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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이 하신 김치를 친정에 나눠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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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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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BY 향기지기 2003-01-11

밖에 나간지 2시간이 넘어 서고 있을 때 지현이 들어왔다.
소효는 어떤말을 먼저 꺼내야 할지 몰랐다
다행히 지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
"미안해. 내가 생각이 짧았다.
너 힘들다고 투덜댈때마다 가슴도 아팠어. 실직적으로 내가 도움이 못되잖아. 근데 나도 아이에 대한 압박감이 좀 있는 거 같애. 아버지 없이 자란 나로서는...
내가 6살 쯤인가 아버지가 요양 차원에서 기도원에 가셨는데... 그때 가 마지막이었어.
2학년 무렵이었을까. 아버지 없이 고생하시는 어머니께 힘이 되고 싶다라는 일기를 써서 내는데 그걸 걷는 녀석이 보고 한참을 놀리는 거야. 어린 나로서 얼마나 속이 상하고 마음이 아프던지. 학교 화장실에혼자 들어가서 정말 평생 쏟을 눈물을 다 흘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거야. 갑자기 그때가 생각이 나네"
지현의 눈은 충혈 되어 있었다.
소효는 자신의 행동에 후회 하고 있었다.
눈물이 흐르고 마음이 아프고 온 몸이 떨려 왔다.
"대신 레지던트 마치고는 꼭 아빠 되게 해주는 거다"
소효는 아무 말도 못했다.
자신이 아이를 좋아하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안정스러운 가정이 되기 위해서 아이는 활력소와 다름없다고 생각해왔다.
"피곤할텐데 먼저 자. 난 담배 한대 더 피우고 와야 겠다"
"지현씨"
"나 괜찮아. 괜히 신경 쓰지 말구"
"나 그만둘까? 이번만 끝나면 그만 두고, 당신 내조나 하며 살까?"
"갑자기 마음 약한 소리야? 내가 당신 외조 하면 몰라!"
지현은 조심스럽게 소효를 안아 줬다.
"미안해 지현씨 나 당신한테 아무 것도 못해줘서"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응급실에 들어온건 소아과 병동에 있던 4살 정도의 여자애였다.
속이 체 한것 같고, 밤새 고온의 열과 토로 고생을 했다고 들었다.
소효는 급히 내과로 연락을 했다.
그런데 레지던트가 내려와 내과와 외과 모두 연락을 취해야 한다며 다그쳤다. 그제서야 한과에만 단정 내린 자신의 서투름을 깨닫았다.
그녀가 응급 환자 회진을 돌고 기숙사에 온건 새벽 2시쯤.
책상 앞에 앉아 책을 폈다. 그녀에 눈에 띄는건 책상 앞의 달력.
날짜를 확인해 보니 생리를 해야 하는 날이 3일이나 흐른 후 였다.
소효는 생리 주기가 항상 규칙적이었다.
설마 임신? 말도 안되! ...급해졌다. 이러다가 때를 놓치는건 아닌가 싶기도 했다.
지금 이 시간에 약국 문 열었을리도 없고, 이 병원에서 건우 말고는 결혼 사실 조차 모르는데... 빨리 아침이 되길 바랬다.
아침 9시 쯤 급히 병원 근처의 개인 약국을 찾았다.
40대 초반의 여자로 꽤 친절해 보였다.
"뭐 찾으세요? 아가씨?"
"저... 임신테스트기 있죠? 그 것 좀."
임신테스트기를 들고 병원 화장실로 향했다.
제발... 나의 부탁과 함께 초조해 하고 있는데 양성반응이 나타났다
오 마이 갓. 그때 그 일이 있은 후로 한달이 넘도록 집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제 응급실에서 내과로 가면 더 일이 많아 진다.
신환이 들어오면 입원 기록지 정리하고 각종 검사결과 ,엑스레이 필름 챙기고 레지던트들을 위해 저널을 찾는등 온갖 잡일 처리와 해결사로써 발이 아프게 뛰어다녀야한다.
거기다가 1년차 레지던트를 졸졸 따라 다녀야 하는데, 앞이 막막했다.
그녀는 급히 지현에게 연락을 했다.
"지현씨, 어디야? 이 근처네. 나 좀 만나"

병원 근처 마땅한 곳이 없어 벤치에서 만나기로 했다.
"우와, 이제 제법 의사 티가 나는데..."
"좀 앉어봐"
"왜 그렇게 심각해?"
"... 나 어떡함 좋아"
소효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뭐가?"
"나 임신 했어"
"뭐? 임... 신? 몇주일 째래? 어? 애는 건강 하대?
아니다 뭐 먹고 싶어? 뭐 사줄까?"
"지금 그게 문제야? 나 어떡하냐구?"
"..."
"말 못하겠지? 하루 24시간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겠는데 이건 정말 하늘의 장난이야
이번에 치프가 뭐랬는줄 알어? 나보고 점수 잘 받을 생각 하지 말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