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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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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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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회]


BY 올리브 2002-11-06

** 현실의 땅 **


<그녀>

누군가 그랬지.
술은 입으로 마시고...
사랑은 눈으로 한다고...

사람에게 눈이 없다면 사랑하기에 많은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나의 눈빛으로 나의 모든 감정들을 읽어냈다.
때론 내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이젠 눈빛만봐도 알겠다고...
참으로 흔한 말이지만 참으로 맞는 말인지도 모른다.
난 술이 취하면 눈빛부터 달라진다고 한다.
불안하게 떨리는 눈빛...
그리고 내 눈빛으로 내가 얼마나 자신을 사랑하는지 느꼈다고 한다.
사랑으로 충만된 눈빛은
따뜻한 온기까지 내뿜기에 시리고 어두운 영혼을 따뜻하게 감싸안는것이라고...
하지만 시시각각 달라지는 내 눈빛 때문에 항상 불안하다고 했다.

눈이 사람의 신체에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것은 하늘을 가장 잘 보기위해서이고
발이 가장 낮은 곳에 있는것은 땅과 가장 가까이두기 위함이라고 한다.
아무리 높고 큰 이상을 보고 느끼더라도
결코 현실을 잊어서는 안되는것이기에...
그래서 인간은 항상 힘들어하고 고뇌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의 사랑 역시 그랬다.
결혼한 사람들의 사랑...
그 비난의 무게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기에 더 힘들었겠지.
나 역시 수 많은 불륜들을 비난하고 저주했으니까.
여자들은 남편이 바람이 나면
남편보다 상대반 여자에게 더 적의를 품는다고 한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아내들도 다 같이 그 상대방 여자에게 적의를 품는다.

빼앗겼으니까...
완전하게 내 것인데 그것을 흠집내고 빼앗은것에 대한 분노일것이다.
여자들에게 가정이란 생활속의 공간이라기 보다
더 큰 의미를 갖고 있지 않는가.
스스로 건설한 위대한 사랑이라는 이름의 성(城)인것이다.
어릴적 소꿉놀이의 기억이 이제는 현실로 이루어지는것이다.
이젠 가짜 가구도 아니고 인형도 아닌...
그래서 더 재미있고 소중하지 않던가.
하나 하나 직접 고른 물건들이 있는 공간에서
나의 땀과 수고로 가득한 음식과 옷으로 그들을 먹이고 쉬게 하는
그야말로 성(聖)스러운 성(城)인것이다.
그런데
그곳의 가장 든든한 수문장과도 같은 남편의 사랑이 다른곳으로 간다.
나의 모든 수고를 한낱 평범한 일상의 행위로 치부해버리고 다른곳으로 간다.
이제 그토록 견고했던 나의 성(城)은 더이상의 성(城)이 아니게된다.
어린 시절 흙바닥에서 했던 소꿉장난보다 더 보잘것없이 변해버리는것이다.

참을수가 없다.
내가 빼앗기고 버림받은 만큼의 아니, 더 이상의 복수를 해야돼.
이 성(城)을 지키기 위해서
내가 얼마나 참고 포기하며 살아온 인생인데
그걸 한 순간에 무너뜨리다니...
죽이고 말거야...

난 화들짝 놀랐다.
무의식적으로 2년전 죽이고 싶게 미웠던
어느 여자의 얼굴이 바로 나였던 것이다.

눈물이 났다.
마음이 시리다.

그의 부인 또한 나임을 생각하니 마음이 내려앉는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하지만 여전히 나의 두발은 땅바닥에 있지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