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며 난 재빨리 머릴 굴렸다.
주방으로가 주전자에 물을받아 가스대에 올려놓는 선밸 곁눈질 하며 난 무슨말로 이 상황을 모면해야 할 까만 생각하고 있었다.
재킷을 벗어 책상의자에 걸쳐놓고 선배에게 갔다.
컵에 물을 붓고는 익숙한 손 동작으로 씽크장에서 녹차를 꺼내 티백을 컵에 넣는 선밸 보며 난 재빨리 말했다.
"내껀 타지마....방금 마시고 왔으니까...."
"안돼....이건 네가 마셔야돼...."
"나 마셨다니깐.....녹차 많이 마시면 화장실 자주 가야 하잖아....안그래도 화장실 자주 가는것 잘 알면서..."
내가 마셨다고 했는데도 선밴 내게 컵을 내밀었다.
"왜이래....?선배가 마셔....난 싫어..."
"이건 녹차가 아냐.....녹차이기도 하지만...다른것도 있어..."
"다른거라니...무슨....?"
"약....네가 먹으면 너무나 좋아할 약..."
"무슨소리야....?내가 물 붓는거 부터 다 봤는데...언제 약을 탓다는거야....?"
"암튼....이건 네가 마셔야해....어서 마셔..."
정말 왜 이러는건지.....
처음부터 타는것 다 봤는데....
약은 무슨....것도 내가 먹으면 너무나 좋아 하는 약이라니....?
웃지도 않고 내게 컵을 들이미는 선밸 보며 난 인상을 썼다.
"무슨약인데 그래.....?난 몸에 좋은 보약도 잘 안먹는 사람이야...약은 다 싫어....그냥 선배가 마셔...."
"후회할 텐데....."
의미심장한 시선을 보내며 말하는 선밸 보며 좀 묘한 긴장감이 들었다.
정말 ..내가 안보는 사이에 약을 탄건가....?
아냐....내가 왔을 땐 아무것도 없는 빈 잔이였어......
언제 ....약을 탓다는거야.....?
내가 ....못본건가....?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표정봐선 장난하는것 같진 않은데....
녹차가 많이 우려져서 색이 진해지고 있었다.
선밴 뭐든지 향이 강하거나 색이 강한건 좋아하지 않았다.
"마시려면 빨리 마셔....향진한것 싫어하잖아...."
"정말 내가 마셔도 돼...?"
"장난 그만하고 어서 마셔....뭐하는거야...정말...."
"후회안하지.....정말....."
"정말 .....뭘 타긴 한거야....?난 못봤는데..."
"탓지...네가 오기전에...."
"뭔데.....뭘 탓는데....?
정말 궁굼했다.
내가 보기전에 뭘 탄게 맞는지...
분명 아무것도 없는 투명한 잔 이였는데....
혹시...그럼...주전자에 탄걸까...?
이리저리 고갤 갸우뚱 하며 생각을 하는 날 보며 선밴 묘한 미소를 띄우더니 차를 한입에 털어 넣었다.
좀 뜨거울 텐데....
하긴 물을 반 뿐이 안 부었긴 했다.
갑자기 선배가 얼굴을 손으로 비비기 시작했다.
선배의 돌연한 행동에 난 호기심이 생겼다.
"왜그래....어디 아파....?"
선배에게 다가서는데....선배가 갑자기 날 끌어당기며 가슴팍으로
당겨 안았다.
갑작스런 행동에 놀라고 당황하며 난 팔을 꺽어 선밸 밀어 내려고 했다.
그런 날 더 꽉 안으며 선배가 말했다.
"그래서 내가 말했잖아....후회할 거라구...?"
"....도대체 무슨 소리야.....?....좀 놔 줘....."
"안돼....몸이 말을 안들어....."
"선배...왜그래...?"
"아까 내가 마신 차에 .....뭐가 들었는지 알아...?"
"뭐가 들었는데.....?"
"....최음제.....아....약효과가 너무 빨리 나타나는데.....아직 준비도 못했는데....."
"....뭐....?.....정말....빨리 놔줘....답답하단 말야..."
팔을 들어 가슴팍을 밀치며 때리는데 선배가 아까보다 더 세게 안았다.
"진하게 키스해주면....풀어주지...."
"....뭐.....?....."
"빨리....약기운이 급속히 퍼지니까...본능이 이성을 지배하기 전에.."
"뭐하는 거야....정말....?"
"......더 큰걸 원해....?그럼 ....그러자구...."
말을 끝냄과 동시에 선밴 날 안은 자세로 침대로 밀었다.
뒤 종아리에 침대가 닿았다.
"마지막 기회야......그냥 눕길 원해....?그렇다면...."
선배가 날 밀며 눕히려고 했다.
난 알았다는 얼굴을 하며 고갤 끄떡였다.
"아주 진한 키스야....뽀뽀가 아냐...."
"양치질 하고 하면 안될까......? 입안이 텁텁해서 그런데...?"
"난 극복할 수 있어...나도 양치한지 꽤 되니까....참을수 있어.."
아....정말....
선배가 눈을 감았다.
긴 속눈섶이 얼굴에 그늘을 드리웠다.
내가 망설인다고 생각했는지 ....선배가 날 다시 밀으려 했다.
난 중심을 바로 잡으며 입을 가져갔다.
