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386

이별 연습중


BY 써니 2003-06-29

집에 돌아온 경선은 혼란스러웠다.

성훈에게 결혼할 여자가 생기다니...

어쩌면 당연히 각오한 현실이었을지 모른다.

성훈이 결혼을 한다니..

 

 


일주일이 지나도 성훈에게는 연락이 없다.

먼저 전화를 해보려고 해도 이젠 성훈의 곁엔 애인이 있다고 생각하니 경선은 전화를 할 수가 없었다.

이제 경선은 남편 현기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된다.

성훈에게 연락이 오지 않자 경선은 다시 예전처럼 퇴근후 집에 바로 오는 착한 아내가 되었다.

 

 

"요즘 무슨 일있어? 퇴근도 바로하고 어디 약속없어?"

"....예...날씨도 덥고..나가면...갈만한 곳도 없고 그러네요."

"다음주 부터 자두를 따는데 올해는 돈 좀 벌려나 모르겠네..."

"벌써 그렇게 됐나요? 회사다닌다고 농사일은 제가 몰랐네요."

"당신은 아이들만 잘 키우면 돼. 농사도 어른들도 다 내 몫이잔아."

"당신은 홀애비인가요? 난 과부고?ㅎㅎㅎ"

 


농사일에 재미를 붙힌 현기는 경선이 힘들까봐 밭에 나오지 말라고 한다.

그냥 아이들 교육과 살림만 살라고 배려를 해준다.

경선 역시 회사일로 힘이 들어 가끔은 현실이 힘들다고 생각한 때도 많았었다.

그때마다 남편 현기가 위로를 해주었다.

 

 

"얼마전 친구하고 잠깐 일했던 곳에서 돈이나온다는데 당신 뭐 필요한거 없어?"

"왜요? 필요한게 있슴 사 주실래요?"

"엉 얘기해봐. 내가사줄께."

"자전거 한 대만 사주세요. 요즘 몸이 무거워서 새벽에 운동좀 해야 겠어요."

"그거라면 당연히 내가 사줄수 있지.알았어. 내가 당신껄로 좋은거 사줄께."

"고마워요."

 


무뚝뚝한 남편 현기는 경선을 감동시킨다.

그런 남편을 바라보는 경선역시 잠시지만 성훈의 생각을 접을 수 있었다.

 


주말 오후 경선은 도서관에 들렀다.

책을 반납하고 다른 책을 고르고 있었다.

경선은 주로 에세이를 읽는다.

서너권 책을 골랐다.

도서 카드를 찿으려고 다이어리를 여는 순간 손에 들고 있던 책이 바닥에  떨어졌다.

 

"어이쿠!!"

"여기 있습니다."

"예..고맙습니다."

 


누군가가 경선이 떨어트린 책을 주워주웠다.

고개를 들어보니 성훈이었다.

놀란 경선은 눈이 휘둥그레 지며 꼼작을 할 수가없었다.

어떻게 이곳 도서관까지 찿아왔을까하는 생각에 경선은 놀랐다.

 

 

"오래간만이네요."

"............예~........."

"제가 들어드릴께요. 이리주세요."

"괜찮은데..."

 


경선은 사양했지만 성훈이 먼저 책을 들고 나갔다.

뒤따라서 나온 경선은 얼떨떨했다.

 

 

"경선씨 바로 집으로 갈껀가요?"

".......글쎄요..."

"별다른 계획없으면 저하고 차 한잔 할까요?"

".............."

 

 

경선은 대답대신 성훈의 눈을 들여다 보았다.

성훈은 경선에게 할 얘기가 있는듯 했다.

하지만 경선은 성훈을 만나면 혼란스러울껏 같아 겁이 났다.

 

 

"성훈씨 오늘은 제가 좀 그렀네요."

"그러세요?.........그럼 제가 보내드려야 겠네요."

"............."

 

 

성훈은 경선이 자기의 말이라면 다 들어줄것같았는데 처음으로 거절하자 많이 실망한 듯   했다.

 


"성훈씨 그럼 전 먼저 가봐야 겠어요."

".........예.....그럼 조심히 가세요."

"예...안녕히 가세요."

 

 

성훈의손에서 다시 책을 받아서 경선은 차를 탔다.

