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그리움은 갈수록 더해간다는 말이 사실이군요]
진희는 재민과 나란히 서서 바다를 바라보며 여전히 회상에 잠긴 음성으로 말했다.
[미워하면 그리움이 따르고 그리워하면 어느새 미워지고...겨울이 되니 .. 경인이 평소보다 더 많이 생각나서 견딜수가 없어요]
재민은 말없이 담배를 꺼내 피웠다.
[당신은...왜 이곳을 찾는 거죠? 경인에 대한 마음이...아직도인가요?]
[난 아직...그녀를 보낼 준비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녀에게서 들어야 할 말도 남아 있고...]
그게 무언지 묻고 싶었으나 재민이 대답해 줄 것 같지 않기에 진희는 참았다.
[경인은 알기나 할까요? 자신을 그리워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사랑이 아닌 그리움의 대상으로 말이죠...]
[......!]
재민의 담배 연기가 겨울 바람속에서 무한정 흩어지고 있었다.
똑같은 눈빛, 똑같은 마음으로 재민과 진희는 한 사람을 회상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알지 못했다.
그런 두 사람의 뒤로 조용한 그림자 하나가 다가 오고 있다는 걸...
유 경인.
그녀다.
짙은 회색 정장에 검은 코트를 걸치고 웨이브진 단발 머리를 한...
분명 유 경인이 잔잔한 미소를 머금고 다가오고 있었다.
머리 한 쪽에 작은 모양의 하얀 리본이 달려 있었다.
그녀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석 달.
예정보다 5개월은 더 사시다 가셨다.
가시는 길이 평온해서 무엇보다 다행이었고 가족들은 아버지의 소원대로 함께 한국으로 돌아왔다.
경인은 제일 먼저 바닷가를 찾았고
뜻밖에도 자신이 보고싶어하는 사람들이 거기에 있는 걸 본 것이다.
눈물이 핑 돌았다. 그러나 경인은 참았다.
[언제쯤...언제가 되어야 경인을 볼 수 있을까요? 그리움이 다 한 후에? 아니면, 미움이 사그라 진 후에? 두렵군요. 우리가, 경인이 서로를 잊으면 어쩌나 하는...]
[아마...그런 일은 없을거야]
파도를 안고, 바람을 안고 들려 오는 경인의 목소리에 진희와 재민은 똑같이 숨을 멈추었다. 잘못 들은 게 아닌가! 그리움에 사무쳐 헛 소리를 들은 게 아닌가! 하고...
둘은 동시에 뒤를 돌아보고는 그대로 굳었다.
경인이 미소짓고 있었다. 조금은 야윈 듯한 것 빼고는 예전의 경인 모습 그대로였다.
[나, 날 좀 꼬집어줘요, 재민씨...]
진희가 눈도 깜빡이지 않은 채 더듬거렸다.
[나야, 경인이. 나 이제 왔어.이제서야...돌아올 수 있었어]
경인은 울먹이며 친구에게 손을 내밀었다.
[정말...정말 경인이 맞...니?]
[미안해...진희야]
진희는 외마디 짧은 비명을 지르고는 경인에게 달려와 꼭 끌어 안았다. 두 사람은 그렇게 끌어 안고 눈물을 흘렸다. 진희의 울음 소리를 들으며 경인은 그녀의 등을 쓸어 주었다.
그리고 가만히 눈을 들어 재민을 응시했다. 표정을 굳힌 채 재민은 형언할 수 없는 눈으로 그런 경인의 시선을 받았다.
경인의 눈에서 눈물이 또르르 굴렀다.
[약속을 지키려고 왔어요...]
진희를 안고 있는 그 등 너머로 경인은 재민에게 말했다. 그가 미간을 좁혔다.
[한달간의 만남이 지난 후에 주기로 한 답...아직도 듣고 싶다면...]
[......!]
그는 대답이 없었다. 담배를 길게 빨아 당기곤 길게 내뿜는 재민을 경인은 흐린 눈으로 응시했다.
담배를 끄고 재민은 두 손을 바지 주머니 안으로 넣었다.
그리고 깊은 눈빛으로 경인을 바라보더니 서서히 그윽한 눈빛으로 바꾸어 살짝 미소를 지었다.
[물론이오...답을 원하오, 절실히...]
경인은 안도의 숨을 내쉬며 마주보고 미소 지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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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이렇게 끝을 맺습니다.
제 자신이 보기에도 부족하고 엉성한 것 같아서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에 서둘렀더니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많군요.
저 자신이 참 한심하단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aglala님, 영인 님을 비롯해 여러 님들.
끈기와 애착을 갖고 읽어 주셔서
머리 숙여 감사, 감사드립니다.
저는 이제 들어가겠습니다.
안녕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