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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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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과 맞짱뜨다. (마지막 회)


BY 안젤리나 쫄티 2003-07-24

 

다음날 민지가 학교에 나왔다.

다소 까칠해진 모습으로.


그래도 기뻤다.


그러나

아침조회를 하는 담탱이 새끼가 짐승처럼 보였다.


5교시 영어시간이었다.

담탱이 어제 내 준 숙제검사를 하였다.

시험지 두장 풀어오기.


난 미정이가 대신해준 숙제를 책상위에 올려놓고 있었다.

담탱이는 돌아가면서 숙제검사를 하기 시작.


그런데 민지 책상으로 가더니 갑자기 소리를 지르는 거다.


“최민지, 너 이새끼, 왜 숙제 안 해왔어?  엉?”


그러자 민지가 담탱이를 쫙 째려봤다.


“어제 결석했잖아요.”

조용한 목소리로 담탱일 노려보며 대답하자,


담탱이 얼굴이 시뻘겋게 물들어갔다.


“뭐라고?  이 년이, 뭘 잘했다고 선생님을 노려 봐?  너 일루 나와.

이게 어디서..... 건방진 새끼,   일루 나와 이 새끼야.”


민지의 멱살을 움켜잡더니 일으켜 세워서 질질 끌고 앞으로 나왔다.


나오자마자 멱살 쥔 손을 놓지 않고 바로 뺨을 갈겼다.


그래도 민지가 지지 않고 계속 노려보자

다시 왼쪽 뺨을 쫙 때리는 거다.


“헉.....”

아이들은 너무 놀라 숨죽이며 꼼짝도 못하고....


뺨을 맞은 민지는 다시 고갤 돌려 계속 담임을 노려보고

분에 못이긴 담임은 또 다시 민지 뺨을 날렸다.


“그래도 이년이?”

다시 또 뺨을 때리자 민지가 비틀거리며 뒤로 밀려 섰다.

그래도 노려보는 눈길을 거두지 않자,


담임은 거의 이성을 잃어갔다.


“우리 반 부반장이나 된 놈이 감히 담임선생 과목 숙제도 안 해와?

그리고 너 뺏지 어쨌어?  가슴에 뺏지 어쨌냐고.  학생이 뺏지도 안 차고

등굘 해?”


또다시 담임 손이 높이 올라갔다.


“그만 하시죠, 담임선생님!!”


내가 벌떡 일어나 외쳤다.

반 아이들이 놀라서 일제히 나를 돌아본다.


민지를 때리려던 담임도 나를 돌아보았다.


가소롭다는 듯.

“뭐?  니 년은 또 뭐야?   니 까짓게 뭔데 그만하라 마라야?”


“숙제 안 해온 벌은 다 받은 거 같은 데요,  담.임.선.생.님?”


“뭐...뭐?  이 날라리 같은 년이.... 흥, 그래.  너도 슬슬 맞을 때가 됐지?

그래, 너도 일루 나와, 얼른.”


난 교복 치마 양 주머니에 손을 끼운 체 천천히 건들거리면서

앞으로 나갔다.


“이게 어디서 건방진 짓거리야?”

손이 번쩍 올라가자,


난 있는 힘껏 옆에 있던 교탁을 발로 차버렸다.

그러자 그 무거운 교탁이 한번에 주욱 밀려나 교실 벽에 부딪혔다.

그 때문에 위에 올려져있던 꽃병이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 났다.


“힘이 없어서 맞아준 건줄 아십니까?  담.임.선.생.님?”


그걸 보던 담임은 한동안 말을 못하더니


“이 개 같은 년이.”

다시 담임의 주먹이 날아왔다.


난 담임의 주먹을 가볍게 피한 뒤 팔을 잡아 등 뒤로 비틀어 버렸다.


“별로 세지도 않은 게 뭘 믿고 자꾸 주먹을 휘두르냐구요,

솜방망이 주제에.”


비틀려 잡은 팔을 세게 밀었더니 담임 몸이 앞으로 고꾸라질 듯 비틀댔다.


난 다시 주머니에 손을 꽂은 체 담임을 비스듬히 노려보고 섰다.


담임은 나의 손아귀 힘을 맛 본 탓인지 섣불리 덤벼들지 못하고 손목만

주무르고 있었다.


“그리고, 민지 뺏지 말씀이십니까?   그거 어딨는 지 제가 알고 있는데요,

궁금하시면 저랑 같이 가실래요?   상 담 실에?”


“뭐?”

담임도 놀라고 민지도 놀라서 나를 바라본다.


난 눈 하나 까딱하지 않고 담임을 노려봤다.


“어쩌죠?   제가 어제 담임샘이 민지한테 어떻게 이뻐해 주는지 다 봤거든요.

그때 아마 상담실 책상 밑에 떨어졌을 거예요, 민지 뺏지가.......”


“뭐....뭐..뭐라고?”

담임은 사색이 되서 말을 더듬었다.


피식,

“근데요, 제가 찾아왔어요.  민지 뺏지.  어제 저녁 상담실 책상 밑에서...”


내가 주먹을 앞으로 쭉 내밀자 담임은 깜짝 놀라며 피했다.


“이거 민지 네거 맞지?”


가까이 다가온 민지가 내가 내민 뺏지를 보더니 고갤 끄떡였다.


