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쯤 강남역에서 만났다.
피자가 먹고 싶다는 현민일 따라 근저 피자집으로 갔다.
조각 피자를 시키고 스파게티도 시켰다.
셀러드는 현민이 가져온다고 했다.
샐러드는 보통 여자들이 하지 않나..?
고정관념이 너무 강한 내 사고력....피곤했다.
그리고 쓴 웃음도 나왔다.
"어제 피곤하지 않았어..?"
샐러드를 앞에 놓으며 현민이 물었다.
"좀....넌 너무 늦었지...?"
"...난 남자잖아....유리그릇 처럼 조심하지 않아도 된다구..."
"..치...."
점심을 먹고 영화관으로 갔다.
팝콘과 캔커피를 샀다.
점심과 영화 티켓도 현민이 내서 간식거린 내가 샀다.
중앙에 좋은 자리가 배정되었다.
어제 들어가자 마자 인터넷으로 표을 예매했다고 했다.
용케 표을 구했다는 내말에 현민인 자기가 골드 회원이라서라고
대답했다.
개봉되는 영환 재미와 작품성을 따지지 않고 일단
보는 주의라고했다.
시간죽이기엔 영화가 제일이라고 했다.
한석규와 고소영 주연의 이중간첩이였는데...시시했다.
스릴도 없고....그렇다고 멜로도 아니고....한석규가 너무
마르게 나와서...보기에 않좋았다.
개인적으로 한석규을 좋아했는데...이번 영환 영 아니였다.
제작비를 많이 투자한 블럭버스터라고 하더니...
영화보고나서 바로 알바하는데로 갔다.
현민이 차를 가지고 와서 움직이는데 편했다.
이래서 모두들 차를 사나 보다.
수능끝나고 엄마가 운전면허 시험을 보라고 했는데....
싫다고 했다.
근데 그게 지금은 후회가 되었다.
엄마가 차를 사준다고도 했는데...
그냥 받을걸...
"시간이 좀 남았는데....어떡할래...?"
한 30분쯤....?
"약속 있음 먼저가...난 서점에서 시간 죽이다가 들어가지뭐..."
"...아냐...책 사려구..?"
"...그냥...요즘 로맨스소설이 괜찮더라...예전엔 순 번역물만
나왔는데...요샌 국내 작가들도 잘써..."
"뭐..?로맨스 소설..?하이틴시리즈 같은것..?너 그런거 읽는거야..?"
놀랍다는 듯이 말하는 현민이였다.
그런것.....이라니....?
얜 상대방를 배려함이 전혀없는 것 같다.
"그런 허황된 만화에나 나올법한 얘기들이 재미있단 말야..?"
"....안그런 내용도 많아....수준이 있다구...넌 읽어보지도
못했으면서 그렇게 쉽게 말하는게 아냐...독서 동아리를 한다는 애가 ..책에 대한 선입견이 있으면 안되는 거 아냐...?"
"....한번 읽고 말 책을 논할 가치가 있냐..?그런건 중학생
애들이 읽는거 아냐...?아직 현실과 이상를 구분하지 못하는...?"
"...미안하다 내 수준이 그정도 여서....."
기분이 상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
상대의 기분도 헤아리지 못하고 자기 말만 해버리는게 맘에 들지
않았다.
정말 요즘 나오는 국내 작가들의 책들은 번역물과는 달리
현실적이고 얼마나 재미가 있는데....
한번 읽고 또 읽게 되는 책도 많다.
역사물을 다루는 것도 많고....
속이 상했다.
잠시 침묵이 있었다.
현민인 담배를 피지 않는것 같았다.
지금까지 만날때 마다 ....피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차안에 재털이도 없는게...냄새도 없었다.
민트의 방향제만 있었다.
"나 그만 내릴께....시간도 다 됐구..."
"...그럴래.?"
"...응...점심잘먹고 영화도 잘봤어....잘가..."
"...다시 안볼 사람같은 말투다...너...?"
".......그런뜻으로 말한게 아닌데....삐딱하게 듣는 네 귀가
이상한거야......네가 그런것 아냐..?"
"...내가 ...잘 알지도 못하고 말해서 화난것 같은데...가려면
화 풀고 가....이러고 가면 서로 기분 않좋잖아..."
내리려는 날 잡으려 현민이 말한거였다.
그런걸 알면 진작 말좀 가려서 하지....
"내가 한말이 그렇게 화가 날 말이였던 거야..?좀 이해가 안돼.."
"...나도 네가 그렇게 말했다는게 이해가 안가....책이라면 편견
없이 대해야 한다고 예전에 네가 말한것 같은데....로맨스소설을
읽는 내게 실망했다면.....나도 네게 실망이야.잘 알지도 못하면
그렇게 말하는건 ...그 작가들에게도 실레가 되는 거야..."
"...정말 거창하게 나온다 .....같이 있지도 않은 작가들까지
운운하고...근데...내가 예전에 한말도 다 기억하고...기억력
좋은데..?"
말꼬릴 다른데로 돌리려는 현민이 행동도 맘에 안들었지만..
계속 입씨름 하며 기분상해서 헤어지는 것도 않좋은것 같아
그만하기로 했다.
시간이 다 되어 차에서 내리는 날보며 현민이 수고하라고 했다.
나중에 전화한다고 하면서 ....산타페가 사라졌다.
나중에 전화한다고...?
아까 보니까 얼굴 표정이 않좋아 보이던데....
피곤하다고 느끼는것 같던데....
성가신 날 또 보자고 할까...?
다신 전화같은것 안할것 같은 분위기였는데...
괜한일로 화낸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금방 발끈 하는 다혈질 성격 탓도 있지만....
왜 현민이 조금만 말 실수를 해도 화가 나서 참지 못하는 걸까...?
대우받고 싶어 안달이 난 애처럼....
정말 이제 다신 전화안하면 ....이대로 여기서 끝인걸까..?
내가 먼저 하기고 그렇고...
좀만 참을걸...뭐 대단한 일이라고....
후회가 밀려 왔지만...이미 엎질러진 물이니...
알바를 하러 들어가는 발걸음에 천톤이나 되는 족쇄라도
찬것 같은 기분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