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합니다. 늦었습니다.
바이러스 먹는 바람에 고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네요.
그리고 격려의 글을 올려 주신 분들께 인사도 못 드렸어요.
죄송하고도 감사합니다.
부족함이 많은 글이지만 심사하신다는 마음으로 읽어 주세요. *^^*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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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없이 그가 차를 몰았다.
해변가를 돌아 산길로 이어지는 구름다리를 지나고
태하동을 돌아 천부를 지났다.
그리고 도로가 끝나는 곳에서 차는 멈추었다.
태풍이 지나간 바다의 물결은 잔잔했고 그 짠내음과 푸릇한 풀내음이 어우러져 있는 공기의 향기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상쾌했다.
[할...얘기가 있는 거지요?]
그녀가 먼저 침묵을 깼다. 그가 한숨을 내보였다.
[꼬맹이 ... 어제 진수 만났냐?]
[... ...!]
[같이 술 마신거야?]
[..술은 아니에요]
[놈...어제 인사불성이 되어 들어왔더군...진수가 너 좋아하냐?]
[... ...!]
[아니, 진수가 너 사랑하니?]
[...그렇지는 않을거에요...]
작은 음성으로 그녀가 퉁명스레 대답했다.
[넌 어때?]
다소 심각한 어조로 그가 물었다. 그녀는 그런 그를 무심히 쳐다보았다.
그리고 차에서 내려 바다를 마주하고 섰다.
그가 옆에 와 섰다.
[넌 어떠냐고 물었어, 꼬맹이]
[그런게 왜 궁금한거지요? 알아서 뭐 하게요?]
[대답해봐!]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진수는 은숙이와 마찬가지로 제겐 소중한 친구에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에요]
[그런 소리를 했다면 진수에겐 꽤 상처가 되겠군...]
[알아요...그래서 제 마음도 아파요. 오빠가 진수 걱정하시는 것 만큼 저도 걱정이 돼요. 그러나 제가 해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전 그저 지켜볼 수 밖에 없는걸요. 그러니 오빠도 제가 진수에게 뭔가를 해줬음 하는 기대는 버리세요]
[그런 부탁, 하지 않아]
[고맙군요]
[진수가 너를 마음에 두고 있다는 건 전혀 뜻밖이다. 놈...왜 하필 너냐]
[진수는 금방 털고 일어날거에요. 걔가 원래 오래 고민하는 스타일은 아니거든요]
농담반 진담반 같은 목소리로 그녀가 말했다.
[그리고...이런 얘긴 더이상 하고 싶지 않네요. 오빠가 이런 걸 궁금해 하는 이유도 모르겠어요]
[정말 모르겠니?]
진지한 어투로 그가 말했다.
그녀가 그의 눈을 응시했다.
그의 눈속에 그녀가 담겨 있었다. 가슴이 쿵. 했다.
고개를 돌렸다.
[...모르겠어요]
[아니, 넌 알아]
그가 뒤에서 그녀를 살며시 품에 안았다.
가슴이 터져 버릴 것 같았다.
[너에게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지...넌 알거야, 꼬맹이]
부드럽게 그가 속삭였다.
[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을거다. 내겐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어. 그 문제를 결정짓고 나면...너에게 들려줄 얘기가 있어]
해결해야 할 문제...
그 여자 얘기인가...
그에게 있다는 여자...결혼할지도 모른다던 그 여자...
가슴 한 쪽이 지끈 아파왔다.
묻고 싶었다.
뭐하는 여잔지...아름다운지...사랑하는지...아니, 사랑했는지...
그러나 차마 물을수가 없었다.
[그때까지 기다려줘...]
괜스레 눈물이 삐죽 나왔다.
그의 마음에 드디어 자신이 담겼다는 건 기쁜일이 아닌가.
얼마나 기다리고 기다리던 순간인가...
그런데 까닭모를 아픔이 밀려오는 건 왜란 말인가.
알수없는 이 불안함은 또 뭐란 말인가...
그녀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그가 그녀의 고개를 돌려 입술을 포개었다.
따스했다.
*
[채가 어제 나한테 와서 묻더라. 니가 짝사랑한다는 남자가 도채체 누구냐구. 얼매나 졸라대는지 '니 삼촌이다'하는 소리가 목구멍까지 올라오더라]
[얘기했다간 니 죽을줄 알아라]
환자 없는 보건소 안에서 재란이 은숙을 무섭게 노려보았다.
[야, 다 토해낸 마당에 솔직히 다 얘기해라마. 그라고나서 비밀로 해달라고 하믄 안되나]
[아직은 아니다. 니 입 조심해. 내하고 25년 우정 깨고 싶지 않으면 알아서 해라, 응]
[가시나. 나를 죽이라, 죽여!]
[커피나 마시자. 니가 탈래, 내가 탈까?]
파도가 잔잔해지자 묶여 있던 여객선이 정상 운행을 시작했다.
그리고 진수네 가족들이 돌아왔다.
그 날 이후 진수는 애써 재란을 피하는 것 같았다.
혼자 생각이 많은 모양이었다.
재란은 그냥 그렇게 묵묵히 지켜보고만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