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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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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BY 핑키~ 2003-04-01

계절은 벌써 두번이나 바뀌었다.

기나긴 겨울내내 나의 옆구리는 무척 시릴 뿐이였고,
화창한 봄날의 꽃구경은 애인없는 친구들과 함께였다.

애인 있는 친구들의 뒷모습이 부럽기도 했지만,
그다지 신경쓰이지는 않았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학교 뒤로 난 산 중턱엔 딸기밭이 하나 있었다.
애들은 괜시리 봄바람이 나서 교수님을 꼬시곤 했다.
"교수님..우리 야외수업 해요..."
오케이 사인이 떨어지기 무섭게 다들 가방을 챙겨 뒷산으로 소풍갔다.

돈을 조금씩 거둬 비닐 하우스 안에 둘러앉았다.
커다랗고 먹으믹한 딸기는 아니지만, 딸기밭에서 먹는 분위기라
자그맣고 탐스러운것이 참 달았다.

그렇게 봄날을 지내고 있었다.
별다른 일도 없이 평범하던 어느날, 선배언니의 간청에 못이겨
소개팅엘 나갔었다.

시내의 어느 커피??.
별 기대는 없었다.

남자는 전자공학과라고 했다. 나보다 나이도 많고...
그야말로 우리들이 별로라고 생각했던 예비역 선배..
첫 인상은 보통이였다.

남자는 그날 이후로 애프터 신청을 했고,
과 사무실로 계속해서 편지를 보냈다.

처음엔 나에게 온 편지가 있다고 해서 무척 기뻤는데,
계속 이어지는 그 남자의 편지는 점점 시들해지기 시작했다.

친구들은 기대반 호기심 반으로 내게 물었다.
"야, 요즘 세상에 그렇게 순수한 사람이 어딨냐?
잘 해봐...인연일지 어떻게 알아? "

맞아..요즘 세상에 그렇게 편지를 쓰는 사람은 분명 마음이
순수한 사람일거다. 그렇지만, 내겐 시간이 갈수록 귀찮다는 생각뿐,
내게 맞는 사람이라는 느낌은 전혀 오질 않았다.


어느날, 남자는 자기의 생일이라고 처음 만났던 카페로 초대를 했다.
참 잔인한데..
내 마음속엔 이미 이별을 고할 생각을 했다.

노란 장미꽃은 이별을 의미한다고 언제인가 들었다.
꽃가게에서 노란 장미를 한송이 샀다.

우연히 생일과 겹쳐서 정말 미안했지만, 더 이상 이렇게 끌고가기
싫었다.

노란 장미로 내 마음을 알면 다시는 연락 안할거라 생각했다.

"어? 노란 장미네요..고마워요..음...이건 무슨 뜻인지 알아요?"
"그, 글쎄요...그냥 색깔이 예뻐서 샀는데.."

마음이 찌릿했다. 미안스러움에..

결국, 꽃은 전해주고 얼마후에 더 이상 연락이 없었고,
자연스럽게 끝을 맺었다.


계속 만남이 어긋나고보니 내겐 더 이상 어떤 기대도 사라졌다.
언젠가는...그래, 언젠가는 내게 꼭 맞는 사람이 나타날거야..

나도 어느덧 연애엔 관심없는 친구들 사이로 들어가게 된거다.


1학기를 잘 끝마치고, 또다시 무더운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다.
나는 아르바이트로, 회화학원으로 분주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학원에서 사람들을 여럿 사귀었다.
나의 성격도 한층 밝아진것 같다. 외국인 강사와도 친해졌고,
한국인 강사와도 친해졌다.
학원에 다니는것이 참 즐거웠다.


어느날,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학원에 가려고 막 집을 나섰다.

그런데 대문 앞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났다.

"지은아...!!"

"어머? 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