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나서 잠시 나오던 길이였습니다.
왜 여자들은 그렇게 변하는걸까요?
결혼전엔 그렇게도 꽃을 좋아하더니만..
알죠..압니다..살림살이에 빠듯한 그런돈을 곧 시들것에 쓰다니..
그렇지만, 일년에 한번뿐인 생일..
아무리 허리띠 졸라매고 사고는 있지만,
이런날 한번 꽃도 받아보고, 분위기도 잡고..
뭐 그런거 아니겠습니까..
우리 형편이 그리 넉넉하지는 않지만,
당장 밥굶는것도 아니고, 저는 인생 재밌게 살고 싶다구요.
담배를 사러 슈퍼엘 갔습니다.
"은비아빠..오늘 뭐 좋은일 있어요?"
"아니..뭐...저기... 집사람 생일이에요.."
"어머..정말 자상도 하시지.
은비아빠 성실하고 자상한건 정말 알아줘야 한다니까요..
으이구..우리 수현아빠가 반만 닮았으면...크큭.."
수현 엄마가 은근히 부러워 하는군요..
하핫..그 말에 다시금 어깨가 들썩..
담배를 사들고 다시 들어갔지요.
마누라는 슬슬 제 눈치를 보는겁니다.
"자기야...화난거야? 미안해..사실 좋더라.
얼마만에 꽃 받아본건지..후훗..아까는 미안했어..
그런데..왠일로 꽃은?"
헉....!!
"으이구..이 마누라야..오늘이 뭔 날인지도 몰라?
당신 생일 이잖아..."
"어머..뭐라구? 정말? 어디보자...
까르르르...내가 이렇다니까..애 둘 낳고 깜빡깜빡하네.."
"하핫..참내...뭐 먹고싶은거 있음 말해봐.."
"먹고싶은거? 훗...많지..애들 데리고 가긴 번거롭구..
그냥 집에서 간단하게 먹자구.."
그날 저녁엔 고기를 구웠습니다.
그래도 생일인데 영양보충은 해야죠..후훗..
집사람은 애들 핑계를 댔지만,저는 압니다.
만만치 않은 외식비 조금이라도 덜어볼 생각이겠죠.
그러고보면, 집사람은 참 알뜰도 합니다.
사실 제 선물은 한가지가 더 있었지요.
핸드크림이요..
후훗..여자들 화장품 종류가 어째그리 많은지..
어물쩡하게 한참 고르다가 결국 고른게 그겁니다.
판매아가씨 말이, 여자들은 자기가 쓰는 화장품 아니면
안맞아서 못쓴다고 하니..원..
집사람이 뭘 쓰는지 알턱이 있겠습니까..
그날밤, 눈감으라고 하고는 핸드크림 살살 발라줬지요.
집사람은 감격의 눈물을 흘리더군요.
1년내내 생일만 같으라고 하면서리...
그리고나서요?
허걱.....또 덮침을 당했지요....으악...@@@@!!!!
저도 먼저 분위기 잡고 싶다구요옹....
이 아줌니..참 눈치도 없게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