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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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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


BY 해바라기 2003-08-04

경찰서라며 전화가 왔다. 미순이 그녀를 사기죄로 고소했는데 죽으라고 잡히지 않더니 드디어 잡았다며 연락이 왔었다.

온 몸이 피투성이였다. 어이없이 바라보는 남영에게 미안해하거나하는 그런 기색은 조금도 없이 오히려 큰소리를 치고 있었다.조사하는 경찰이 어이없는미소로 말을 꺼냈다.

"무릎 꿇고 살려 주라 그러시오. 그래야 봐 주지 김 남영씨 말고 딴사람도 지금 고소가 들어 왔어요. 상습적으로 돈 빌려 며칠 이자 주고 날르든구만"

"돈이 없어서 그러지 지가 띠 먹을라고 했다요?

"대꾸는, 히딱 봐 달라고 허란 말이요"

경찰은 이런 사건을 몹시 귀찮아했다.

"그냥 적당이 좀 봐 주시오,지리산에서 오뎅 팔다가

손님하고 싸워서 고소한다는게 그만 잡혔다요."

그랬다 그녀는 자신이 수배자란걸 깜박하고 자신이 먼저 고소한다고해서 걸려 들었던것이였다.

남영이 알아서 처리해달라 하고 나왔다.

그리고 며칠이 지났다.

경찰서에서 또 연락이 왔었다.

환장할 일이였다. 사채장사 1년도 안 돼 경찰서를 들락날락 해야하는

신세가 되다니 ......,진짜 집 주인이  고소를 했다.채권 무효소송을 냈던 것이였다.

"아따 그냥 돈 좀 있으니까  별것들이 돈을 노리고 쇼를 하구만."

전세긍 반환 청구 소송을 낸 남영에게 진짜 집주인은  펄펄  뛰면서 난리였다.

그도 그럴것이 남영이 외에도 여남은명이 전세금 달라며  떼를 쓰니 환장할 노릇이 아닌가.

조사하는 경찰은 마치 남영이 실제로 진짜 집주인 돈을 노리고 전세금 반환 소송을 낸것처럼 고함을 질렀다.

그  때까지만해도 전세 계약서가 가짜인 줄 몰랐기 때문이였는데 경찰앞에서 남영은 남 등쳐먹는 사람으로 오해 받고 있다는것에 분이 치밀어 올랐다. 돈 떼이는것도 억울한데 정말 속상해 견딜수가 없었다.

사채가 이렇게 어려워 하지 말라고 말렸구나하는 생각에 남영은 경찰서에서 인감 찍고  나오다가 그만 주저앉아 울어버렸다.

 

법무사에 돈 많이 갖다 바치고 서야  채권 채무관계는 법으로 해결이 안 된다는걸 깨달았다.

 

미순이 감옥살이 한다는 소식과  미순의 사기 동기들이 다 잠수 탔다는 소식을 들었는데도 왜 그런지 남영이 우울했다.

 하면 할수록 관록이 붙을법한데도 남영은 돈 장사가 너무 힘들었고  몇 군데 해결사한테 돈 좀 받아 달라 했더니 받아서 1원 한 푼도 남영에게  주지 않고 몰라라 해서 다시는 누구에게 돈 받아 달라는 부탁을 하지 않았다. 허긴 돈  받는 것처럼  세상에  힘든 게   있을라고

 

남영의 결재 해야할 카드 금액이 불어 났다.

손에 돈은 전혀 잡히질 않고 빚 만 늘어 갔다.

피아노 학원장 남편을 만나기로 해서 여천으로 가는 버스에 오르니

세상에 쌍둥이가 있었다.

일수를 내서 딱 2번 입금하고 사라져 버린 쌍둥이!

벌떡벌뗙 뛰는 가슴을 진정 시키면서

생각했다. 머리채를 확 잡아 뽑아 버리까?

뺨을 후려칠까?

이년이 세상에도 없는 사기꾼이다요하고 버럭버럭 악을 쓸것인가?

"어이, 오랜만이네 나 알지?"

"누구신데요?"

"이런 씨발년이 나를 몰라?"

"야 이년아 니년이 탈렌트냐 대통령이냐"

"야이년아 니년이 나한테 돈 빌렸잖아~"

"이런 씨발년이 내가 언제 니년한테 돈 빌렸냐엉?"

"야이년아 너 여기서 내려봐"

버스 승객들은 좋은 구경거리 처럼 가만 보고있었고 기사 아저씨만 우리를 경찰서에 신고한다고 난리였다.

남영이 돈 장사하면서 평상시 욕을 많이 외워 두고 있었다.  욕이 아니면 도무지 안 되어 연습연습 한 결과 근사하게 욕쟁이로 변해가는 자신이 대견스러웠다.

"야 이년아 니년이 응? 해변 다방에서 응? 돈 빌리면서 담배도 피웠잖아~"

일단 주위의 시선도 있고 해서 부드럽게 말했다.