그러자 아이들은 웅성웅성 쑥떡거리기 시작하며 담임을 노려봤다.


세상에.... 어머나, 말도 안돼......담임 미쳤나봐....세상에..

변태야, 변태.....


아이들의 웅성거림을 들은 담임은 어쩔 줄 몰라 부들부들 떨었다.


민지는 대놓고 담임 면전 앞에서 노려봤다.

눈에 불똥이 튈 정도로......


“야, 너희들 조용히 해.”

웅성거리는 아이들을 향해 소리를 버럭 질렀다.


“그리고 지금부터 이 사건은 없었던 일이다.  만약 한 년이라도 입을

벌렸다간 나한테 죽는다.   명심해.  

또, 사람은 누구나 한번 쯤 실수할 수 있어. 

그러니까 우리 모두 조용히 덮어둔다.  알겠지?”


“.........”


“그리고 민지가 담임샘을 용서하면 우리 모두 머릿속에서 깨끗이 지워버린다.

니들 그렇게 할꺼지?”


나와 반 아이들이 모두 민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민지는 내 얼굴을 한 번 쳐다보다가 담임샘 얼굴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담임은 민지와 눈이 마주치자 돌아서서 힘없이 칠판에 몸을 기댔다.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담임이 돌아서더니 민지를 힐끔 보면서  “미안하다, 민지야......”


그 말에 민지가 한참 후 고개를 끄떡였다.


난 민지의 의연한 모습에 너무 감사하고 기뻤다.


난 나도 모르게 민지의 손을 덥석 잡고 활짝 웃었다.

“잘했어, 민지야.  고마워, 정말 고마워.”


반 아이들도 그제서야 환하게 웃고 담임도 얼굴이 조금 펴진 상태로

얼른 교실을 나갔다.


난 참을 수가 없어 그대로 민지 손을 잡고 뛰어나가기 시작했다.


“재영아, 재영아.... 잠깐만...”


“안돼, 멈출 수 없어.”


계단을 올라갔다.  끝까지.....

아무도 없는 우리만의 공간을 찾아.


끼이익.

옥상 문을 열고 옥상으로 나갔다.


가슴이 시원했다.


민지도 헐떡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크게 심호흡을 했다.


“민지야,  나...나....너....사랑해.”


난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민지에게 사력을 다해 고백했다.


민지는 놀란 토끼 눈을 하고 나를 빤히 쳐다본다.


“날 사랑한다고??  손미정이 아니고??”


“그래, 최민지. 얼음공주 최민지를 사랑해.  미정인 그냥 친구일 뿐이야.”

“그때 축제 때 키스 했잖아.  아니,아니, 그 전에도 키스하고.....”


난 민지의 물음에 가슴이 너무 뛰기 시작했다.


“축제땐 네가 날 싫어하니까 반항심에 그런 거고 그 전엔 절대

키스한 적 없어.”

“정말이야?”

“그래, 민지야,  나 너 때문에 죽고 싶을 만큼 괴로워. 

더 이상 참기 힘들어.  거절당해도 좋으니까 용기내서 고백하는 거야.”


나의 간절한 눈빛을 본 민지는 활짝 웃는 것이다.


“나 축제 때 미정이한테 해 준 것처럼 멋있게 키스해 줘.”

그러면서 눈을 살짝 감았다.


난 민지의 얼굴을 그 예쁜 얼굴을 손으로 가만히 쓰다듬었다.

너무 예쁘고 사랑스럽다.

얼마나 간절히 꿈에서라도 간절히 원했던 순간인지...


반듯한 이마에 입술을 갖다대자 민지가 실눈을 뜨며 나를 본다.

“에게?”


난 민지를 가슴에 꽉 끌어안고 허리를 숙이면서 민지의 등을 단단히 받친 체

입술에 키스했다.


민지의 입술에선 아이스크림 향기가 났다.

그 향기가 너무 달콤해 자꾸만 혀로 파고들었다.


몸을 일으키니,

“재영아, 나도 널 사랑해.  아니, 너보다 내가 더 먼저 사랑에 빠져버렸어.

너도 만만찮게 나 괴롭혔던거 알아?”


“정말이야?  나 사랑한다는 말?   야 호~~”

내가 기쁨에 펄쩍펄쩍 뛰자 민지는 얼른 내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쥐더니

키스를 퍼부었다.


우린 깊은 입맞춤을 나눈 뒤 서로를 감싸 안은 체 교정을 내려다보았다.


우린 그렇게 우리만의 비밀을 조심스럽게 엮어가기 시작했다.

불투명한 미래를 걱정하느니 마음이 이끄는 대로 내버려 두는 것도 괜찮겠지.

펄펄 끓는 열정이 있는 한 그 열정이 원하는 대로......

 

 

 

 

 



                                               --- THE 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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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미천한 글 끝까지 봐 주셔서 고맙습니다.

동성간의 사랑을 그려봤어요.

사춘기때 한번쯤 겪고 넘어가는 첫사랑에 초점을 맞췄거든요.

사람은 누구나 그런 사랑을 해 본다죠.

남성호르몬과 여성호르몬이 같이 존재하기 때문에....


담에도 쓸 기회가 오면 그때도 재밌게 봐 주세용~ (애원 ^^;)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모두들 건강하세요.    (--)(__)       

                                    안젤리나 쫄티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