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 함께 잠들지 않다......
한 밤 채림은 눈을 떴다.
-도대체 지금 몇 시지.-
어슴프레 실 눈을 뜨고 좀 전에 꿈의 자락에서 뭘 그렇게 붙잡고 늘어 졌나,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보통 채림은 꿈을 꾸고 나면 신기하리만큼 잘 기억하고 있는 자신에게 스스로 놀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리고 자신이 꾼 꿈은 언젠가는 그렇게 된다는 자기암시이기도 했고 그 꿈들은 분명 그렇게 되었다.
어지러운 개 꿈인가 보다, 대체 생각이 나지 않는 것을 보니...
채림은 다시 늘 안고 자던 베개를 다리 사이로 끼워 넣었다.
그러면 한결 잠이 잘 오곤 했다.
아, 참 아까 내가 한 말..
채림은 아까 잠 들기 전에 거실에서 리모콘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오늘은 왜 이리 재미 있는 채널이 없지.' 하면서 리모콘 곡예를 하고 있는 남편 상준을 향해 던진 날카롭지만 경고음이 분명 쟁쟁하게 들어 가 있는 허공으로 열심히 날아다니고 있을 자신의 입에서 나간 비명에 가까운 금속음이 다시 채림의 마음을 내리쳤다.
-여보, 오늘은 같이 자고 싶어(행여 오해마시기를 여기서 같이 잔다는 말은 정말 같이 아무 짓(?)도 안 하고 잔다는 숙면을 같이 취하고 싶다는 뜻임), 응? 알았지?-
채림은 목소리에 칼날을 세워 이야기 했다.
상준은 대꾸가 없었다.
그래도 채림은 상준을 믿고 싶었다.
이 정도로 이야기 했는데 또 작은방에서 큰 아들이랑 잘까, 그러면 안 되지
그러나 역시나 였다.
채림의 가슴은 갑자기 모든 피가 역류하여 솟구쳐 올랐다.
얇은 슬립을 꽉 움켜 쥐었다.
시계를 보았다.
11시 34분, 채림은 더 이상 지체할 아무런 이유를 발견할 수가 없었다.
두 다리를 쭉 뻗고 이불하나를 다 차지하고 정신없이 자고 있는 상준과 이불은 아예 덮지도 않고 누가 부자지간이 아니랄까봐 붕어빵같이 쏙 빼 닮은 모습에다가 똑 같은 자세로 자는 준우가 보였다.
이제 설을 쇠었으니 준우 나이가 7살...
작은 방문을 좀 더 열어 보니 남편 상준의 발 때문에 문이 활짝 열리지 않았다.
-당신 내 말이 말 같지가 않아.-
채림은 평소에는 말 주변이 남들보다는 있다고 생각하는데 조금이라도 흥분하면 말이 떨리고 앞 뒤 조리가 잘 맞지 않아서 남편이 자신을 더 무시한다고 생각했다.
고요한 적막에 상준의 코 고는 소리만 드 높이 들렸다
-내 ∼ 내가 아까 분명히 오늘부터 같이 자고 싶다고 그랬잖아, 내가 무슨 과부야, 내가 무슨 과부냐고.-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상준의 발에 걸려 있던 문을 상준이 닫았다, 그 때문에 채림이 가슴이 받혔다.
-말로 해, 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