입을 대기도 전에 선배의 입이 먼저 내려왔다.
금방 입을 벌려 안으로 들어오는 선배의 혀.....
한동안 내 안에서 놀던 혀는 이번엔 숨어있는 내 혀에게 나오라고
손짓을 했다.
조심스럽게 나가는 내 혀를 선배의 혀가 강하게 잡아?다.
순간 숨이 막혔다.
선밴 정말 키스의 달인이다.
가슴의 콩딱거림......발 끝까지 치 닫고 내달리는 ....이 느낌은
뭐지....날 제어 할 수 없을 것 같은....이 느낌은...?
선배의 입안으로 빨려들어간 아랫입술이 묘한 통증을 주고 있었다.
내 이성이 본능에 의해 쫓겨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때였다.
선배가 입술을 뗐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안에서 피가 터진듯한 .....빨갛게 부어오른 입술.....
볼에 싸리비가 지나간 듯한 자국....
선배의 까칠한 턱이 지나간 자리였다.
아침에 면도를 하는데도...저녁이면 어김없이 얼굴을 내미는
까만 억새풀....
가프게 뛰던 심장이 제 자리를 찾은듯.....맥이 정상으로 돌아온것 같았다.
화장을 지우기엔 시간이 오래 걸릴것 같아 미지근한 물에 비누로만
씻고 나왔다.
너무 늦게 나오면 .....괜히 더 어색할 것 같아서....
입술을 뗌과 동시에 화장실로 들어왔었다.
선배가 안보였다.
숨을 데라곤 화장실뿐이 없는데....
간다는 말도 없었는데.....
눈으로 둘러보는데....
현관앞의 거울에 메모가 붙어 있었다.
[그만 간다.....오늘은....
한유리 네 입술은 정말 짱이다...
담엔...하얀 호빵을 훔치러 오마.....
ps;그차 기획실장 맞지....?
내가 너 믿는것 알지.....잊음 어떻게 되는지도 알지....?
문단속 잘하고 좋은 꿈 꾸고....잘자라...]
역시 .....차에서 내리는 날 봤군....
근데 그 차가 실장 차라는 건 어떻게 알지.....?
그리구....
아무리 내 가슴이 작다지만....
복숭아라고는 나도 말은 못하지만.....
하얀 호빵이라니.....
너무하다.....호빵은 옆으로 퍼져 있는데.....
감히....내 가슴을 호빵에다 비교하다니....
괘심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팔을접어 닭이 날개짓하는 모션을 취하고 있는 나는 대체뭔지....
이러면 가슴이 커진다나...?
쳐진 가슴을 많이 업그레이드 시킨다나...?
웃음이 나왔다.
내가 하고 있는 행동에 대해서....
자고 간다는 말에....괜히 혼자 쫄아서는....
웃음이 새어 나왔다.
사실 우린 경험이 있었다.
대학 입학후 한달이 조금 지난 4월.....
식목일을 맞아 수목원에 다녀오는 길이였다.
집에서 독립해서 오피스텔을 얻어 살고 있던....선배의 형집...
의대생이라 거의 집을 비우는 형의 오피스텔 선배가 이용하고 이었다.
고3 수험생이라 자주 만나지 못했고....
입학해서는 혼자 과제물에 몰두해서 잘 만나주지 않자...
선배가 언제부터인가....계속 관계를 요구했다.
내가 자길 정말 좋아는 하는지...내 맘을 알고 싶다며....
순결에 대해서 난 별로 고지식 하진 않았다.
주위의 친구들 얘기도 많이 접했고...
어차피 선배외엔 달리 생각하는 사람도 없었고.....
정말 자연스럽게.....맺게 되었는데....
우린 실패했다.
선배도 처음이였는지...
많이 당황하고....허둥되고.....
그 후로 몇번 더 관계를 시도 했지만...
아프다는 내 말에 선밴 늘 번번히 끝까지 가지 못하고 있었다.
우리의 사정 얘길 규희에게 말했더니....
이미 경험이 있는 규흰 선배가 불쌍하다며 내게 그냥 아주 아픈
불주사 한번 맞는 셈치고 한번만 참으라고 했다.
그만큼 배려 해주는 남자 없다며....
그래서 용기내어 한번 눈 딱 감았다.
불주사가 아니라.....말로 형용하기 힘든...아픔이였지만....
선배가 웃어주니.....아픔은 금방 사라졌다.
그렇게 ....우리의 관계가 시작되었다.
5년 이라는 시간이.....
짧은 시간은 아니지만.....
선배의 망설이는 맘도....아직...준비가 안된 내 맘도....
서두르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5년동안 떨어져 있었지만....마음은 늘 서로를 담고 있었으니....
머잖아 ....서로 원하는 날이 오겠지만.....선배의 날 향한 배려가 느껴졌다.
따뜻한 마음이....
괜히 맘 졸이며 ....긴장했던....내 행동이 우스웠다.
선밴데.....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사람인데...
괜히 몸 사리는 내 행동에 선배가 혹 맘 상하지나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뒤 늦게 들었다.
선배의 입에서 느껴지던 녹차의 쌉쌀한 맛이 ....아직 남아있었다.
양치질 하지 말고 그냥 자야지......
괜히 마음이 콩딱거리고 ....얼굴이 붉어지는 밤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