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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의 뇌진탕 책임은 누구에게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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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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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회]


BY 올리브 2002-11-10


** 메일 **


<그>


어떻게 써야할지 한참을 망설였어.
자꾸만 오빠 얼굴이 떠올라서....
나를 보고 부드럽게 미소짓는 오빠가 자꾸 떠올라서....
참 고마워.
가벼운 인연이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
나를 위해 모든것을 다 포기할수있다고 까지 말하는
오빠를 정말 영원히 잊지못할꺼야.
그 마음 진실인것도 알아.
누군가에게 사랑받는다는거....
아마 쉽지않겠지.
특히 나처럼 완벽하게 행복을 느끼며 받을수있는 거
나 살아가는 동안 두번 다시 오지않을 행운이라는거 알아.
하지만 우리 둘 너무 잘 알잖아.
끝이 보인다는거.....
많이 이야기하고 많이 아파했지만 어쩌면 결론은 항상 하나일지도 몰라.
여기서 그만 멈추어야하는거.
우리 때문에 어느 누구도 상처 받으면 안돼.
그러니 죽을 정도로 힘들어도 죽지 않으면 우리 참아야 해.
서로 잘못된 선택에 힘들어도 우리의 몫이니 그냥 받아들여야 할꺼야.

오빠가 행복해하는 모습 정말 보고싶었는데.....
이제 가정에 마음 붙이고 행복하게 살아.
내가 질투 날 정도로....
사랑한다고 하면 나 미워하겠지.
하지만
사랑해.

*******************************************

그녀에게서 온 메일을 몇번이고 읽고 또 읽었다.
이 글을 쓰면서 바보같이 울고 있었을 그녀를 떠 올리면서....
멍해졌다.
모든것이 멈추어진 기분이었다.
입은 바짝 바짝 타들어가고
가슴에 무거운 돌덩이를 올려놓은듯 숨쉬기조차 힘들었다.
받지않는 핸드폰과 집으로 수없이 전화번호를 눌렸다.
잠자리에 들기전 사무실로 내려와 메일을 확인한 이후로
어떻게 시간이 흘러갔는지 모르겠다.
잠도 오지도 않고 배가 고프지도 않았다.
그녀에 대한 원망도 분노도 슬픔도 없었다.
그냥 오직 한가지 생각만 맴돌았다.
그녀를 보고싶다는 생각에......
아니, 그녀를 보지않고는 살수없다는 생각에.....
모든것이 차단되었다.
그녀에게 가는 길이.....


그녀에게 메일을 썼다.



꿈 같은 넉 달.

차라리 꿈속에서
깨어나지 않길 바란적도 있었다.
이대로 머물게 해달라고..

없어진 넉달.

내 인생에서 함께했던 넉 달은
이제 아무런 의미도 없는거야.
오랫동안 잠을 잔것 뿐이야.

그전에도 없었고
지금도 없으며
앞으로도 없을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