시동을 걸고 룸미러로 성훈을 보았다.

아무리 보아도 성훈은 완벽에 가까운 남자였다.

그런 성훈이 왜 결혼한 자신앞에 나타나는지 경선은 헷깔렸다.

 


''뒤돌아 보지 말자...그냥 집으로 가는거야...

나에게 남편과아이들이 있어..''

 


경선은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도서관을 벗어났다.

차 창밖으로 바람이 시원하게 경선의 머릿결을 날렸다.

경선은 성훈에게 너무 심한건 아닐까 걱정도 했지만 더이상 헛점을 보이기는 더 싫었다.

한때 결혼정보회사에서 재혼을 담당했던 경선은 대부분의 재혼 회원이 외도로 인한 이혼임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더욱 가정을 지키고 싶었다.

하지만 성훈을 볼때마다, 다른 식구들은 생각이 나질 않았다.

마치 경선 자신이 성훈의 여자인것 처럼....

 

 

"엄마 ...일찍 왔어요?"

"엉..그래 ..우리 아들 뭐하고 놀았어?"

"할아버지하고 놀았어요. 자두도 먹었고요."

"그랬어? 엄마가 오늘은 게임시켜 줄께."

"야호!!! 신난다. 엄마 최고야."

 


경선의 두아들은 엄마를 무척 좋아한다.

특히 주말엔 게임기를 사용해도 되니까 두아들은 신이 났다.

경선은 게임기를 꽂아주고 컴퓨터를 켰다.

홈페이지 관리한는 일이 아직 남았다.

결혼 정보회사의 홈페이지를 관리하는 일은 경선의 몫이다.

새로운 회원들의 등급을 고쳐주고 결재 시스템과 새로운 정보를 올려야 한는 일이지만 경선은 항상 즐겁게 일을 했었다.

몇일전엔 경선이 매칭시킨 재혼 커플이 결혼식을 올렸다.

그래서 결혼정보회사의 사장은 경선의 능력을 잘알고 있다.

경선이 직장을 옮긴다고 할적에도 붙잡고 싶었지만 거의  한시간 거리를 출퇴근하는 경선이 너무 힘들어 하기에 보내주었었다.

이제와서 다시 경선을 원한다고 해도 경선자신이 싫다고 할것이 뻔했기에 경선에게 홈페이지를 맡겼다.

토요일 오후는 그렇게 시간이 지나가는듯했다.

저녁을 먹고 경선은 오래간만에 가족들과 TV를 보았다.

경선의 핸드폰이 요란한 벨소리와함께 울렸다.

발신자 표시에는 분명 성훈의번호였다.

경선은 성훈의 이름을 삭제 했기에 번호만 표시가 되었다.

아마 경선은 성훈의 이름조차 잊고 싶었나 보다.

 


"예, 성훈씨.."

''지금 뭐 하세요?"

"그냥 TV보고 있었어요. 왜요?"

"시간괜찮으시면 저하고 잠깐...만나서.."

"...."

"안될까요?"

"거기가 어딘가요?"

"그때 그곳...라이브카페입니다."

"알겠어요. 지금 나갈께요."

"예...기다릴께요."

 

 

경선은 전화를 끊고 남편 현기에게 무어라고 거짓말을 할까하고 생각을했다.

 

 

"있잔아요...회원한분이 좀 만나자네요. 잠깐 나갔다 올께요. 늦지 않을께요. 술도 마시지 않을꺼구요.죄송해요."

"괜찮아, 당신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인가보네...가보도록해"

"예..고마워요."

 

경선은 현기를 속이지 않았다.

단, 만나는 사람이 정확하게 어떤 사람인가는 얘기를 않했을 뿐이지...

8시가 다되어가서야 약속장소에 도착했다.

 

 


"성훈씨...."

 

 

성훈은 벌써 술을 한잔 한것 같았다.

경선이 성훈을 부르자 환한 미소로 웃기만 했다.

 


"무슨일 있었나요? 왜 그러세요?"

"............."

"도대체 무슨일이예요?"

"경선씨 난 정말 혼자 살아야 하나봐요."

"그게 무슨소리예요? 결혼할 아가씨하고 무슨일있었어요?"

".............."