"아줌마 ! 나는 쌍둥이예요, 나는 죽었다 깨나도 사채안써요, 우리 언니가 빌렸나봐요"

"뭐라고? 야 이년아 근데 왜 언니 처럼 머리에 염색은 하냐 똑같이 기르고"

이럴수가 너무 난감했다. 그렇지 쌍둥이 동생이 알면 큰일 난다고 했지

혹시라도 돈 빌린 사실을 묻게 되면 안 빌렸다고 해 달랬지

"언니 어딨어 "

"몰라요 집 나간지가 오래 되서 몰라요"

"말해봐"

"갈매긴가 뭔가에 있다는 소식만 들었는데 몰라요"

수첩에 얼른 받아 적었다.

갈....매....기...

 

피아노 학원장 남편은 울었다.

어쩌다 어쩌다 이런 여자를 만나서 이런 산 거지가 다 되었는지 모르겠다며 아예 남영을 붙잡고 애원을 했다 .

"저도 카드 빚 갚아야 돼요녜?"

"나도 모르게 인감 훔쳐가서 돈 빌린거니까 며칠 봐주세요."

"인감 관리를 왜 아무렇게나해요? 한두번도 아니라면서요?'

"통 두말할것없이 내가 미친 놈이죠"

"얼마라도 주세요! 여수에서 버스 타고 왔어요지금"

"지금있는게15만원뿐인데요"

"그거라도 주시고 내일 또 챙겨 주세요"

내일 입금 안 될 줄 빤히 알면서도 말은 이렇게 해야 했다.

남영은 피아노학원 원장이 정말 나쁜 여자라고 생각했다.

실컷 남의 돈 다 빼 쓰고 사라져 버려 보증인으로 들어 온 남편이 애들 때문에 도망도 못 가고 고스란히 채권자들에게 당하고 있었기 때문이였다

 

여천 소주코너 제비에 막 들어 서려는데 누가 불렀다.

~차라리 듣지 말것을 차라리 보지 말것을 ~

같은 교회 집사님이 뒷모습을 보고 긴가민가하여 불러보았댄다.

모른척하고 지나가면 될 걸 웬 관심이 이리도 많을까?

다음날은 주일이였고 남영은 교회에 나가지 않았다.

 

남기가 밥 먹자고했다.

골치 아픈곳 대신 돈 받아 쓰라 했더니 받았다며 대신 밥을 산다고 했다 .                          이런 솔직한 놈

그랬다 나이는 한 참 어린데 하는게 이쁘다.

사채 선배랍시고 열심히 열심히 가르쳐 드는게 참 이쁘다.

이런 애가 이혼 하고 혼자 아이 키운다는게 참 안돼 보였다.

순수한 영혼을 지닌 이쁜 소년 같았다.

"조심해 또 감옥들어 가면 안 되잖아 "

"누님 어찌 또 들어 간다요?"

"성질대로 하지말고 구슬려"

"아따 누님 이 더 무섭습디다 까닥하면 싸우고"

"그거야 솔직히 채무자들이 제 정신들이냐? "

"긍께 똑같이 미쳐 버리면 쓴다요. 그것들은 미치게 놔두고 우리는 우리거 받아야지요"

"전생에 죄가 많아서 이런거 한가봐"

"긍께 말이요"

 

핸드폰 벨이 울렸다.  이상하게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은 전화 같았다.

"씨발년아 우리 살림이 탐이 나면 좋게 가져가지 지랄하고 딱지는 왜 붙이냐?"

몇날 며칠을 사정하면서 돈 좀 달라고 다닌 은숙이의 전화였다.

"고상하게 법으로 할려고그래"

남영은 능청스럽게 대꾸했다.

남기가 고년 골치 아픈년이라고 했다.

"씨발년아 니 오늘 조심해 목을 따 버릴테니까!"

참 이상했다 티비에서는 채권자들이 겁나게 무섭게 나오는데 여수의 채권자들은 맨날 협박이나 당하고 살았다. 걸핏하면 가족을 몰살 시킨다는둥 차조심해라받아버린다는둥

남기가 은숙이 과거를 잘 알고있었다. 돈 빌려준 사람들은 다 당하고 돈 포기한다고했다.

사람도 아닌 사람과 상대하는 나도 사람이 아니겠지

내 목을 어찌 딸까? 남영은 그게 궁금했다.

영화 대부에서는 전깃줄로 목졸라 죽였는데 목을따는 장면의 영화는 아직 못 봤기 때문에 은숙이가 남영이 자신의 목을 어떻게 따서 죽일건지 궁금했다.

"누님 맨날 죽인다해도 누구 돈장사 한사람 죽었소?"

죽는게 두려워서가 아니라 하도 어이가 없어 넋을 놓고 있는데 남기 오해를 하며 달랬다.

"그런것들 봐 주지말고 살림 끄집어내서 팔아 버리시오."

 

 

집행관 사무실에서 날짜를 정해주었다.

은숙이네 유채동산 경매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