분이 좋다...하하"

 

그가 지금 한 얘기들이 다 거짓이라도 난 좋다.

그가 날 잊지 않았했다는 거짓말이 좋다.

그의 부인한테는 미안했지만 지금은 그의 부인 생각을 하기 싫다.

엣날 친구를 잠시 만날뿐인데...

 

차로 돌아와서 에어컨을 켰다.

너무 더웠다.

그가 잠시 내 얼굴을 본다. 난 그의 얼굴을 보지 않았다.

흔들릴것만 같았다.

그의 얼굴을 보면 내가 흔들릴것만 같았다.

옛날의 감정으로 휩싸일것만 같았다.

 

그도 그런 날 읽었는지... 다시 차를 몬다...

도로변에 예쁜 카페가 하나 보였다. 구두모양을 한 작은 카페...

결혼한후..한번도 예쁜카페는 커녕 남편과 차마시러 간적이 없다.

정신없는 애들과 식당에서 밥먹는것조차 눈치를 봐야하는데 카페는 생각도 못했다.

 

난지금 그와 예쁜 카페에 들어왔다.

그와 스테이크를 시켰다.

조신하게 칼질을 하면서 바다를보고..

정말..얼마만에 느껴보는 분위기인지 모르겠다.

그와 있어서 좋고 ,여유가있어서 좋다..지금이...

 

그가 나에게 작은 상자를 건내주었다.

핸드폰 줄이다. 여자아이가 있는 모양...

그의 핸폰을 보여준다.

그 핸폰 끝에는 남자아이가 달랑거리고 있다.

너무 이뻤다. 나도 얼른 달았다. 썰렁한 내 핸폰에 그의 여자아이가 달려있다.

지금 이순간이 멈춰버렸으면 좋겠다.

 

이제 난 시계를 봐야한다.

6시가 되어간다.

집에 가야한다. 집에가서 밀린 설겆이며,아이들도 씻겨야하고, 빨래도 널어야지...

집에 가야한다. 저녁도 안먹고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밥도 해야한다...

정말 짜증난다...

그래도 가야한다...

 

그도 눈치를 챘는지...

"이제 슬슬 일어나자... 내가 동네까지 데려다 줄께..." 그는 부산이 초행길인데도 날 데려다 준다고 한다.

"너랑 조금이라도 더 있고 싶다..."

그와 다시 그의 차를 탔다.

그가 잠시 가만히 있는다...

"이제 우리 언제 볼수 있을까?"

그가 힘들게 얘기한다.

"글쎼... 보면 안되겠지... " 가슴이 메어온다.

"이렇게 만난것만으로도 난 너무 감사해... " 힘들게 말했다...

"그래..나도 그래... 그리고 너가 너무 좋아보인다..그래서 나도 좋아..."

그도 마음을 잡으려는 눈치다...

"경아..."

그가 내이름을 부른다...얼마만에 듣는 이름인지 모른다.

그동안 난 이름을 잊고 살았다...

"으응?" 그를 보았다.

우린 입을 맞췄다... 난 가만히 있었따. 순간 좀 놀랐지만... 가만히 있었따.

눈물이 나왔다.그리고 가슴이 메어왔다.

그의 키스는 14여년전 그대로다.

너무 좋았다. 감은 눈에 자꾸 눈물이 나왔다. 소리내지 않았다.

조금 지난후..

"미안해...이젠 다시 너 보러 오지 않을거다. 널 힌들게 하지 않을꺼다."

그가 어렵게 말한다.

그가 고맙다. 그가 먼저 선을 그어줘서 너무 고맙다.

"응...오지마...연락 하지 않을께... 보고싶어도..."

핸폰줄만 쳐다보았따.

 

그는 다시 시동을 걸고 ...날 위해 우리집 쪽으로 향했다.

가슴이 왜 이리 답답한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