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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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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하고 싶은 여자


BY 혜림 2003-07-08

이혼을 준비하는 여자


연희는 출근하는 남편의 뒷모습을 멍하니 쳐다본다.
매일 같이 똑같은 일상이 연희는 이제 실증이 난다. 대기업의 과장인 연희의 남편은 언제나 흐트러진 모습없이 똑같은 모습이다.
"저렇게 하기도 힘들거야."
연희는 혼자 중얼거려본다. 완벽을 추구하는 남편 자신도 힘들거란 생각을 연희는 항상 하고 있다. 출근할때도 '잘갔다 올께"라는 말을 하면 남자 자존심에 심하게 다친다고 생각하는 남편과 산지 벌써 10년을 넘어서고 있다. 너무나 완벽한 남자와 살아서 행복하겠다는 주의 사람들의 말을 들으며 연희는 그저 옅은 미소만 남기고 자리를 뜨곤 한다.
그들이 무엇을 알까?
항상 가슴이 답답한 연희의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연희는 남편의 뒷모습을 보며 부동자세로 있는 두아이와 동시에 안도의 한숨을 쉰다.
 "엄마 우리 아빠는 호랑이 같애."
 "맞아 가현이네 아빠는 얼마나 가현이한테 잘해 주는데 매일 아침 일찍 깨워서 인사하라고 하고 아빠는 독재자 같애."
어디서 독재자를 배웠는지 2학년인 현주도 동생과 맞장구를 친다.
투덜대는 아이들을 챙겨서 큰아이를 먼저 보내고 현석이를 데리고 유치원 버스를 기다린다.

"현석이 엄마 오늘 바빠."
"아니요 왜요."
"오늘 나랑 같이 어디 좀 같이 가자.  혼자가기 쑥스워서...."
좀처럼 부끄러움을 모르는 준호 엄마가 얼굴까지 빨개져가며 이야기하는게 무척 궁금해졌다.
연희는 아들에게 손을 흔들며 차가 떠나기를 기다렸다.
"준호 엄마 무슨일 있어요."
"실은 오늘 부터 댄스 교실에 나가 볼려고 낮시간에 무료하게 보내느니 거기 나가서 춤도 배우고 살도 빼고 ..... 그리고 좋은 남자 친구도 생기면 일석이조잖아."
늦둥이 준호를 낳고 부터 큰 소리치며 산다는 준호엄마 내리 딸셋을 낳고 겨우 본 아들 덕에 남편에게 큰소리치며 자기 하고싶은말 하고싶은일 다하는 준호엄마가 연희는 언제나 부러웠다.  나이는 연희보다 10살 가까이 차이가 나지만 준호엄마는 항상 연희를 챙겼다.  그리고 완벽한 남편을 뒀다고 은근히 연희를 부러워했다.
"글쎄요 저는 그런데 별로 흥미가 없는데 거기는 연세드신 분들이 많이 가는거 아닌가요."
"아니 젊은 사람이 왜 그리 센스가 없어 요즘에는 춤이 아니고 스포츠야 운동이라고 연희 엄마도 집에만 있지 말고 많이 움직여야 건강에도 좋다고 그러니 아무말 말고 준비하고 있어 내가 삼십분 내로 연희네로 갈께 아니다 그럴필요없이 삼십분 후에 여기서 만나자고 가기 싫으면 오늘만 나 혼자 가기 쑥스러우니까 같이 가줘 알았지."
"아저씨께는 허락 맡으셨어요."
"무슨 소리 그런걸 뭐 남편에 허락을 맡아 내가 알아서 하는거지 뭐 그런것까지 뭐라그러면 같이 살지 말아야지."
몸을 흔들며 들어 가는 준호 엄마를 보며 연희는 크게 한숨을 쉬어본다.
연희는 작은일도 남편에게 허락을 맡아야 했다. 아이들 학원보내는 것에서부터 압력밥솥을 교체하는 것까지 한번은 남편 몰래 접시세트를 장만해서 모르는 줄알고 꺼내어 쓰다가
"이거 언제산거야 못보던 건데 이런데 낭비할 여유가 있나본네 생활비 줄여도 되겠네."
그뒤로 남편은 생활비를 줄였고 틈틈히 가계부를 살피곤 하였다.
연희는 남편을 속일 수 없다는걸 그때야 절실히 깨달았고 남편이 무서워졌다.

이혼한다는 말을 당당하게 말하는 준호 엄마가 연희를 더욱더 바보같이 만들었다.

연희는 준호엄마 말에 왠지 오기가 생겼다.

'그래 나도 내 맘대로 한번 해보는 거야.'

마음은 그렇게 먹었지만 연희는 집에 들어와 몇번이나 망설이다 준호엄마의 전화를 받고 집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