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안의 개츠비 **
<그>
'개츠비'를 아는가?
피츠 재럴드의 "위대한 개츠비"속의 남자주인공.
수 많은 여자들의 동경이 되었던 그.
결혼한 자신의 첫사랑을 만나기위해 악착같이 돈을 벌었고
다시 만난 그녀를 위해 모든 누명을 뒤집어 쓰고 결국은 자살한 그.
그뒤로 그의 이름에 항상 "위대한"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이다.
한없이 크고 깊은 그의 사랑을 받기에는 지나치게 자기를 사랑한 여자였지만
그가 보여준 사랑은 결코 값싼 불륜이 아닌
사랑의 댓가를 치를줄 아는 위대함이 깃들어있기 때문이겠지.
우리네 삶이라는 것이
이것아니면 저것이라는 이분법적인 사고로만 바라볼수없는
수많은 관계와 상황이 거미줄의 그물마냥 놓여있는것이기에
사랑또한 그 그물위에서 힘겨운 줄타기를 하는 것이겠지.
사랑을 위해 명예를 버리고
명예를 위해 사랑을 버리고
돈을 위해 사랑을 버리고
사랑을 위해 돈을 버리고
사랑을 위해 목숨을 버리고
이데올로기의 싸움이 사라지고
철저한 자본주의의 시대를 사는 우리들은
국가나 다수의 공익보다 개인의 자유나 이익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제 우리에겐 우리의 것이 없어지고
오직 나만의 것이 강요되는 세상인지 모른다.
남을 위한 희생은 지나치면 억측이고 오만일지도 모르는 세상이 된것이다.
점점 세상은 다시 '에피쿠로스주의'로 다가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한데 난 그것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번뿐인 나의 인생인데 누가 대신 살아줄수있는가?
나의 부모도 자식도 아니지 않는가?
오로지 이 험난한 삶에의 채무자와도 같은 존재는 나인것이다.
그러기에 모든것을 감당해내야하고 이겨나가야만 한다.
타인의 도움은 항상 한계가 있는 법.
결국 모든 마지막 결정과 책임은 내 어깨위에 얹고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나는 행복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난 '개츠비'를 이해할수 있었다.
그의 사랑도....
모든것을 다 가지고 이제는 남들의 부러움이 되어가는 시기에
왜 지나간 그것도 결혼한 첫사랑에게 부질없이 매달리며
다시 되살아난 감정에 흔들려 잠시 격정적인 사랑에 휩싸이지만
그녀의 잘못으로 자신의 모든것이 흔들리지만
결국 그녀를 위해 싸늘히 죽음을 맞이할수밖에 없는 그를....
사랑이란 그에게 운명이었을것이다.
누군가가 내 인생에 개입하는 인연을 넘어
내 인생을 그려나가는 운명과도 같은 사랑......
그녀를 사랑하면서
그녀와 나 사이에 흐르는 운명의 공기를 마시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어느날 그녀가 그랬다.
사람이 사랑을 받으면 상대의 사랑때문에 빛이 난다고...
그래서 자기가 요즘 삶에 생기를 느끼고 힘이 난다고...
그래서 행복하다고....
나 역시 그랬다.아니, 그녀보다 더 했다.
무심히 바라보던 하늘은 이제 이전의 하늘이 아니였다.
희미하게 보이지않던 회색의 막을 쳐낸듯한 더 없이 맑고 푸른 하늘이고
공기역시 도심을 가로질러 오는 것이 아니라
깊은 숲속을 건너뛰어 오는듯 맑고 싱그러웠다.
그녀를 만나고 난 이후
난 더 많이 하늘을 보았고 더 깊이 숨을 쉬었다.
살고 싶었다.
진정으로 세상이 살아볼만한 것이라고 느낀적이 살면서 몇번이었던가?
수화기 너머의 그녀의 목소리를 들을때마다
지나가는 상점에 고운 옷이 걸려있을때마다
유난히 햇살이 빛날때마다
소리없이 바람이 불어 내 귓가를 간지럽힐때마다
그녀를 만나던날 처럼 비가 내릴때마다
세상의 모든것들이 그녀가 되었다.
그럴때마다 느꼈다.
난 진정으로 살고 싶다고....
하지만
그런 그녀가 떠날려고 한다.
운명같은 그녀가 나를 떠나려고 한다.
잡지말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다시 가정으로 돌아가려는 그녀를...
웃으면서 잘된 일이라고 미소로 보내주어야한다는 것도 안다.
그것이 그녀나 나나 살아가는 모양새가 더 어울리는 것이기에...
'개츠비'는 죽음으로 사랑과 고통을 멈출수있었지만
난 이제 멈출수없는 고통으로 나를 죽여야한다.
하지만 참아야 한다.
그녀가 행복해진다면....
지금까지 그녀가 보낸 메일을 하나씩 읽어가면서 나의 마음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녀에 대해 참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무엇이 소중한지
무엇이 슬픈지
무엇이 행복한 삶인지
하지만 이제 내가 알고있었던 것은 모두 거짓이 되어버리고 만것이다.
그녀가 무엇때문에 메일을 보냈는지 알고있기에
더 마음이 아려온다.
운명...
사랑...
그녀...
순간 난 벌떡 일어났다.
바지춤에서 차키를 확인하고 사무실문을 열었다.
차 키를 꽂고 시동이 걸리는 동안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이대로 그녀를 보낼수 없어....내 운명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