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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일에 대한 두려움


BY 아지매 2004-07-16

꿈이 아닌 현실이었다.

분명 그녀가 편집부로 보낸 원고가 활자화 되어 신문에 실린 것이다. 그렇게 결혼 후 아내와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사느라 잊고 살았던  아니, 잊혀졌던 그녀의 이름이 또렷하게 박힌 기사가  5면을 장식하고 있었다.

 "000. 000......."

오랜 동안 불리워지지 않던 자신의 이름이 낯설게 느껴져 몇번이고 되뇌어보았다.

 아내로, 어머니로 산 세월동안 묻어두었던 그녀의 이름이기에 이렇듯 낯선지도 모를 일이라는 생각에 울컥 설움이 복받쳐서일까. 뜨거운 눈물이 눈동자를 흐리게 하더니 급기야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아이구, 웬 주책이람."

그녀는 손으로 볼위의 눈물을 닦으며 혹여 누가 보았을 세라 거실 창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창은 여느때와 같이  손바닥만한 호박잎이 바람에 너울거리고 있었다. 머지 않아 그 잎들 사이로 둥그런 꿈들 두둥실 매달양으로.....

'그래, 이제 시작이야. 지금 난 저 호박잎처럼 내 꿈의 잎을 펼쳤을 뿐이야.'

그녀는 창으로 다가가 위로 솟구쳐 오르는 호박덩굴을 올려다 보았다. 얼마전까지 앞 베란다 삿슈 망을 타고 오르는가 싶더니 지금은 온 삿슈를 뒤 덮고도 모자라 화단 향나무를 타고 올라 온통 뒤덮고 있었다. 그녀는 그런 호박덩굴을 부러움으로 바라보았다.

"어이. 형, 축하해. 신문 봤어. 우리 아저씨도 칭찬하던데."

건너편 아파트에 사는 민영이네가 손을 흔들며 소리쳤다.

"뭘 그까짓것 갖고. 건너와.한 턱 쏠게."

창에서 벗어난 그녀는 중화요리집에 전화를 해 탕수육과 짜장 두 그릇을 배달 시켰다.

조금 뒤 민영이네가 도착했고 뒤이어 탕수육과 짜장면이 배달되었다. 

"형은 꼭 해낼 줄 알았어. 축하해."

"고마워. 민영이네의 북돋음 없었으면 아마 생각지도 못할 일이었어."

"아냐, 그동안 형의 실력을 잠재우고 있었던게지. 자, 그런 의미에서 한잔!"

평소 술을 못하는 그녀였지만 오늘만은 한잔해야 한다는 민영이네의 말에 맥주 반컵을 마셨다. 시원한 맥주가 목젓을 알싸하게 적시는가 싶더니 가슴까지 아릿하게 했다. 그리고 뒤이어 아릿한 가슴을 따라 울리는 메아리가 그녀의 귓가에서 속삭거리는 것 같았다.

'이제 시작에 불과해. 잠재운 내면의 세계를 새로이 펼쳐보이기까지 또 얼마나 많은 어려움이 따를지는 그 누구도 모를 터 자만하지 말고 천천히 한발한발 나아가는 거야.'

탕수육과 짜장면으로 차오른 배의 포만감과 달리 그녀의 내면은 자꾸만 새로운 일에 대한 두려움과 염려로 쪼그라 드는 것 같았다.

이런 그년의 마음을 알턱이 없는 민영이 엄마 연거푸 술잔을 들이키며 언니가 부럽다를 되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