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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아침


BY 안젤리나 쫄티 2003-07-08

 

젠장...오늘도 늦어버렸군.

빌어먹을 아침 해는 왜 이렇게 빨리 뜨는거야.


아침밥도 안주면서 깨워주지도 않아.

따가운 햇살에 눈을 떠보니 벌써 9시.


“엄마!  엄마!! 엄.....쵯”

그럼 그렇지.

방문을 열고 엄마를 불렀지만 이미 집안은

썰물이 빠져나간 듯 썰렁했다.


새벽부터 시장에 나가시는 부모님.


냉장고를 열어 김치를 꺼내고 도시락김을 까놓고

밥통을 열었다.

다행히 밥이 남아있네.

기왕 늦은거 창자나 든든히 채워놓자.

담탱이한테 뒤지게 터질려면 맺집이라도 불려놔야지.


김 위에 김치를 얹고 한입 쑤욱.

캬.... 맛있다.


물기 뚝뚝 떨어지는 머리로 현관을 나섰다.

오늘 날씨 참 좋다.



저 만큼 교문이 보이기 시작.

어라?  잠겼네?

얼핏 손목시계를 보니 9시 50분.

흠... 쫌 늦었긴 늦었구먼.

2교시면 덴장 담탱이 시간이자나.

걸려도 드럽게 걸렸네.


교문의 창살을 두 손으로 가볍게 잡고

올라가서 새털처럼 가볍게 뛰어넘었다.


조용한 복도를 걸어가니 저만치서

담임의 영어책 읽는 소리가 들렸다.

뒤쪽 교실문을 확 열었다.

순간 교실안의 눈들이 일제히 돌려지고

칠판을 향하던 담임도 뒤를 돌아본다.


몇몇 얘들은  ‘또냐?’ 한심하다는 듯

비웃고 또 다른 애들은 기대에 찬 얼굴들이다.


두꺼운 돋보기를 밀어올리며 담임은 입술을 지그시 깨문다.

“죄송합니다.  늦잠을 자서요.”

큰소리로 인사를 하며 허리를 반쯤 숙였다.


담임은 뒤쪽 벽에 걸려있는 벽시계만 뚫어져라 노려보고

난 내 책상쪽으로 걸어가 가방을 올려놓고 담임앞으로 나갔다.


“차려,     열중쉬어.”

담임이 셔츠의 소매를 하나씩 걷기 시작하며 잇사이로 조용히

내 뱉었다.

내가 열중쉬어 자세를 취하자 손목시계를 풀어 교탁위에 올려놓더니

바로 출석부를 집어든다.


출석부에 손이 닿자마자 난 눈을 질끈 감았다.

곧바로 내 머리에 내리꽃히는 출석부.

이게 시작이다.

담탱이는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조근조근 아작을 내는 스타일.


그 다음엔 주먹으로 뺨을 갈긴다.

머리가 왼쪽으로 확 꺽일만큼.


돌아간 고개 사이로 담임의 슬리퍼가 눈에 들어왔다.

내 종아리만큼 높은 교단에 올라선것도 모자라 까치발까지 하고....

피식.  웃음이 나왔다.


“쬐끄만게...”

살짝 속삭였더니 담탱이 낯짝이 아주 퍼렇게 죽어간다.

순간 별이 번쩍. 내 몸이 붕 뜬다음 정신을 잃어버렸다.


정신을 잃는 순간에도 앞자리에 앉은 애들이

내 머리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에 흠짓 하는걸 봤다.


아득하게 소리치는 아이들 비명소리...

곧이어 쏟아지는 참을수 없는 통증.

뭔가 쇠망치로 뱃가죽을 사정없이 내리치는 듯한 통증 때문에

겨우 눈을 뜰수 있었다.


담임이 정신을 잃고 쓰러져있는 내 배를 걷어차고 미친 듯이 밟아대고 있었다.

아이들은 담임의 광기어린 모습에 넋을 잃고 비명만 질러대고

공포감에 어느 누구도 말리지 못하고 있었다.


흐느끼는 아이들 속에서 누군가 밖으로 뛰쳐나가는 소리가 들리더니

옆반에서 수업중이던 수학선생이 뛰어들어왔다.


미친놈처럼 발광을 하던 담탱이를 수학선생이 겨우 끌어내었다.

“놔, 놔.  안놔 이거?  빨리 놔.  저새끼 죽여버릴꺼야. 빨리 놔.”


밖으로 끌려나가면서 개거품 물고 지랄하는 담탱이 눈과 마주치자

난 멋지게 씨~익 웃어줬다.

그리고 정신을 잃었다.


누군가 날 업고 뛰는지 내 몸이 공중에 떠서 흔들리는 느낌...

또다시 정신을 잃었다.



한참을 꿈속에서 헤매다가 슬며시 눈을 떴다.

문득 환한 방안 풍경에 헉...지금 몇시야?

지각인줄 알고 벌떡 일어날려다 온몸이 쑤셔대서 움직일수 없었다.


푸르스름한 담요랑 옆에 칸막이 천을 보고 양호실이란걸 알수 있었다.

갑자기 관자놀이쪽에 찌르는 듯한 통증을 느끼고 손을 갖다 대니

두툼한 붕대가 감겨 있었다.


뺨을 맞고 쓰러지면서 교탁 모서리에 부딪친거 같다.

피가 끈적끈적하게 엉겨붙어 말라있었다.

얼굴에 손을 대보니 내 얼굴의 두배쯤 부었나보다.

열난 사람마냥 뜨끈뜨끈하고 얼얼하다.


에이, 씨발.

잠이나 실컷 자자.


미친개 담탱이도 이젠 좀 조용하겠지.

꼭 두달에서 세달에 한번씩 발광을 해댄다.


이번엔 내차례가 아니었지만

그냥 제물이 돼 줬다.

까져도 확실히 까져야 불씨가 안 남지.

어설프게 까줬다간 분이 풀릴때까지 얘들을 괴롭힌다.


젠장.

하도 맞으니 맞은거 같지도 않네.

담탱이 힘이 많이 줄은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