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둘만의 섬 **
<그>
창문을 열었다.
시원한 빗줄기와 함께 비릿한 바다내음이 방안가득 ?P아들어온다.
비와 바람에 몸을 내맡긴채 서있는 그녀의 등을 살며시 안았다.
이제야 정신이 들었다.
어떻게 차를 몰았는지 여기가 어디쯤인지 모든것이 아득하다.
비바람을 헤치고 무작정 달리기만 한것 같았다.
어디론가 가고 싶었다.
벗어나고싶었다.
가슴밑바닥부터 피어오르는 아픔과
나자신을 죄여오는 이유모를 답답함에서...
그녀가 내품에 있다.
꿈을 꾸는 듯한 몽롱함과 행복감이
멀리서 밀려오는 파도소리와 함께 나를 적신다.
그녀의 어깨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코끝을 간지럽히는 머리카락에 깊은숨으로 들여마시곤
뜨거운 입김을 귓가에 몰아넣으며 속삭였다.
"사랑해..."
"하지말까? 그냥 이렇게 안고 있어도 좋은데..."
사실 그녀를 이렇게 안아보는것도 처음이구나.....
품고만 있어도 나의 욕망은 한없이 춤추어 나를 쓰러뜨릴것 같았다.
하지만 어둠속에서 불안한듯 떨리는 그녀의 눈빛을 마주하고 있자니
마음이 서늘해졌다.
사랑스러웠다.
그런데 왜이리 서글픈지....
그녀가 미소지었다.
나도 미소지었다.
그녀는 대답대신 눈을 감는다.
그리곤 떨리는 손끝으로 나의 뒷목덜미를 잡고 긴 입맞춤을 하기 시작했다.
그녀를 침대에 눕혔다.
칠흙같은 어둠이다.
창틈으로 새어들어오는 가로등의 불빛만이 유일하게 그녀를 볼수있게 해주었다.
입술의 열기가 온몸을 데워주고 있었다.
그 열기로 우리는 허물벗듯이 모든것을 벗어나갔다.
그녀와 나를 싸고있던 모든 고민과 괴로움을...
그리곤 방안 가득 사랑만이 가득찰수있게
어둠속에서 그녀의 몸을 보았다.
잘록한 허리에 적당히 튀어나온 그래서 더 섹시하게 보이는 아랫배.
작고 아담스런 두 봉우리 중간에 탐스런 열매마냥 달려있는 유두.
까무잡잡하고 탄력있는 몸매이다.
천천히 그녀의 몸을 쓸어내렸다.
어깨에서 가슴 그리고 아랫배...
살갗이 부딪힐때 전해오는 감촉은 나의 욕망을 한껏 자극시킨다.
하복부가 뜨거워온다.
허리를 힘껏 조우며 다시 입은 그녀의 입술을 찾는다.
귀밑을 맴돌던 나의 입술이 길게 뻗은 목줄기를 타고 내려와
아래로 아래로 내려간다.
완벽한 섹스는 뇌와 입술로 하는것인지도 모른다.
그녀는 관계도중 수없이 키스를 했다.
그녀의 입술이 닿는 순간 말할수없는 황홀감을 느꼈다
잠자리에서 이렇듯 키스하기를 좋아하는 여자를 보긴 처음이다.
나의 뇌는 수없이 그녀를 사랑한다고 외치고 있고
나의 입술을 그 사랑을 말로 대신하는것이다.
거세지던 빗줄기도 어느듯 조용하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육풍에 우리는 편안하게 몸을 맡겼다.
그녀를 안았다.
여전히 그녀는 내 품에 있다.
그녀가 도망가 버릴것만 같았다. 이 꿈에서 깨면....
힘있게 그녀를 안았다.
영원히 내 품에 가두고자....
순간 머리를 스쳐가는 짧은 생각에 그녀에게 물었다.
"별로였어?"
" 왜?"
"아니...난 많이 좋았는데....넌 그렇지 않은것 같아서..."
그녀가 희미하게 웃는다.
그리곤 작은 입술을 오무리더니 가는 한숨을 쉬고는 말한다.
"아니야...걱정하지말아...나...사실은 못 느껴..."
순간 아찔했다.
'못 느끼다니...왜?'
그리곤 그녀는 나즈막한 목소리로 말해줬다.
그녀가 왜 못느끼는지를...
그녀의 목소리가 방안 가득 울린다.
눈물이 날것같다.
그녀의 아픔을 고스란히 내 마음에 담고 있는듯했다.
왜 그때 난 우리가 섬위에 떠 있다는 생각이 들었을까?
거친 파도를 넘어서 다다른 섬.
그런데 그 섬엔 아무것도 없었다.
얼핏 실망스러움이 들었지만 난 이내 추스릴수있었다.
내가 있고
그녀가 있기에
이제부터 새롭게 시작할수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집도 짓고
울타리도 세우고
꽃도 피우고
새들도 찾아오게 하고
어쩌면 그때부터였는지도 모른다.
그녀와 같이 살고싶다는 생각이 든것이....
그녀를 다시 힘껏 안았다.
사랑하는 내 연인을....