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학생식
천년을 산다는 새 鶴!
다리가 길어서 고고한가 날개가 너르어 천년새인가!
생식을 먹어야 오래 산다고 야단을 치는 바람에 심씨도 그걸 샀다.
하기야 오래 살려고만 샀겠는가. 쇠약한 아내의 아침밥을 짓는 수고를 좀 덜어보자는 심사가 깔려 있었던거다. 나이 들면서 더욱 아껴주고 싶은게 철든 노년의 소망이라던가.
젊어서 좀 잘해줄걸... 그러나 힘도 부치고 돈도 여의치 못하니 마음뿐이 아니던가. 결국 자식들은 아비가 되어 떠나고, 늘 가슴에 품고 살았던 가족이라는 틀속에 앙상하게 남는건 늙은 부부의 주름살 뿐이라더니....
우유에다가 생식가루 4스푼을 탄다. 한잔은 마시고 아내의 몫은 식탁 위에 둔다.
운동화를 꺼내 신으면서 신발을 사준 막내아들을 생각한다. 그래도 부모 생각 제일 간절하게 하는 놈이 막내다. 선생질을 하다보니 자주 오더니 요즘은 장학사인가 무슨 시험준비를 한다며 통 소식이 없다.
집을 나서 한남육교 옆구리에 있는 계단을 오른다. 무심코 계단을 오르내리다가 언젠가 한번 계단의 수를 세어보니 65계단이었다. 이런일 이후로 심씨는 계단을 밟으면서 셈을 하는 습관이 생겼다. 혹시 내가 잘못 센 것이 아닐까? 저 사람들도 게단을 세며 올라가고 잇는걸까? 어, 오늘은 64계단이네......
계단을 다 올라 육교 보도를 따라 한 70미터 정도 가면 한남대학교로 들어가는 횡단보도가 있고 거기서는 신호등이 사람을 통제한다. 오늘도 아침 운동을 하러가는 사람들이 파란불이 켜지기를 기다린다.
저기 저여자는 걷는 여자. 저 사람은 잘 몰라. 이 쪽에 쫄바지 입은 여자는 에어로빅 하는 여자...
심씨는 운동장의 터주대감(?)이다. 그렇다고 그가 누구를 제제하거나 하는 그런 뜻이 아니다. 이 운동장에 최고로 오래, 거의 빠지지 않고 나오는 사람중에 가장 열심을 내는 사람을 말하는 것이다. 심씨를 모르는 사람은 많지만 심씨가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는 늘 운동장의 변화를 주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란불이다. 사람들이 건넌다. 대학교 정문에는 학교를 상징하는 두 개의 심벌이 양쪽에 버티고 서 있고 수위실에는 두사람이 오가는 사람을 쳐다보는게 아니라 텔레비전을 보는 모양이다. 하기야 운동하러 오가는 사람들을 간섭하여 무얼하며 무슨 필요가 있을까만 괜히 TV에 빠진 그들이 못마땅하다.
정문을 지나면 온 군데가 다 수목들로 푸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살구익는 냄새가 나더니 이제 다 떨어졌나보다. 대나무 잎 난초잎사귀가 푸르른데 너른 주차장에는 차가 없는 새벽시간을 이용하여 운전 연습을 하는 사람들의 불안한 차가 왔다갔다 한다.
그 주차장 아래 왼쪽은 야구장이고 오른쪽이 바로 심씨가 날마다 애용하는 운동장이다. 잔디구장은 아니지만 정규 축구코트이고 축구장을 감싸고 있는 트랙을 한바퀴 돌면 400M다. 벌써 많은 부류의 사람들이 트랙을 돌고 본부석쪽에는 에어로빅 아줌마들이 앰프를 꺼낸다 곧 음악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