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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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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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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BY khl7137 2002-12-05


불안한 마음을 일단 한쪽에 접어 두고 토요일 일찌감치 도서관으로 향했다. 친구가 별로 없는 내게 있어 도서관은 친구고 애인이고 심심풀이 땅콩같은 존재였다.

태민이 다가온 건 점심때였다. 과 선배가 점심을 대접한다는 게 이유였고 나는 내키지않아 거절했다. 하늘같은 선배의 초대를 거절한 게 들통나면 좋을 게 없겠지만 어울릴 기분이 아니었고 태민과의 만남도 싫었다. 태민과의 만남은 그 만남 자체가 유쾌하지 않았고 상우의 친구라는 점이 그를 싫어하게 만든 결정적인 이유였다.

나의 영은 베낭을 챙겨 들고 형과 함께 산으로 여행을 떠났다. 문득문득 영이 가고 있을 행로를 따라 내 마음이 따라가고 있는 걸 나는 발견했다.정말이지 어떤때는 내가 영의 마누라가 된 기분을 느끼곤 했다. 아니, 엄마같은 기분이라고나 할까...며칠씩 연락이 없으면 걱정이 되곤 했다.

주말이 가고 월요일이 가도 영은 연락이 없었다. 난 회사로 전화하지 않았다. 그냥 기다리고만 있었다.
화요일 오후 강의실앞에 영이 있었다. 난 아직 강의가 남았고 영 또한 그 시간에 사무실에 있어야 했다. 가슴이 덜컥.했다. 영이 웃으며 내 팔을 잡았다.
[밥 먹으러 가자]
[점심 안 먹었어?]
[점심 말고 간식]
[강의 남았어 안돼]
[그럼 나도 들어가면 안돼?]
덩치 큰 영이 애교를 떨었다. 누가 그녀를 말리겠는가.

강의실 뒤 자리로 들어가 앉았다. 하필 태민이 바로 앞에 앉아 있다가 영을 발견하고는 눈을 크게 떴다. 나는 인상을 지푸렸고 태민은 영에게 인사까지 건넸다. 의외로 영은 반갑게 태민의 인사를 받았을뿐 아니라 말까지 건넸다.

[늬들 아직 사귀냐?]
강의 끝나고 나오기 무섭게 영이 재미있다는 듯 물었다.
[같은 과만 아니면 만날 일도 없는 애야. 괜한 소리 하지마]
[상우 걔 뭐하고 있을까? 여전히 여자 꼬셔 여관 갈 궁리하고 있을까? 물어볼 껄 그랬나?]
하면서 영은 여유롭게 웃었다.
[너희 과에 괜찮은 남자 많은 것 같은데 언제 한번 미팅 주선해 봐]
[미쳤어!]
[하긴 니가 그런 일 할 애도 아니지 태민이 걔 한테 부탁해봐야지]
하고도 남을 영이란 걸 잘 알기에 굳이 반대하지도 않았다.

학교 앞 레스토랑으로 들어가 영은 함박스테이크 두 개를 시켰다.
[회사는?]
[땡땡이]
[잘한다 잘해 주희는 알어?]
[몰라 내 첫번째 마누라 요즘 연애한다고 바빠]
[남자를 참 쉽게도 사귀네]
[...외로워서 그래]

영은 주희가 자신과 같은 과라고 했다. 단 하루도 사랑없이는 살 수 없는...외로운 것도 일종의 병이라고 했다. 주희는 고교때부터 이미 남자와 만나 사랑을 나누면서 살았다고 한다. 사랑을 할땐 오로지 사랑만 하라고 했다. 다른 걸 따지지 말고 계산도 하지 말고...그래서 상처가 두 배가 될지라도... 남자가 떠나면 다시는! 다시는 사랑을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떠나고 난 빈 자리는 참을 수 없는 고독이라고, 미쳐버릴만큼 외롭고 외로워서 또 따른 남자를 만난다고...그래서 외로움도 병이란다. 치유하기 위해서는 남자의 따뜻한 가슴이 필요한단다.

이해할 수 없을땐 침묵이 최고의 약이다.
[어디 갔었어? 얘기해 줄 수 있어?]
화제를 돌렸다. 영은 씨익 웃으며 빨대에 입을 때고 쥬스를 쭉 빨았다.
[알면 놀랄껄?]
[왠만해선 놀라지 않아 둘이 갔다면...어느 정도는 예상해]
[지리산. 의외로 사람들이 많더라]
[얘기하지마 듣지 않는 게 좋겠어]
[넌 내 자서전이야. 너한테 뭐든 숨기고 싶지 않아 넌 비밀을 모르는 보통 여자들과는 달라. 쉽게 말해서 넌 입 열기가 귀찮아서라도 말을 않고 지낼껄? 가끔은 니 속에 뭐가 들었는지 궁금해져. 내가 너한테 어떤 존재로 있는지도 궁금하고...]
영은 내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아니 좋아하고 있는지 그게 알고 싶은 것이다. 자신의 아버지처럼 변심하는 게 아닐까 그걸 두려워하고 있었다. 어쩌면 내가 영을 떠나지 못하는 건 영에게 또다시 배신의 아픔을 안겨주기 싫어서인지도 모른다.
[마누라가 남편 떠나는 거 봤어?]
금세 영의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진아]
진지하게 영이 나를 불렀다.
[나 형이랑 잤다]
예상은 했으나 역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형은 부드럽고 세심하게 영을 안았다. 처음에는 고통이 따를것이란 걸 주희에게 들어 알고 있던 영은 준비를 철저히 했다. 피임약에다 물수건, 휴지, 마른 수건 등등...
두렵지도 않았다. 형은 조심조심 영의 옷을 벗기고 머리에서 발끝까지 키스를 했다.

[황홀하더라]

형은 경험이 많았고 영은 첫 경험이고 형은 처녀는 처음이었고 영은 남자가 처음이었다. 생각만큼의 고통은 없었으나 혈흔은 있었다. 형은 사랑 고백을 했고 영은 그제야 안식처를 찾은 듯 형을 끌어안았다. 영은 형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영이 형에 대해 아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형의 이름외엔 확실한 게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