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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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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긋난 감정- 2


BY 액슬로즈 2003-08-08

 

[가세요. 그냥....]

[여기서 혼자 뭐하게?]

그는 어느새 조용히 그녀 곁으로 다가와  옆 책상위에 걸터 앉았다.

그녀는 그를 돌아보지 않았다.

 

[청승맞게 앉아서 뭘 하게?]

[남이야 뭘 하든 상관말고 가 버려요]

퉁명스레...투정하듯  재란은 내밭았다.

그에게 자신의 그런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본의아니게 진수와 얘기하는 걸 들었어...뭐가 문제니?

진수 문제냐...아니면 학교 문제냐?]

...둘 다 아니에요. 문제는 당신이에요. 당신, 채 영씨!...

그렇게 말할 용기가 없다는 게 재란은 한심스러웠다.

빗줄기는 자꾸만 굵어지고 있었다.

휴대폰이 울렸다.

진수다. ... 재란은 휴대폰을 그냥 꺼버렸다.

 

한동안 둘은 말이 없었다.

내리는 빗줄기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불을 당기려하자 재란이 뺏어 주머니에 넣었다.

[학교에요. 금연 장소라구요. 담배 좀 끊어라는 소리, 들어본 적 없어요?]

[끊을까?...네가 끊어라고 하면 끊지]

그의 말투에 재란은 피식 웃었다.

 

*

[전요...초등학교 선생님이 되고 싶었어요]

[알어...]

[알아요?...진수가 그랬나보군요...하여튼 전 어린애들이 좋아요. 그런데 어쩌다보니 고등학교 선생이 되었어요. 저만큼 덩치도 크고 생각도 많은 여고생들을 상대하려고 하니 겁도 나고 자신도 없고...그랬는데 막상 해보니 좋더라구요. 언니 동생 같은 기분도 들고... 제가 언니도 없고  여동생도 없잖아요.

 

아이들과 문제없이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큰 문제를 일으키는 애도 없고...나름대로 다 개성이 있고 열심히 하려고 하는...

 

시험이 있고 한 애가 면담을 청했어요.  전교 5등을 했다는 거예요.  잘한 것 아닌가요? 솔직히 전 전교 10등안에 들어본 적도 없었는데 말이죠.

전 잘했다고, 그 정도면 대단하다고 어깨를 한 번 두들겨 주는걸로 끝냈어요.

 

그 며칠 후 그 애가...학교 옥상에서 떨어졌어요...]

[......!]

 

[그 아이는 이제껏 줄곧... 1등만 하던 애였어요. 태어나 처음으로 5등이라는 걸 접하자 견딜 수 없었다고...

그 당시 전 이해할 수가 없었죠. 믿어지지가 않았어요. 1등을 놓쳤다는 이유대문에 죽음을 택한 그 아이가...

그리고 그런 마음을 안고 제게 상담을 요청했는데 전 그걸 대수롭지 않게 받아 넘겼다는 거...

모든 게 허망하더군요... 그 후 전 교단에 설 수 없었어요.

아이들 얼굴을 볼 수가 없었죠]

[그건...!]

[제 잘못이 아니라구요?... 그래요...하지만 전 더이상 아이들을 가르칠 자신이 없었어요.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사표를 던지고  돌아서자 차라리 편했어요.

은숙은 그런 저를 보고 비겁한 짓이라고 했어요. 맞아요. 전 비겁해요.

그러나 제 자리가 아닌 곳을 고집하는 것도 비겁한 짓이란 생각을 했어요]

[그랬구나]

[전 아직 좋은 선생이 될 자신이 없어요. 그래서 이렇게 수련을 쌓고 있는 거죠]

농담처럼 재란은 웃으며 말했다.

 

채 영은 손을 뻗어 재란의 머리를 만졌다.

부드럽게... 그녀가 눈을 들어 그를 마주 보았다.

[넌 좋은 선생이 될거다...너 자신을 믿어]

가슴 뭉클한 말이었다.

 

그리고 천천히 그의 고개가 그녀 쪽으로 기울어 지고 있었다.

무슨 일이 생길지 알면서도 재란은 피하지 않았다.

그의 입술이 입술 가까이 다가오자 재란은 눈을 감았다.

감미롭게...부드럽게...달콤하게...짜릿한 현기증을 안고 그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위에 포개어졌다.

 

한 번 경험했 듯 재란은 그와의 키스로 인해 다른 모든 것들은 잊었다.

그리고 그의 키스가 주는 알 수 없는 그 편안함이 좋았다.

 

오랜 키스 뒤 그가 조용히 그녀를 가슴에 안았다.

[널...어쩌면 좋을까...]

[뭘요...?]

이해할 수 없는 그의 말에 그녀가 물었으나 그는 답이 없었다.

그저 그녀를 꼭 안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둘은 이미 안다.

서로가 서로에게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지...

그러나 서로 묻지 않았다.

감히 그 뒤를 감당할 수 있을지...자신이 없어서일 것이다.

 

*

[야, 어제 진수가 니 찾든데...뭔 일 있었나?]

도서관으로 온 은숙이 나즈막한 음성으로 물었다.

[진수완...아무래도 거리를 두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와? 진수가 뭔 말 하드나? 니한테 고백이라도 했나?]

[......!]

[맞구나!...거 참, 문제가 고약하네. 진수는 니, 니는 진수 삼촌...삼각도 이런 삼각이 있겠나? 그러게 내가 뭐랬노? 진작부터 진수를 경계하라 안 그랬나. 니가 뜨떠 미지근하게 나오니간 진수가 미련같고 니 한테서 벗어나지 못하지. 인제 우얄끼고? 진수도 인제는 대놓고 대쉬할 모양인데]

[...몰라. 상처주지 않고 해결할 방법이 없을까? 그 짝사랑이란 거 누구보다 내가 더 잘 알잖냐]

[에구, 나도 모르겠다. 생각 좀 해보자]

 

그러나 생각이고 뭐고 할 것도 없이 도서관 문을 닫고 돌아 섰을 때 진수가 두 사람의 앞을 막고 섰다.

 

[얘기 좀 하자]

[깜짝이야! 야, 기척 좀 해라. 간 떨어지겠다]

[은숙이 니 먼저 좀 가라. 재란이 하고 할 얘기가 있으이]

[꼭...오늘 해야 되냐?]

재란이 물었다. 진수는 고개만 끄덕였다.

피하고 싶었다.

그러나 피한다고 될 일도 아니고 그렇다고 언제까지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은숙이 니 가라]

 

*

재란과 진수는 바닷가 로 나갔다.

비가 그치고 간 바다는 제법 물살이 올라 있어 굵직한 웨이브를 이루고 있었다.

한동안 보이지 않던 텐트족들도 어느새 바닷가로 밀고 내려와  있었고 군데군데 사람들이 앉아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재란과 진수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

결혼하고 처음으로 남편이랑 친정집으로 휴가를 갔다 왔습니다.

먼 곳이라 가는 김에 푹 놀다 왔습니다.

늘 글을 올리고도 이게 아닌데...아닌데 하는 마음이라  미안함이 큽니다.

그래도 참을성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쨌거나 최선을 다해 끝을 볼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