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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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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771

[제1회]


BY 햐핑 2002-11-06

제목: 뚱뚱한 여자 이야기

작가: 햐핑 (mulanpi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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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한숨만 나온다.

어느새 저울의 바늘은 90킬로를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난 도대체 왜 이렇게 뚱뚱한 건지 우리엄마 말처럼 누가

데리고 갈지 내자신도 한심스러워졌다.

하지만 이런 나에게도 좋아해 주고 사랑한다는 말을

해주는 남자가 있다. 그래서 난 행복하다^^

하지만 대학에 들어온 후로는 연락이 뜸하다.

만나는 횟수도 줄어들었고 가끔씩은 바쁘다며

전화를 끊고는 한다.

지금의 남자친구는 고1때 교회를 다니며 만났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뚱뚱하지는 않았지만 역시나 한등치 했다.

더군다나 178에 이르는 키 덕분에 왠만한 남자들은 겁먹고 도망가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 남자만큼은 나의 곁에 있어주었고 나를 아껴주고 사랑해 주었다.

우리는 그렇게 3년동안 사랑했고 지금도 사랑한다.

가끔은 그남자가 나랑 길거리를 다닐 때 무척 창피할거라는

생각을 해서 떨어져서 걷지만 그래도 그 남자는 나의 손을 꼭 잡아준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우리를 힐끔거리며 쳐다보기도 한다.

왜냐하면 남자는 나보다 키도 작았고 등치도 훨씬 작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요즘 들어 그 남자를 만나기가 너무 힘들다.

첫 대학생활이라 바쁘기도 하겠지만 조금은 서운하기도 하다.

왜냐하면 난 대학을 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난 남자친구에게서 여러 가지 대학이야기도 듣고

그가 다니는 대학도 가보고 싶었지만 얼마나 바쁜지 그럴 기회도 없었다.

난 왠지 침울한 기분을 없애려고 밖으로 나왔다.

하지만 막상 나오자 어디를 가야할지 몰랐다.

그러다가 남자친구가 다니는 대학교로 갔다.

항상 말로만 듣고 드라마에서나 보던 대학가라서

그런지 무엇인가 확실하게 틀려 보였다.

난 신기한 마음에 이리저러 돌아다니다가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가 학교 앞에 와있다면 놀라겠지...^^

하지만 남자친구는 도서관이라며 바쁘다고 하고는 그냥 전화를 끊어버렸다.ㅡ.ㅡ

-휴~

또 한숨만 쉬어졌다.

예전 같으면 벌써 달려왔을 텐데...라는 생각이 하며 난 다시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집으로 가던 나는 그 자리에 서버렸다.

분명 투명한 유리창너머로 보이는 까페 안에 앉아있는 남자는 내 남자친구였다.

난 잘못 봤나 하고 다시 봤지만 맞았다.

남자친구는 어떤 날씬한 여자와 앉아서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연실 웃으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요즘 들어 나에게는 보여주지 않는 웃음이었다.

-분명히 도서관이라고 했는데...

난 혹시나 남자친구가 도서관에서 나왔나 하고 다시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남자친구는 도서관이라며 전화하지 말라고 했다.

유리창 너머로 인상을 쓰는 남자친구의 얼굴이 보였다.

난 혹시라도 남자친구가 날 볼까봐 서둘러 집으로 왔다.

그리고 남자친구에게 문자를 보냈다.

-집에 가면 전화해 줘. 안자고 기다릴게....

하지만 오늘도 내가 전화를 하게 될 것 같다.

몇 일 전에도 이런 문자를 남기고 밤을 꼬박 샌 적이 있었다.

오늘은 제발 전화를 해주었으면.....












-휴~

어느새 시계는 새벽3시를 넘기고 있었다.

하지만 나의 핸드폰은 울릴 생각을 하지도 않았다.

난 혹시나 밧데리가 없나 확인하고 전화가 망가졌나

전화도 해보았지만 아무 이상이 없었다.

결국 내가 한일이라고는 남자친구의 전화를 기다리며 먹은 빵과 과자들 뿐 이었다.

-휴~

요즘 들어 왜 이렇게 한숨이 쉬어지는지..

그때 핸드폰의 진동이 울렸다.

난 서둘러 핸드폰을 열었다.

오늘은 다행이었다. 전화를 건 사람은 남자친구였다.

-어디야? 내가 문자 보낸 거 봤어?

-아니..너한테 할말 있어서 한 거야

난 남자친구가 내가 보낸 문자를 보고 전화를 한 줄 알고

좋아했는데 아닌 것 같았다. 조금은 서운했지만 전화를 해준 남자친구가 고마웠다.

-무슨 할말인데?

-우리 헤어지자

-어?.......

-헤어지자 그게 좋겠어

-........

난 멍하니 벽만을 바라보다가

전화기 반대편에서 들리는 남자친구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왜? 헤어지자는 거야?

-나 좋아하는 여자 생겼어

그랬구나 아까 까페의 그 날씬한 여자였구나.

그래서 그렇게 환하게 웃어주었구나...하지만..

-나 좋아한다고 했잖아 사랑한다고..

-원래 남자는 뚱뚱한 여자 안 좋아해..

뚱뚱한 여자는 안 좋아해....하지만 뚱뚱한 거 상관없다고 했는데

겉모습은 중요한 게 아니라고 나에게 말했는데

-하지만 ..

-미안하다 그만 끊을게. 너도 좋은 남자 만날 꺼야..

하지만 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 남자도 역시 나를 좋아하지 않았던 것 같았다.

뚱뚱한 여자에 대한 동정심 이였던 것 같다.

하지만 난 성격도 좋고 음식도 잘하고 유머감각도 있고

키도 크고 그래서 좋다고 했는데 겉모습은 상관없다고 했는데



그랬구나 다른 게 다 좋아도 뚱뚱하면 안되는거구나....

그랬구나 아까 남자친구와 있던 그 여자는 날씬해서 되는거구나...

뚱뚱하면 안되는거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