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언니의 그날 일로 우리 식구들은 물론이거니와 어릴적 부터 큰언니아 함께 커서 살았던 막내 이모까지 마치 이런일이 일어날 걸 예상이나 한 듯이 전부다 당장에 갈라서야 한다며 당사자보다 더 분해하고 억울해 하고 있었다.
하물며 부모가 반대하는 결혼은 뭐가 안되도 안된다며 큰언니의 결혼에 까지 토를 달기까지 했었다.
그동안에 저마다 알고 있는 형부의 행실에까지 모두들 하나 둘씩 까발리기 시작했으며 그 와중에 엄마에게까지 돈을 빌려오도록 손을 내밀게 했다는 엄마의 실토는 거의 큰언니의 이혼을 확정짓도록 하는데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였었다.
하지만 큰언닌 우리의 예상과는 정반대로 이혼은 절대 안된다는 초강경자세를 취하고 있었었다. 이건 또 뭐란 말인가...
우리들은 큰언니 스스로가 말을 꺼내지 못하리라 여겼었고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순전히 식구들의 반대를 끝까지 뿌리치고 결혼한 큰언니였었기에 본인 입으로 차마 발설하지 못하니 우리들이 알아서 나선다고 생각했었는데 큰언닌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었다. 그냥 몇번을 빼는 정도가 아닌 무슨 큰일이라도 나는 듯 조카를 품에 안고 서릿바람 일으키듯 차갑게 말을 했었다.
큰언니의 하는 처사가 화가 나기까지 했었다.
속에선 절로 '이런 맹충이'하고 욕지기까지 나왔었다.큰언닌 단호했었다. 이혼을 할 수 없는 이윤 단지 조카에게서 아버지 정을 잃게 하고 싶지 않다는 얘기였었다. 뒷통수를 한대 얻어 맞은 것처럼 식구들의 표정은 절망적이었었다. 우리들은 그저 아버지의 정을 그리워 하고 있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었지 큰언니 의식 밑바닥에 깔려있는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그리움이 어느새 뗄수 없는 강한 강박관념으로 아버지와 떨어진 다는 것은 또다시 자식에게서 큰언니의 아픔을 그대로 대물림하는 것이라 믿고 있다는 걸 몰랐던 것이었었다.
식구들의 성화에도 아랑 곳 않고 큰언닌 이혼하지 않았었다. 더욱이 그 형부란 작자는 큰언니의 이런 심정을 너무나 훤히 알고 있었기에 오히려 그가 더 나서서 큰언니에게 조카는 엄마랑 함께 산다는 조건이면 이혼을 해주겠다는 얼토당토 않은 비겁한 조건을 내걸고 있었었다. 그는 전혀 변하지 않았었구 이젠 아예 집에서 노름까지 하는 것이었다.
엄만 이런 큰언니의 생활을 어떡하든 뜯어말리고 싶어했다. '이혼녀'란 딱지를 달고 살지언정 평생을 그렇게 살도록 내버려 둔다는 것은 큰언니는 물론 우리들 가슴에도 크나큰 상처로 남을 것이 자명했었기에 더욱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큰언닌 그 끔찍한 결혼생활을 연명하고 있었다. 큰언니 스스로도 분명 아니라고 생각하고 또 생각했겠지만 큰언닌 도저히 아버지의 정을 놓치고 싶지 않았었다. 그건 큰언니도 어쩌지 못하는 생채기였었다.
하지만 큰언니가 결혼생활에 종지부를 찍게 되었다.
그건 조카의 친조부모가 나선 것이었다. 그 노친네들은 영세민 아파트에 혼기가 꽉 찬 딸하나랑 살고 있었다. 형편이 그러하니 그날 그날 사는 모양인데도 그들은 큰언니에게 큰 죄라도 지은 양(그나마 노친네들이 양심적이라며 우리들은 생각했었다) 아들의 용서를 바라며 큰언니에게서 자식을 떼어가길 원했었다. 당신네들 씨앗이니 당신들이 거두겠다는 아주 단순한 논리였었다.
이런 큰언닐 식구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건 엄마나 우리들 또한 조카가 큰언니의 앞으로의 행로에 어떤 면으로든 걸림돌이 될 게 뻔했던 지라 보내라고도 큰소리내어 말하고 싶었었지만 또 한편으론 자식 떼내고 사는 모진 엄마란 소릴 듣게 하고 싶지는 않았었나 보다. 이혼을 권하고 있었었지만 막상 조카를 떼 놓고산다는 게 조금은 깨름직 했었다. 꼭 여자가 잘못해서 자식까지 뺏기고 쫓겨나는 꼴이지 싶었었다.
이런 우리들의 생각관 달리 큰언닌 마음의 준빌 하고 있던 사람마냥
쉽게 결정을 내렸다. 노친네들에게 조카를 보낸다는 것이었었다.
큰언니의 확실한 결심에 오히려 우리들이 당혹해 할 정도였었다.
그때 큰언니가 우리들에게 한 말은 '느그들도 알재. 아부지 없이 자란다는 게 어떤 건지를...' 소름이 끼치는 말이었다.
우리들도 돌아가신 아버질 그리워 했었지만 큰언니의 무의식속에서의 그런 그리움을 아니었었기에 무섭게 까지 느껴졌었다.
아버진 돌아가셨는데도 큰언니의 뇌속에는 아버지라는 보이지 않는 선이 자릴 하고 있는 듯 했었다.
그렇게 큰언닌 지칠대로 지친 상태에서 그 작자와 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