 


성훈은 몹시 심각한것 같았다.

대답대신 웃음으로 답을 했다.

종업원이 경선에게 커피한잔을 가지고 왔다.

경선이 굳이 종업원을 부르지 않아도 경선은 분명 커피를 시켰을 것이다.

 


"감사합니다."

"맛있게 드시고 좋은시간가지세요."

"예..."

 

 

그 종업원은 아마 두사람이 연인인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지금 성훈은 아주 심각한체 술에 취해 경선을 불렀으니까...

 

 

"성훈씨...왜그러세요? 얘기를 해보세요."

"사실은요...두달후에 결혼 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자꾸...경선씨가 생각이 나는거예요.

그 여자하고 있어도 그렇고 하루종일 일을 하면서도 그렇고...

난 이결혼 하고 싶지 않아요.

그냥 결혼안하고 혼자 살면서 경선씨 가끔씩 친구처럼 만나면 안될까요?"

"미챠,....성훈씨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나요?

도대체 왜그러세요.나이값도 못하게...

난 가정이 있는 유부녀예요.

이쁘지도 날씬하지도 않고 그냥 평범한 아줌마예요.

성훈씬 이제 제 짝을 만나 결혼 할 사람이 이런 아줌마 때문에 고민같지도 않은 ....

제발...정신 차려요."

"경선씨는 왜 자신을 그렇게 보나요?

나에게는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인데..."

"어허!!!남들보면 웃어요.

전 그냥 평범한 아줌마예요.

성훈씨 자꾸 이러면 저 멀리 도망갈껍니다."

 

 

경선은 술취한 성훈을 달래려고 농담까지 하면서 태연한척 했다.

하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성훈씨 나도 힘들어요. 나도 당신이 너무 생각이 나서 병에 걸린것 같아요.

가슴이 답답하고 터질것같아요.

잊을수 없을정도로 그 달콤한 키스가 아직도 눈에 아른거려요.''

 

그러나 경선은 철없는 어린소녀도 아니고 가정이 있는 유부녀라는 사실을 너무나 잘안다.

지금도 경선을 믿고 보내준 남편 현기를 생각하면...

 


"성훈씨 우리 이러면 어떨까요?

성훈씨 동생없죠?

그럼 제가 동생이 되어드릴께요.

설마 동생의 행복을 깨고 싶은 오빠는 없겠죠?

오빠의 행복을 바라는 동생의 소망이니 부디 제 말을 들으세요."

"동생요?....동생 좋죠...이렇게 귀엽고 깜찍한 동생...그래요. 우리 동생하죠.."

 

성훈은 경선의 말에 환하게 웃었다.

경선은 성훈을 부축해서 자신의 차에 태웠다.

 


"성훈씨차는 내일아침에 가지고 가시구요, 제가 제 차로 집까지 모셔다 드리죠."

"그래도 될까요?"

"그럼 여기 성훈씨하고 차하고 버리고 갈까나요?ㅎㅎ"

 

 

성훈의 아파트 주차장에 도착했다.

경선은 성훈이 몇호에 사는지 모른다.

묻지도 않았다.

그건 경선 자신이 알고 싶지도 않았고 만약에 알고있다면 분명 무슨 사고라도 칠것 같아서였다.

 


"성훈씨 다 왔어요."

"예..고마워요."

 


경선은 성훈이 내리자 차를 돌렸다.

 


"집앞까지 바래다 주고 싶은데 총각 혼자 사는집에 가려니 좀 그렇네요.

조심히 가세요.

글구 힘네세요. 전 얼마나 용감하고 튼튼한데...ㅎㅎ"

"고마워요, ...글구 이런모습 보여드려서 죄송해요."

"죄송하면 다음부터 그러지 마세요. 그리고 다음엔 한대 팍 !! 때려 줄꺼예요."

"ㅎㅎ 경선씬 참 좋은 사람이예요."

"아마 그소리 애인한테 곧 할껄요."

"그런가요?"

"들어가셔서 쉬세요."

"예...조심히 가세요."

"예...성훈...오..빠..ㅎㅎ"

 

 


경선은 웬지 모를 쑥스러움에 빨리 차를 돌려 나왔다.

성훈의 비틀거리는 모습을 뒤로 한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