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영아~ 나가자!" "어딜?" "오래간만에 만났는데 술한잔 해야지~" 카페밖을 나온 지영은 순간 왠지모르게 남들의 시선이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동규야~사람들이 우릴 이상하게 보지않을까.." "왜?? 우리가 뭐 어때서?" "그..래도.." "야~ 너 남편 그렇게 속좁은 남자냐? 그럼 다 때려치고 나한테 와라.." "어머머~~얘좀 봐~ 하하하" 동규는 여전해 보였다. 나이를 먹어도 예전처럼 철없는듯한 동규의 모습이 지영은 오히려 싫지 않았다. 둘은 술집에서 좀더 편안 모습으로 마주 앉아 그 동안 살아온 이야기들을 마치 밀린 숙제하듯 동규는 지영에게 천천히 술잔을 비우며 이야길 하고있었다. 여전히 담배를 계속 꺼내피고 있는 동규에게 지영은 습관처럼 한마디 한다. "줄담배 피는건 여전하군.." "참! 너 담배연기 무지 싫어하지?" "여자들 담배연기 좋아하는 사람있나?" "그래도..넌 유독 담배피는 날 자주 뭐라고 했었지." "ㅎㅎ그랬나? 너가 그렇게 말하니까 괜히 미안하잖아 " "나 그때 충격먹었다" "그게 무슨말이야?" "너 생각 안나냐?" "무슨..." "내가말야~ 담배피면 입안에 세균이 다 죽는다고 말하니까 너가 그랬잖아~ " "뭐라고?" "내 입안에 세균이 얼마나 많으면 그렇게 줄담배를 피냐고.." "어머..내가 그런말을 다했어?.." "그램마~ 나 그때 얼마나 쇼크먹었는지 알어?.." "하하..우습다.." "그때...생각했지.." "뭐를??" "너하고 키스하긴 다 틀렸다고.." "뭐뭐라고?? 하하하.." "웃지마~임마~" "하하하..그럼 다행이네뭘~.." "짜식~" 그렇게 소리없이 웃던 동규가 잿빛 담배 연기를 힘껏 몰아내더니 차분한 어조로 지영을 부른다. "지영아~" 대답대신 지영은 남은 술잔을 비운다.. "나..너 떠난날..정말 힘들었다.." "......" "한동안 방황도 많이 했지" "그래..그랬었구나.." "술도 많이 마시고 여자들도 많이 만나고 다녔다.." "......" '너가 그렇게 갑자기 떠날줄은 정말..몰랐거든.." "...." "항상 그랬듯히 넌 늘 내곁에 있을거라고..그렇게 생각했나봐..ㅎㅎ우습지?" 지영은 소리없이 씁쓸하게 웃고 있었다. "지영아.." "응?" "실은 그때 나..능력이 안돼서..그래서..차마 너에게 다가갈수도..널 붙잡을 용기마저도 없었어..." 동규는 오래전 자기의 모습을 마치 남이야기하듯 지영에게 이야길 하고 있었다. "나말야..너가 그렇게 떠나고 나서야 알았다.." "...." "나도 모르는사이에 그동안 널 참 많이 사랑했었구나.. 하고.." "........." "ㅎㅎ나 참 바보같지?" "..아..니..." "너가 곁에 있을땐 나도 너가 친구라고.... 그렇게 생각했었는데...너가 떠나고 나서야 알았다.. 내가 널 참 많이... 사랑하고.. 있었다는걸.....ㅎㅎ" 동규의 뒤늦은 고백을 들은 지영은 몹시 혼란스러웠다. 한때 철없는 나이에 서로가 이성으로써 좋은 감정을 가진 적도 있었지만 그래도 우린 친구관계로 잘 지내왔었는데.. 그 생각에는 지금도 변함 없으리라는 지영의 생각과는 달리 동규의 이야기는 지영에겐 너무나 뜻밖의 고백이었다. 그런 어색함 애써 감추기위해 지영은 대범한척 동규에게 말을 건넨다. "야~그럼 너가 그때 좀 세게 대쉬해보지 그랬어..ㅎㅎ" "지금 대쉬하면 되겠냐?" "뭐..뭐라구? 너 지금 미쳤니?" "농담이다 농담..놀래긴..하하" 동규는 문득 자리에 일어나 마이크를 잡더니 노래코드를 입력한다. 이내 귀가 떨어져 나갈듯한 스피커의 음악이 가슴을 두드린다. 화면에 순간 김현식의 사랑했어요.. 라는 곡이 서서히 흐르기 시작했다. ♪돌아서 눈 감으면 잊을까~~정든님~ 떠나가면~ 어이해~~ 동규는 두눈 지긋히 감으며 노래를 부르더니 순간 지영의 곁으로 다가와 지영의 손을 잡는다. 몇번인가 손을 뿌리치던 지영은 더이상 동규의 손을 거절하지 않고 가만있는다. 노래를 마친 동규가 지영에게 차분한 어조로 말을 건낸다. "예전 그 느낌하고 똑같구나" "뭐가..... " "너하고 헤어지던 날 처음으로 너 손을 잡았을 때 그 느낌.. 지금도 잊을 수가 없거든..." "....." "그때 너 떠나고 나서 나..이 노래 밤새도록 들었다.." "..그..랬..구나..." 지영은 그제서야 동규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것만 같았다. '그랬구나..그렇게..잊지 못했었구나... 어쩌면 나도 너를..우정이라는 이름으로 너의 사랑을 구속하였는지도 아마 모르겠다..' 무슨 장벽이 우리를 이렇게 친구라는 이름으로 묶어 놓았을까... 지영이도 알 수 없었다.... 나의 무관심이었을까....아니면.. 너의 용기 없음 이었을까... 그래...너와 나의 만남은.. 마치 기찻길의 철로처럼 하나가 될 수 없는 그런... 인연이었나 보다.. 처음부터.. 엇갈렸었던 그때 그 만남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