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박사의 연구실은 아직도 불이 환하게 켜져 있다.
로봇연구에 매달린 지 벌써 이십년.
이론상으론 가능한데 직접 연결하여 보면 영락없는 에러가 발생한다.
조금만 보완하면 가능할 것 같은 마음 때문에
오늘만 오늘만 한 것이 벌써 사흘.
아무래도 오늘은 집에 들어가 봐야 할 것 같다.
집을 생각하니 화가 난 아내의 얼굴이 눈에 아른거린다.
아내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자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마음은 집보다 연구에 더 가는 것을 어쩌란 말인가!
에와는 완벽한 나의 피조물이다.
처음 만들었을 때 에와는 조잡하기 그지 없었다.
인형보다 조금 나은 정도.
하지만 이제는 웃기도 하고 몸을 움직이기도 한다.
대화는 아직도 힘들지만 말도 한다.
처음 에와가 나를 보고 웃었을 때의 그 황홀함.
세상이 열리는 느낌이었다.
에와를 안고 달려가 자랑하는 나에게 아내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드디어 당신의 연인이 탄생했군요. 축하해요. ”
아내는 왜 나의 마음을 몰라줄까.
부부는 일심동체라고 하는데 남편의 성공을 같이 기뻐해 줘야 옳지 않을까?
나는 아내를 이해하기보다는 섭섭했다.
내가 얼마나 애를 써 왔는지는 아내가 제일 잘 알텐데.
문을 열고 들어서니 찬바람이 쌩 불어왔다.
사람의 온기라곤 없는 집.
이 방, 저 방 문을 열어본다. 아내는 없다. 어디 가서 술이라도 마시나 보다.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어본다.
부재중 메시지만 울린다.
목욕탕으로 가 샤워를 하고 침대에 몸을 눕힌다.
긴 잠에 빠져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