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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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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주벽 9-2 (고독)


BY thumbh 2009-02-11

오늘도 무작정 만나자고부터 해봤다.

순순히 만나준댄다. 아니다 분명 아니다.

그녀는 사냥을 했지 포획되진 않는다.

아니다....

 

담배를 한대 찾아 물고 라이터를 찾아 뒤적거리며 슬리퍼를 꿰찬다.

편의점에 쓰린 속 채울 뭐라도 사러가야겠다는 생각에 문을 나선다.

 

늦은 봄비도 그렇고 안개끼는 밤도 그렇고...

나와 추억과의 고독한 몸부림에 더할 요량인지 부쩍 자주도 찾아온다.

 

바닷가 매립공사 현장의 숙소에서 당직을 할라치면 밤안개가 자욱한게 바다옆이라서 그런건지 아픈추억들이 젖어든 탓인지,

 내눈앞에 펼쳐진 이곳의 풍광은 늘 그렇게 뿌옇게 흐려보였다.

 

술의 취기가 오른 젖은 시야에 번진 가로등불이 그런 그림을 만든것일까?.....

올여름 더울것을 알려주는 자연의 일기예보일것이다.

 

띠링띠리롱~~

편의점 안은 에어컨을 켠것같진 않지만 시원하다.

아마도 오픈된 냉장케이스에서 나오는 냉기가 매장에 전해져서 그런거 같다.

 

오늘은 일본어가 쓰여있는 잔모양으로 된 캔맥주를 꺼내들었다.

아사히....라고 쓰인거 같다.

 

안주를 잘 안먹는탓에 속이 많이 상했는지 나이로 몸이 축났는지 배도 고픈거 같다.

몇가지 안주감을 꼼꼼히 살펴보며 냉장매대, 마른안주매대를 돌고돌아 간택된

서너가지와 낼아침 몰려올지도 모르는 숙취들을 물리치기위한 숙취해소음료도

비닐봉투에 장전해서 나왔다.

 

호프집에서 마시는 정도의 비용을 계산했다.

돈버는 재미보다 쓰는재미가 좋다보니 월급이 검불이 되버린다.

 

자정이 넘었을까?

아파트 창으로 새어나오는 불빛이 반정도로 줄어있고 택시정류장에 대기하던 빈택시도 없다.

 

초저녁까지만해도 득시글거렸던 오른편의 공원에는 여름밤과는 달리 데이트하는

 연인한쌍없이 띄엄띄엄 가로등만 텅빈무대를 지키고 있다.

 

배우없는 빈무대 어두운 구석 한켠에 우두커니 서있는 나는 .......술취한 관객?

 

터벅터벅 자전거 도로를 지나 가로등 둘 벤치 둘을 지나 ...

공원산책로 교차지점인 세개의 가로등 빛이 포개지는 중앙무대로 나와보았다.

 

나는 다시 등장한 남자 주인공

두리번거리며 그녀를 찾는다.

 

기억을 떠올리며 뇌에서 주는 감각의 망상에 젖어 순간의 짜릿함에 과장된 몸짓으로

한바퀴 빙 둘러본다.

 

뒤로 우뚝 솟아 있는 아파트 어두운 창, 보이지 않는 그안에 내관객들이 있으리라...

 

터벅터벅 무대를 뒤로하고 어두운곳으로 사라지는 주인공..

 

내마음이 내연기가 관객들에게 전해졌을까?

 

주벽이라는 가면을 쓰고 연민의 그늘에서 나와 안타까운 추억을 더듬고나 있는

못난 내 마음이..

 

텅빈무대를 보았다.

그때처럼 관객이 되보고 싶다는 생각을 거기 한켠에 한숨으로 토해놓고 갑자기 땡기는

맥주를 어서 마시고 싶은 내몸은 봉투를 끌어안고 급한 걸음을 옮겼다.

 

초대장이 두어개 와있을뿐, 나를 찾는 이는 없었다.

 

처음 맛본 일본맥주는 생소하고 특이한 모양과는 다르게 익숙한 맥주맛이 난다.

비싸게 주고 샀는데 하는 생각이 들 즈음 두세번의 목넘김이 있고 서너번 입맛을

다셔보니 맛있었다.

 카프리처럼 마냥 순하기만 한 맛과 다르게 순하면서 부드럽고 달달한것도 같았다.

 

1000ml가 되는 맥주캔 하나를 몇번의 못젖힘이 있고나니 이미 방울방울 떨어지고 있는 빈캔만이 손에 들려 있었다.

 

그순간, 하트를 연신 날리며 이쁘게 웃고 있는 익숙한 그녀가 만나주랜다.

하하하...

드디어 그녀가 찾아 온것이다.

모니터에 빨려 들어가고 싶기라도 한듯 목을 길게 빼고 자판을 두드리며 인사를 건넨다.

 

<어디갔다 오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