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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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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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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름


BY 서리니 2003-06-23

아침이다 . 날씨도 맑은 일요일 아침, 화장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이 놈의 집구석 내가 들어오지를 말아야지 이게 사람 사는집이가

 

여기 저기 미끌 미끌 도데체 손을 못 대겠다. 여기가 씻는데가 맞나?"

 

이어서 들리는 우당탕 요란한소리. 쓱싹 쓱싹 문지르는 소리.

 

시어머니가 나름대로의 청소를 하는 소리다.

 

나는 무지 게으런 사람이다.

 

내생각에 우리 시어머니는 남이볼때 무지 깔끔한 사람이다

 

 

 

어느  뜨거운 여름날, 극심한 가뭄으로 논바닥이 갈라지고  밭의

 

곡식은 타 들어가고 있었다.

 

물론 그때 난 가뭄이 뭔지 몰랐다.

 

그저 뭔가 재밌거리를 찿는 아이일뿐 그리고 그 재밌거리는 다름아닌

 

퐁퐁으로 그릇씻기 였다.

 

아침부터 할머니는 열심히 동네 우물에서 마실물을 날랐고,

 

아버지는 허드렛물로 쓸 물을 시내에서 퍼오셨다.

 

조그만 그릇하나들고 따라다니던 나는 곧 싫증이 났고,

 

슬슬 다른 일거리를 찾아 어슬렁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눈에 뜨인 퐁퐁.

 

그당시 퐁퐁은 정말 특별히 어쩌다 생선이라도 구워 먹을라치면

 

그 생선 담았던 그릇을 모아놨다가 아주 쬐끔을 쓸만큼 귀한 대접을 받았다.

 

그러니 내게 손도 못대게 한건 당연지사 , 난 호시탐탐 그 퐁퐁을 노리고

 

있었던것이다. 물에 넣으면 거품이 부글거리는게 어찌나 신기하던지....

 

그리하여 그 무덥던 여름날 나는 퐁퐁을 차지하게 되었고, 그릇 몇개에

 

거품을 부글거리며 신나게도 놀았다. 그런데 그 미끌거림이 암만해도 없어지지 않았다.

 

여러번 헹구어야 하는걸 알턱이 없던 나는 자꾸만 퐁퐁을 들이 부었고,

 

할머니의 물 나르기가 끝났을 즈음,퐁퐁은 바닥을 드러냈다.

 

"아이구 이년이, 이 빌어먹을 년이, 이거를 다 어쨌누 이거를 갖고 놀아?

 

물 날라라했더니 물 쓸 짓을 해? 내 허리가 부러지도록 물 가져온게 니 년

 

장난질하라고 가져온 줄 알어? 이게 물로 얼마나 헿궈야 되는데......."

 

그날 난 정말 비오는 날 먼지나게 맞았다. 정말로 비나 좀 오지...

 

그리고 나는 어이 없게도  그날이후 설겆이나 청소를 끔찍이도 싫어하게됐다.

 

할머니나 고모, 심지어 동네 사람들까지도 그날이후로 이렇게들 이야기했다.

 

"저것이 어릴때는 참 부지런하더니 갈수록 왜저리 말도 안 듣고 게으르누?

 

세 살부터 방 닦고 쓸고 애 같지 않게 참 야무지더니 왜저렇게 됐지?"

 

그리고 그날 밤 주벽이 심하던 내 아버지는  곤드레 만드레가 되어

 

집에 불을 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