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언니의 염려와 달리 그녀의 비염은 그렇게 그녀의 곁을 떠난뒤 다시 찾아들지 않았다. 그녀는 그토록 질기게 그녀의 숨길을 막던 비염이 다시 찾아들지 않음에 행복해 했다. 그래서일까? 툭하면 아랫배가 어떠네. 장단지가 어떠네 하는 남편의 힐책에도 너그럽게 웃어대는 아량까지 생겼다.
"호호, 당신은 뭐 청춘인줄 아우? 같이 늙어가는 주제에....."
"그래도 나는 나아. 배가 나왔어. 자네처럼 깜박깜박해. 난 아직 쓸만해. 밖에 나가면 팔등신 미인들이 줄을 선다고. 왜그래."
남편은 늘 의기양양하다. 무엇때문에 저렇듯 의기양양한지 모르지만 그도 마흔줄인데 여전히 당당하고 힘차다. 다른 집 가장들은 고개숙인채 아내의 등쌀에 맥을 못추는데 그는 여전히 그녀를 잡고 뒤흔든다.아직도 경제권을 그가 지니고 있어서 그럴까? 아니다. 그는 결혼 전부터 그렇게 당당했었다. 그녀는 그런 그의 당당한 매력에 끌렸었고...
그런데 지금은 그런 의기양양함이 기울어가는 그녀를 더욱더 조여들고 있었다.더구나 남편과 자녀들 뒷바라질로 동창회는 고사하고 친구들과 번번한 만남조차 제대로 갖지못했던 지난날들이 너무나 어리석음으로 다가와 남편에게 넌지시 건넸다.
"그래? 그럼 내가 예전의 모습을 찾는다면 어쩌겠수?"
"당신? 좋지. 하지만 그렇게 쉽지 않을 걸.허허허."
"민영이 엄마가 그러는데 2년 전까지 나처럼 뚱뚱했대. 그런데 헬스 하고부터 지금의 몸매가 되었다며 같이 헬스하자는데 어때?"
"헬스? 그거 좋지. 한번해봐. 하지만 당신 의지력이 약해 잘 안될걸."
그녀는 그런 남편의 비양거림을 보기 좋게 묵살할 마음으로 다음 날 헬스 클럽으로 향했다.
클럽 문을 열고 들어 선 순간 역한 땀내음이 비염 사라져 명쾌해진 그녀의 코를 콕 찔려댔다. 그녀는 인상을 찌푸린채 클럽 안을 휘 둘러보았다.그녀처럼 아랫배가 축 처진 아줌마를 비롯 마치 팔등신 미인인양 쭈쭈빵빵 잘 빠진 아줌마들이 자전거 , 런닝머신 등 헬스기구와 씨름하고 있었다. 얼굴엔 잔득 땀방울을 매달고서.
모두들 기를 쓰고 살과의 전쟁을 하느라 바빴다. 그런 그들을 보며 그녀는 자신의 몸에 붙은 군더더기 살들이 사르르 빠져 나가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순영 엄마. 이것부터 해봐. 몸에 무리도 안 가고 하기도 쉬워."
살빼기의 선배인 민영 엄마는 사이클로 그녀를 인도한 뒤 헬스 원장을 불러 처음 온 분이니 신경쓰라며 런닝머신으로 가 천천히 걷는가 싶더니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녀는 부러운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원장이 설명하는데로 사이클에 올라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한번, 두 번 ....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다. 그녀는 더욱 힘차고 빠르게 페달을 밟았다. 돌고 돌리고...
마흔을 지나 서른, 서른을 지나 스물, 한창 피어오르던 청춘으로 돌리기가도 하듯 그녀는 허벅지가 얼얼해지도록 힘차게 페달을 밟았다.
등과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는가 싶더니 어느 새 주루룩 흘러내렸다.
그녀는 원장이 이끄는대로 런닝머신과 허리 돌리기 등을 하고 민영이 엄마와 샤워실로 들어갔다.
싸아-
쏟아지는 물줄기가 그녀의 온 몸을 스치고 지나갔다. 상쾌했다. 마치 온 몸에 붙은 살점들이 다 털려나간 듯한 홀가분함에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