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년. 아침부터 이게 무슨 일이야? 오늘 더럽게 재수 없는 날이네. 야 이 미친년아. 왜 아침부터 남의 옷에 토하고 지랄이야. 지랄이. 파출소에 가자.”비만남은 곧 그녀를 따라 내렸다. 분위기가 한 대 칠 기세다. 민주의 오른손을 우왁스럽게 나까채다가 확 팽개친다.
“에이씨. 손에도 묻었잖아.”
출근도 등교도 주행도 잊은 채 버스안의 승객과 기사, 길거리 지나가는 사람들은 그녀 주위로 몰려든다. 비만남의 허벅지와 와이셔츠는 노란 토사물에 아주 더럽혀져 있었다.
돈이라도 있으면 세탁비를 지불하고 사과하면 그만이련만 그녀는 지금 이천원 뿐이다.
“죄송합니다. 지금 당장은 돈이 없는데....”
“별 미친년 다 보겠네. 그러면? 그래서?”
“죄송해요.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뽑아드리면 안될까요?”
“이렇게 해서 어디까지 가자고? 그리고 이 옷이 얼만 줄 알기나 해? 결혼할 때 예복으로 받 은 옷이야.”
“얼만데요?”
“백만원 넘어.”
상체와 하체를 구분하기 위해 배 아래쪽에 매어둔 허리띠 옆으로 두꺼운 손을 양쪽으로 끼고, 절대 백만원은 할 것 같지 않은 옷을 입은 비만남과 고양이 앞의 쥐 꼴로 민주가 서있다.
“그럼 백만원을 달라는 말씀이세요?”
“그러면 너 같으면 더럽게 어느 미친년이 토해놓은 옷을 또 입고 싶겠냐? 그리고 이 옷 드 라이 크리닝 해야 되는 옷이야. 물 묻으면 안된다고. 어쩔 셈이야? 지금 당장 돈 내놓을 래? 아니면 파출로 갈래?”
“파출소 갈래요.”
비만남과 구경꾼들은 놀란 눈으로 그녀를 본다. 토 한번 했다고 백만원을 물려주고, 회사가서 지각했다고, 신과장한테 잔소리 듣고, 종일 눈치 보느니 차라리 파출소에 가는게 낫겠다 싶었다.
“가요.”
민주가 먼저 발을 때었다. 갑자기 눈이 튀어 나올 것 같다. 비만남이 그녀의 뒤통수를 후려친 것이다.
“파출소 가자며. 파출소 가서 얘기해.”
무슨 용기가 생긴 것일까? 무서울 것이 없었다. 민주는 오른손으로 주먹을 만들어 어깨를 뒤쪽으로 조금 돌린 후 그 힘으로 비만남의 왼쪽 뺨을 있는 힘껏 때렸다.
“때리지 마. 파출소 가.”
와 하는 소리가 정적을 깨고 곳곳에서 들린다. 비만남의 욕하는 소리. 아주 빠른 걸음으로 파출소를 향해 달려 들었다. 다행히 파출소 안은 에어컨이 가동되고 있었다. 상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