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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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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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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허물수는 없다


BY 今風泉(隱秘) 2003-07-04

그녀에 대한 나의 충성(?)은 끝이 없었다.
시키는 일 모두가 즐거웠고 당연히 해 주어야 하는 보호자 같은 의무감이 나를 뿌듯하게 했다.

"술 먹을줄 알아?"
"네.."
"그 나이면 술 한잔 해도 되지 뭐.."
"그렇지만..."

그녀가 언제 준비 되었는지 모를 맥주를 냉장고에서 꺼낸다.
거품이 곱다. 친구들과 몇 번 술을 마셔보긴 했지만 아무래도 친구와 마시는 술과는 차원이 다른, 말하자면 긴장감이 고조된 그런 술자리인지라 내 행동이 어줍었던 모양이었다..

"자, 한잔 받아. 왜그래? 어디 불편해? "
"아뇨, 제가 먼저 드릴까요?"
"아냐.. 남자잖아 남자가 먼저 받아야지.."

유리 그리스에 가득 술을 부어주는 그녀의 손이 정말 정스럽다.
나도 한잔을 그에게 따르었다. 거품이 솜처럼 불어 올랐다가는 가라 앉는다.
"자, 한잔 해 이제 문도 닫았으니 우리 시간이잖아 시원하게 한잔 마시자고.."

오래된 술친구처럼 우린 잔을 부딪쳤다. 술을 마시니 어른이 된 것 같기도하고..
그녀의 얼굴이 고와진다. 사과빛으로 변하는 그녀의 볼과 강바닥의 맨돌같은 눈동자와 깜박거리는 눈섶,우수에 찬 입술과 머리카락...

"뭔가 내게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해. 다 들어줄께  응?"

두어잔을 비우고 난 그녀의 표정에서 긴장이 좀 풀린 것이 감지 된다.
뭔가 하고 싶은 말이라면 별말이 있으랴만 그렇다고 함부로 속내를 들어 낼 처지도 아니고 잘못했다가 그녀가 나를 나쁜사람으로 취급할 것 같아 난 조심하고 있었다.

"응, 술이 다 됐나..기왕 마신거 좀 더 마시지 뭐..."
 
그녀가 냉장고 문을 연다.

"어, 맥주가 없네. 어때 와인으로 할까 아님 다른거?"

그녀가 나의 의향을 물었다.

"아무거나요. 전 몰라요 술.."

그녀는 양주를 내 왔다. 아까보다 좀더 요염해진 모습으로- 아니 어쩌면 내 눈이 그렇게 바라보았는지 모르지만- 그녀는 고운 미소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옷이 자꾸 흘러 내릴 것 같아 내 얼굴이 빨개지는 감이 온다.

"이 술이 뭐예요?"
"응, 엊그제 나 아는 선생님이 같이 먹자고 가지고 온건데...."
"왜 안마셨어요?"
"먹기 싫어서.."

먹기 싫었다면...
그럼 왜 나하고 먹는단 말인가....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우린 연거푸 술을 마셨다. 얼음이 녹여주는 양주는 참으로 감미롭지 않은가.
아, 양주가 이런 술이구나...

술이 술술 넘어 간다. 마음이 슬슬 쓰러지나 보다. 말해 버릴까? 내 속마음을 애린 마음을 이럴 때 고백해야하는 것 아닌가...재고 또재면서 난 술을 넘긴다.
농염한 여인과 단둘이 마시는 술은 쉽게 나를 긴장에서 벗어나지는 못하게 했다. 다만 그녀가 좀 더워지는 모양이었다.

"나, 웃옷좀 벗어도 되지."
 
그녀의 숨겨진 고운 살빛이 나를 충동질 했지만 나는 동요하지 않으려 어금니를 깨물었고 그럴때마다 진부한 곳에서는 부도덕한 상징이 억지를 쓰며 반항하고 있었다. 워낙 감정에 민감한 나이인데다 아무도 없는 공간에 그녀와 단둘이 앉아서 불같은 술을 마셨으니 어쩌랴...

"자, 기왕 마신거 한잔 더해..더..더!"

나도 그녀도 무슨 심사에선지 술을 마셔 댔다. 일찍이 그녀가 이렇게 술을 마시는 걸 본적이 없다. 나도 이렇게 술을 마신 경험은 더욱이 없다. 그러나 우린 능숙한 사람들처럼 술잔을 부딪쳤다.

밤은 깊어지고 술기운도 깊어지고 그녀의 혀가 점차 말리는 것 같았다.

"나, 나 외로워...나 외로운거 알아.?"

왜 이럴까? 나보고 무엇을 어찌하라는 걸까?
난 그냥 다소곳이 앉아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자, 한잔 더줘.."
"그만 하세요. 이모!"

그녀를 이모라고 호칭하라고 한 이후 처음으로 난 그녀를 이모라고 불렀다. 아마도 술로 인한 그녀의 감정이 무너지는 것을 받쳐보려는 의도가 아니었을까......

그녀가 결국 탁자에 머리를 대고 정신이 혼미해지고 말았다. 왜 그녀가 술에 먹혔는지 난 모른다. 다만 그녀가 외로움에 떨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그녀를 흔들어 봤지만 제정신으로 돌아올 것 같지는 않았다.
어찌할까..
그래....

난 그녀를 업었다. 더 이상 그녀의 자태가 흐트러지는걸 보기 싫었다. 행여 그녀의 이미지에 흠이라도 갈 행동이 보여질까봐 걱정이 되었다. 환상에 금이가고 그녀의 허물어짐을 정녕 나에겐 슬픔이 될 것 같앗다. 지켜 줘야지...난 그렇게 다짐하면서...

그녀를 엎은 나는 거리로 나섰다. 택시를 탓으면 좋으련만 뜻대로 차는 와주지 않고...
결국 난 소망하던 그녀를 그렇게 업었다. 그녀가 술김에 내 목을 감는다. 나는 터벅터벅 걷기 시작했다.
거리가 어두워진다 비가 오려나...
정말이었다 빗방울이 한방울 툭 나의 머리에 떨어진다.
나는 업은 애를 추수리듯 그녀를 추스렸다. 그녀의 따스한 체온이 내 몸에 전도되어 온다.

그녀의 집까지 가면서 난
무슨 생각을 했는지 분간할 수 없었지만 난 그녀를 방에다 눕히고 베개를 받쳐주 고 이불을 내려 덮어주고 물한그릇을 떠다가 머리 위에 뫃고는 집으로 돌아 왔다. 그녀의 집 대문을 나오면서 바라보는 하늘에는 구름이 웅크리고 좀전보다 더 굵어진 빗방울이 가로등 불빛 아래로 살같이 내려 떨어지는데 그제서야 술기운이 좀 올라오는지 몸이 붉어지는건지 그녀의 몽울한 살의 품세가 살아 나고 있었다.
참으로 오래 가슴이 짠한 시간이었다. 별이 나를 무어라 부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