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좀 봐줘. 며칠안에 다 갚을께. 꼭 이래야겠어? 기다려 줘"
다리를 붙잡고 언제 어느때 밀린 돈을 다 갚겠노라고 약속을 하면 못 이긴 척하고 집행관 사무실에 연락해서 경매를 취소할려 했는데 은숙이는 도무지 베짱이였다.
목을 따서 죽인다는둥 ,그런 살림 또 사면 될 거 아니냐며 죽어도 돈은 못 주겠다고 버텼다.
하는 수 없이 남영이은숙이 유채동산을 경매 받아 중고 상인한테 20만원 더 올려 팔고 냉장고며 세탁기를 빼 나오는데 그때만 해도 "언니 돈 챙겨 볼께" 하면 물릴거라고 남영이 은숙이 눈치를 보는데
끄덕도 않고 얼굴에 화운데이션만 토닥토닥 바르며 두 눈을 치켜뜨고 마스카라만 연신 발라대는 모습에 기가 막혀서 후다닥 나와 버렸다.
' 도둑년 , 남의 돈 띠 먹고 주제에 없는 거 없이 사는구만'
은숙이 상습적으로 어영부영 남의 돈 띠 먹는다는 사실을 남기에게 들었건만 아주 악질이라는 소식은 그 뒷날 써니 오라버니에게 들을 수 있었다.
" 하이고, 걸렸소, 참말로 ...어쩌다 걸렸소? 아따 그냥 나만 걸리면 됐지 왜 걸렸소 그년한테"
써니 오라버니는 동업자로서 남영을 안타까워했다.
사채하는 사람 중에도 전혀 정보도 주지 않고 끼리끼리 거짓정보 흘려 자기만 받아 내 버리는 채무자들 보다 더 사기 전문가인 사채 장사도 있었고, 남기나 써니 오라비 처럼
정직하게 하는 사람도 있었다.
남영이 그래도 이들과 친한 게 천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
하루도 빠지지 않고 고객과 싸우고. 욕 먹고 돈 떼이고 하는게 일이라 늘 우울했고 서글펐다.
어느누구에도 말 못하는 직업
남영은 옛날 엄마들이 걸어걸어 수금했던 용기들을 떠 올려 보았다.
새끼들 잘 키워 보려 종잣돈 얼마 안 되는걸 빌려 주고 이자 원금을 푼돈으로 속 끓여 가며받아 내는선배 엄마들이 위대 해 보였다.
무선에서 택시를 탔다.
버스비도 아까워 벌벌떠는데 남영은 쌍봉 사거리에서 만나자는 채무자의 전화에 부리나케 택시를 탔다.
채무자는 단 5분도 기다리지 않는다.
어떨땐 채무자가 부러울때도 있다.
전화 왜 안 받느냐하면 밧데리가 나갔다.무음으로 되어 있어 몰랐다. 밧데리 빼 놨다. 다른 곳에 두고 왔다. 고장나서 맡겼다.
이렇게 편하게 사는 사람들도 세상엔 절대 없기 때문에.
이렇듯 빤한 거짓말을 할때면 그냥 속아 줘야한다. 우겨서 뭐하나 돈 만 받으면 되는걸
최 영아
영아 성님은 돈 관계가 없으면 성님으로 모시고 싶은 사람이였다.
화끈하고, 성실하고. 부지런했다.
채무자들이 다 그런거는 아니지만 진짜나쁜 ,진짜진짜 나쁜 채무자들,
남의 돈 고리로 빌려 쓰 주제에 고상한체는 다하고, 예날에 금송아지 자랑하고. 사모님 소리 들었네 떠벌리고... 돈을 줄때도 온갖 고생 다시켜서 주고,
어디다 맡겼으니 찿아가라 하며 맡기지도 않고 ... 그런 채무자들에 비하면 영아 성님은 천사 같았다.
돈을 빌려 주면서도 진실로 잘 되길 빌었고,남영의 자신의 돈이 가치있게 쓰이길 바랬다.
쌍봉 사거리 농협 시디기 앞에서 영아 성님이 웃으면서 20만원을 줬다.
남은 금액 120만원에 80을 더 해 달라고 했다.
영아 성님을 겪은 결과 괜찮은 느낌이 들어 두 말 않고 빌려 줬다.
사람이 사람을 평가한다는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이렇다 싶으면 저렇고 저렇다 싶으면 이런.. 이중인격에 아니 다중인격을 모든 사람은 지녔다 생각해야 옳을 것이리라.
뒷날 낌새가 이상해 전화를 했다.
'이 번호는 없는 번호이오니...'
" 이런 씨발년이.." 남영은 핸드폰을 땅에다 쳐박아 버렸다.
그 후 한달이 지나서 영아성 집엘 가보았다.
일찌기 유채동산에 압류 해도 됐을 것을, 영아성 남편이 곧 죽을것 같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였다.
그 잘난 마누라때문에
" 울산에 있답디다. 산거지가 다 됐답디다."
남 얘기하듯하는 영아성 남편앞에서 그 어떤 위로도 못해주고 그 집을 나왔다.
' 죽었다 깨나도 보증인 없이는 돈 안 줘야지'
1년 반을 싸우며 울며 보냈다.
남영이 시내 주택은행앞에서 고객을 기다리는데 미순이가 보였다.
"아따 오랜만이요.인제 감옥에서 나왔응께 내돈 내 놔야지?"
미순이 놀라는듯 했으나 어느새 독기어린 얼굴로 말했다.
"돈 못줘 이년아.나를 다시감옥에 넣어라.또 들어 가 살거니까.."
"이 년 봐라 그래 감옥이 그리 좋드냐? 쳐 먹었으면 게워 내야지. 남의 것 꼴깍 쳐 먹고도
그냥 멀쩡할것 같으냐 도둑년이..."
남영이 역시 독하게 쏘아대자 미순이 슬그머니 뒷골목 청과 조합쪽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래 ~내 돈 띠 먹고 잘 될것같으냐?'
그랬다.남영이 지금까지 자기를 괴롭힌 모든 사람들은 죽거나 다치거나 명예를 잃거나 하였다.
어쩔땐 그런 사실이 무서웠다
. 남영의 몸에 저주의 피가 흐르는 것 같아 두려웠다.
한참을 씩씩거리고 서 있는데 정미가 불렀다.
기다리던 고객은 열나게 싸우고 있어서 다시 가 버렸다고 했었다.
카드 대납하는 애였다.
남의돈 일수나 급전으로 내서 대납해주고하루 5-13%,13-15%까지 받는 신종 카드담보 돈장사하는 애였다.
"언니 지금 얼른 300줘봐 엘지거는 막으면 금방 나와"
"없어"
"언니 지금 막고 바로 빼 준다니까~, 내가 300 때문에 15만원 못 벌면 어떡해"
" 너 웃긴다 없어. 근데 카드는 있냐?"
남영이 묻는 말에 카드를 수두룩 보여줬다.
남영이 하루1%라는 이자에 쏠깃해서 300을 정미 통장에 폰 뱅킹해줬다.
남영이 역시 하루0.3%의이자를 주고가져온 급전이였다.
정말 20분을 기다렸는데300과3만원을 정미 내밀었다.
신기했다. 가만 앉아서 3만원이라니... 하루하루 걸어 다니며 몇푼 안되는 돈때문에 악을 쓰고 ,설득하고 사정해서 돈을 받는 일에 비하면 가만 누워 있어도 입에 홍시가 떨어지는 격이였다.
"언니는 이거 하지말고 하루 1%만 먹어. 내가 벌어줄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